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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May 07. 2024

『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박예진 엮음 편역.「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부제목은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이다. 


안데르센 하면 ‘동화’가 떠오른다. 전 세계 어린이들이 안데르센의 동화 한 편은 읽으면서 자랐을 것이다.

이 책은 어렸을 때 읽은 안데르센의 동화를 성인의 관점에서 읽을 수 있도록 새롭게 엮었다.     


박예진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안데르센은 특히 인간 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글들을 여러 편의 동화로 발표했습니다. 어쩌면 어린 나이에 많은 상처를 받은 만큼, 다른 아이들은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를 마음에서 인간 본성에 대한 교훈을 주고자 그런 잔혹동화들을 썼을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한다.     


안데르센은 불우한 유년기를 겪으며 본인의 정체성조차 확립하지 못한 채 불안정한 시기를 보냈다. 그 과정에서 가난, 핍박, 혼란 등 많은 상처를 입었다. 불우한 환경과 독특한 외모는 그의 마음속에서 열등감으로 자리 잡았다. 꿈과 현실이 아름다운 동화 속 세상과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1830년부터 쓴 동화가 거의 200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책에는 안데르센 동화 16편을 아름다운 문장과 함께 소개한다. 원문과 해석을 네 파트로 엮었다. 동화 마지막에 핵심 문장을 영어로 수록하고 독자가 의역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내가 어릴 적 읽었던 《성냥팔이 소녀》, 《인어공주》, 《미운 오리 새끼》, 《백조 왕자》, 《외다리 병정》 등 친숙한 작품들이 많이 있어서 반가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눈에 읽을 정도로 몰입하는 재미도 있다.     


책 속에서 

〈작은 클로스와 큰 클로스〉는 처음 읽었다. 우리 전래동화 놀부와 흥부 비슷한 전개이면서 권선징악보다는 미국 톰과 제리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큰 클로스는 작은 클로스를 골탕 먹이려 하지만 작은 클로스는 언제나 문제를 해결하고 오히려 큰 클로스가 당한다. 이 동화는 베르너 스터게스라는 소년을 위해 이 동화를 집필했다고 한다. 단 한 명의 소년 독자를 위해서 기꺼이 동화를 썼던 안데르센의 수수함이 나타난 작품이라는 소개가 있다.     


〈빨간 구두〉 아름다운 소녀 카렌은 빨간 구두를 신었다. 빨간 구두를 신으면 구두가 춤을 춘다. 그 구두는 벗을 수도 없다. 자신을 돌봐준 노부인의 장례식에도 갈 수 없었다. 카렌은 할 수 없이 발목을 잘랐다. 이 작품은 안데르센 초기 작품 중 하나다. 안데르센이 어렸을 때 그의 어머니는 부자와 재혼한다. 그러나 아이들과 함께 사는 것이 힘들어서 결국 이혼하게 된다. 이런 환경을 투영한 작품이라는 평론이다.     


〈인어공주〉 어렸을 때 읽은 내용이 생생히 살아난다. “The first morning after he marries another your heart will break, and you will become goam on the crest of the waves. 그가 만약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면, 그다음 날 아침에 네 심장은 무너지고 너는 파도가 철썩거리는 동안 그 위에 떠다니는 물거품이 되겠지.” 인어공주가 구해준 왕자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게 되는 과정에 언니들이 인어공주에게 경고하는 메시지다. 영어 문장과 작가의 해석을 같이 읽는 것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백조 왕자〉 11명의 오빠가 마녀의 저주로 백조로 변한다. 아름다운 공주 엘리제는 오빠의 저주를 풀기 위해 쐐기풀로 옷을 만든다. 왕비가 되었지만, 옷을 다 만들기 전에 말하면 목소리가 비수가 되어 오빠들을 죽인다는 약속 때문에 사형에 처할 위기가 닥쳐도 옷을 완성하고 저주에서 풀린다. 해피 앤딩, 어렸을 때 가슴 조이며 읽었던 내용이 새록새록 떠 오른다. “She took courage, and used the sharp leaves of the rushes to lace together a dress for herself. 그녀는 용기를 내어, 쐐기풀의 날카로운 잎사귀를 이용해 옷을 지었어요.” 백조 왕자〉는 엘리제의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과 남매간의 우애를 감동적으로 그려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미운 오리 새끼〉 못생긴 새끼 오리가 온갖 구박을 받으며 살아 간다. 어느 날 우아하게 춤을 추는 백조의 무리를 발견하고 다가간다. 물에 비친 자기 그림자를 보고 백조라는 사실을 안다. 이 동화는 우리에게 너무 친숙하다.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던 어린 시절 안데르센을 투영한 작품이라고 한다. 안데르센의 키는 185cm로 당시에는 흔치 않은 큰 키였다. 게다가 정규 교육을 제때 받지 못해 뒤늦게 들어간 라틴어 학교에서 자신의 작품을 무시하며 악평하는 교장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겼다.      


고난과 아픔만 이어질 것 같던 혹독한 인생에도 언젠가는 봄이 찾아온다는 희망만큼은 여전히 〈미운 오리 새끼〉의 결말 속에 담겨 있다. “Everything has its beauty, but not everyone sees it, The difference in appearance doesn't matter, as long as you have a good heart”를 나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모든 것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지만, 누구나 그것을 보지 못한다. 외모가 다른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 선한 마음만 있다면.     


부록에 실린 아름다운 문장 가운데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적어본다.

A mother's arms are more comforting than anyone else's. 어머니의 품은 어떤 사람보다도 위로가 된다.     


The family is a haven in a heartless world. 가족은 무정한 세상에서의 안식처이다. 


Enjoy the little in life, for one day you'll look back and realize they were the big things. 인생의 작은 것들을 즐겨라, 언젠가 돌아보면 그것들이 큰 것들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오랜만에 동화를 읽고 옛날을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중학교 입학시험을 보기 위해 시내에서 하룻밤 자게 되었는데 아버지가 나에게 필요한 것 사주마. 하는 말에 동화책을 사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내일 시험을 볼 수험생이 동화책에 빠졌다. 다행히 시험에 합격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철없는 행동이었다. 그런 아들을 믿고 동화책을 사준 아버지의 심정은 어땠을까? 한 권의 책이 나를 초등학생 시절로 데려갔다. 영어 원문과 함께 옆에 두고 자주 읽을 책이다.     

이 책은 리텍콘텐츠 출판사의 문학 ‧ 에세이 단행본 브랜드인 센텐스에서 제공받아 읽었다. 

   


책 소개

박예진 엮음 편역. 『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2024.05.07. 센텐스. 271쪽. 18,800원.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Hans Christian Andersen.(1805~1875)

덴마크에서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났다. 1835년 《즉흥시인》이라는 소설로 등단. 이후 동화 작품집을 발표했다. 덴마크 최고 동화 작가가 되었다. 가난한 환경, 외모 콤플렉스, 양성애적 애정 문제 등 고통을  겪었다. 그의 장례식에 덴마크 국왕이 참석해 주모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박예진. 북 큐레이터, 고전문학 번역가. 작품, 『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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