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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Aug 23. 2024

『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

〈모든 파도는 비밀을 품고 있다〉

이 책의 부제목은 〈모든 파도는 비밀을 품고 있다〉이다.    

 

셜록 홈즈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서 코난 도일의 작품이다. 

1925년 영국에서 『해적과 푸른 물 이야기』로 출간되었다가 1925년 『샤키 선장의 거래 & 해적 신화』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번역본으로 나온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10편의 단편 추리소설을 담고 있다.     


240페이지의 제법 두꺼운 책이지만, 책을 펴자 첫 번째 〈조셉 하바쿡 제프슨의 성명서〉부터 10편의 단편을 한눈에 읽었다. 그만큼 재미 있다. 100 년 전에 쓴 글이 이렇게 실감 나게 세밀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지 작가의 천부적인 재능에 찬사를 보냈다.     


첫 번째 이야기는 1873년 12월 영국 선박 ‘마리 셀레스트’호에 관한 이야기다. 

같은 해 10월 12일 미국 보스턴에서 포르투갈의 리스본으로 가는 ‘마리 셀레스트’호에 탑승한 승객 조셉 하바쿡 제프슨은 기이한 일을 겪는다. 제프슨은 하버드대학교 의학 박사이자 브루클린 사마리탄 병원 전문의다. 남북전쟁에 참가하였다가 부상당하고 요양하던 중 아프리카 흑인 시종 여자에게 신비한 돌을 받는다. 흑인 여자는 돌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면 보호받을 것이라는 말한다. 전쟁 중 당한 부상이 심해지자, 의사는 항해를 권한다. 그래서 마리 셀레스트호에 승선하게 되었다. 승객 3명 중 한 명은 혼혈인이다. 그는 백인 혐오주의자로 신분을 감추고 그 배에 승객으로 합류한 것이다. 그는 배를 계획적으로 잘못된 위치로 유도하고 목적지 포르투갈을 지난 남아프리카까지 간다. 그곳에서 흑인들에게 포로로 잡힌 제프슨의 몸에서 신비한 돌을 발견한 흑인들은 제프슨을 신성시하고 풀어준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긴박한 표현과 실감 나는 전개에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제2화는 보스턴 부두에서 출항한 멋진 배 ‘스파르탄’에 탑승한 승객 함몬드가 목격한 사건에 관한 이야기다. 함몬드는 신경질적이고, 소심하고 외로움과 애정 결핍을 겪는 민감한 성격이다. 배가 출항 직전에 두 명의 남자가 탑승한다. 함몬드는 우연히 그 두 사람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듣는다. 갑판에서 검은 상자를 두고 오늘 밤 어떤 사건을 저지를 계획을 모의하는 내용이다. 그들은 기폭 장치로 유추되는 흰색 알갱이를 상자에 쏟아 넣는다. 함몬드는 이 사실을 선장에게 알려서 큰 폭발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친한 친구를 우연히 만난다. 친구는 함몬드의 이야기를 듣고 웃어넘긴다. 전전긍긍하는 함몬드를 위로하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마침내 밤은 물러가고 아침이 되었다. 검은 상자에서 두 마리의 비둘기가 나와 힘차게 도약했다. 그들은 비둘기 경주를 위해 스파르탄에 승선한 것이다. 이 사실은 뉴욕 헤럴드 스포츠 기자에 의해 기사로 보도된다. 는 내용이다. 함몬드의 전전긍긍하는 모습과 심리상태, 사건의 전개와 선장에게 사실을 알리기 위해 암시적인 문구를 사용하는 모습 등 세밀한 전개가 너무 재미있다. 작가의 재능은 독자가 함몬드의 말에 공감하고 큰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세 번째 이야기는 〈육지의 해적〉이다. 사건의 배경은 이스트본-틴부릿지 도로에서 세 건의 강도 사건이 발생한다. 첫 번째 피해자는 로널드 바커라는 청년이다. 피해품은 7실링이 전부다. 두 번째 피해자는 다음 공연을 위해 이동 중인 여배우다. 세 번째 피해자는 은행가 와일드이다. 심한 폭행으로 목숨을 잃었다. 로널드 바커는 다음 날 지방 판사 헨리를 찾아가서 당신이 범인이라고 하며 추궁한다. 헨리는 자신이 범인임을 바커에게 말하고 강도 행각에 관해 이야기한다. 바커는 이야기를 듣고 활짝 웃으며 헨리의 손을 잡고 “다시는 그렇게 하지 마세요. 너무 위험합니다.”라고 말했다. 일반사람은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지방 판사가 강도가 된다는 황당한 내용이 합리적으로 설명되는 과정이 재미있다.     


네 번째 이야기는 〈폴스타호의 선장〉이다. 북극해에서 조업하다 얼음 빙산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선원들이 귀신을 목격했다는 말이 선내 퍼진다. ‘나’는 폴스타호의 선상 의사이다. 선장과 선원들의 상태에 관해 의논하고 장기간 항해에 따른 건강관리를 한다. 바닷물이 얼고 항해는 불가능하다. 식량은 점점 떨어져 간다. 제한 급식이 되고 선원들은 매일 밤 귀신을 목격한다. 마침내 선장도 환상을 보고 얼음 벌판으로 떠난다. 선원들은 구조대를 편성해서 수색에 나선다. 선장의 시체를 발견하고 얼음이 녹으면서 뱃길이 뚫린다. ‘나’는 약혼녀가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장기간 선상 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신적인 고통과 얼음 바다에 갇혀서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공포가 세밀하게 묘사된다. 북극의 추위 속에 갇혀 있는 느낌을 받았다. 덕분에 더위를 잊었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협력의 끝〉이다. 서부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하고있는 워커와 세베랄 박사는 원주민들이 공포에 젖어있는 미신을 깨기 위해 사건이 발생한 오두막에서 밤을 보내려고 한다. 마침 ‘게임콕’이라는 긴 경주용 배로 탐험하고 있는 멜드럼은 일행과 함께 이곳을 지나다 세베랄을 만난다. 워커는 말라리아에 걸려서 멜드럼이 세베랄 박사와 함께 오두막에서 밤을 보내기로 한다. 밤을 무사히 보내고 아침에 워커가 누워있는 곳에 가보니 워커가 죽어있다. 특이한 것은 가슴뼈가 없는 것처럼 물렁물렁하다. 사건의 범인은 누구인가. 추리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여섯 번째 이야기는 〈줄무늬 상자〉이다. 바다를 떠돌고 있는 함선이 있다. 항해 중인 ‘나’는 그 배를 발견한다. 그 배에는 사람들이 죽어있고 물건들이 어지럽게 놓여있다. 그 배에서 검은 상자를 하나 발견한다. 그 검은 상자를 열자, 상자 속에는 황금 촛대가 하나 있었다. 촛대를 집는 순간 상자 속에서 날카로운 강철 가시가 튕겨 나와 촛대를 잡은 사람을 공격하게 되어있다. 배에서 살인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작가의 설명과 이야기의 반전이 너무 재미있다.     


〈샤키 선장: 제인트키츠의 총독이 집으로 돌아온 방법〉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이 위트레흐트 조약에 의해 마무리되자 대부분의 해적은 더 이상 해적으로 활동할 수 없었다. ‘모닝 스타’호의 존 스카로우 선장은 바스테르 성채에서 100야드 거리에 있는 정박장을 향해 닻을 내렸다. 해적들의 악행을 대표하는 ‘해피 딜리버리’호의 샤키 선장은 총으르 들고 다니며, 사람들을 살해하는 악명 높은 선장이었다. 그의 잔인한 범죄와 무자비한 살인에 관련한 이야기들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모닝 스타호는 보물을 실고 항해를 준비한다. 유명한 해적 샤키 선장을 피하기 위해 먼 항해를 선택한다. 그런데 갑자기 세인트키츠 총독이 동승하게 된다. 항해는 시작되고 영국 해안에 이르렀을 때 샤키 선장이 총독으로 변장하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샤키 선장과 스티븐 크래독의 거래〉 늙은 해적에게 ‘조심 하기’는 매우 필요한 전략 중 하나였다. 그는 신속한 속도로 배를 정비하고 전쟁터에서 탈출했다.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씩은 배의 바닥에 달라붙은 긴 해초들고 따개비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그의 항해 실력을 유지하는 것은 힘들었다.     


해적은 단순한 ‘약탈자’ 무리 이상으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그들만의 법, 관습, 질서를 갖추고 있는 하나의 떠다니는 공화국이다. 스페인 사람들과 끝없이 충돌하다 보니 그들은 겉으로 볼 때 스페인의 편으로 보이기도 했다.      


현대에서 해적들 이야기가 뉴스에 나온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되었다 구조된 석 선장 이야기도 있었다. 오랜만에 셜록 홈즈와 맛이 다른 추리 소설을 읽었다. 무더위를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재미있다.     

이 책은 리텍콘텐츠에서 제공받아 읽었다.     


책 소개.     

『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남궁진 옮김. 2024.08.26. 센텐스. 242쪽. 16,800원. 


아서 코난 도일 Arthur Conan Doyle.(1859.05.22.~1930.07.07.)

영국의 의사이자 소설가로, 1859년 5월 22일에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태어났으며, 1930년 7월 7일에 잉글랜드 이스트서식스주 크로버러에서 사망했다. 셜록 홈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추리소설이 그의 대표작이다. 아서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 시리즈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주홍색 연구』, 『바스커빌 가문의 개』, 『쥐라기 공원』 등 다양한 작품을 썼다.     


남궁진. 영미 문학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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