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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Sep 27. 2024

문경민 소설 『나는 복어』

청소년 문학 소설

정신세계를 가끔 청소하고 싶을 때 청소년 소설을 읽는다. 이 책도 청소할 때가 되어 읽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김두현이다. 기계공업고등학교 2학년이다. 두현이가 초등 4학년 때 엄마는 죽었다. 아버지는 가출했다.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산다. 할머니네는 복어식당을 한다. 할머니는 주방에서 요리하고 할아버지는 홀에서 서빙 한다. 할아버지는 점잖고 차분하다. 할머니는 에너지가 넘친다. 다정하게 하는 말이 욕이다. “썩을 놈”이 기본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으로 두현이는 심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평범한 학생이 되었다. 학교 공부도 적성에 맞다. 기계공고라서 밀링 실습을 하는 데 밀링은 쇠를 깎아 필요한 모양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두현이는 밀링이 좋다. 쇠를 깎아서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좋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인 준수와 인문계에서 전학 온, 학급에서 유일한 여학생 재경이 친구다. 재경의 오빠는 두현이네가 다니는 학교 선배다. 실습을 나갔다가 산업재해로 다쳤고 후유증으로 취업도 못 하고 집에서 쉬고 있다. 산업재해를 당한 공장의 사장도 그 학교 선배이다. 재경의 오빠는 산업재해에 대한 보상과 사과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재경은 그 사장에게 항의 한다. 사과하라고.     


두현이 별명은 ‘청산가리’이다. 두현의 엄마가 죽은 것이 자살이고, 청산가리를 먹고 죽었다는 언론 보도 때문에 사람들이 알게 되었고 두현이도 그것을 보고 사실로 믿고 있었다. 하교 길에 인문계에 다니는 형석이가 ‘청산가리’라고 같은 일행에게 말하는 것을 두현이 들었다. 형석이는 두현이와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다. 친한 사이도 아닌데 두현이 일을 친구에게 말한 것이다. 두현이는 형석에게 항의하고 다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다짐한다. 그런데 며칠 후 그 일이 살해 협박을 당했다는 형석 부모의 신고로 학교 생활교육위원회가 열리고 두현이는 사회봉사명령을 받는다.     


책 중에서     

복어, 겉보기에는 온순해 보이지만 입안에 니퍼 같은 이빨이 있고 내장에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다.     


복국이 먹고 싶었다. 삶이 온통 회색빛이었기 때문인지 하고 싶다. 되고 싶다. 먹고 싶다. 같은 모든 욕심이 나는 반가웠다.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다시 우리 집을 향해 걸어갔다.      


두현은 엄마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답 없는 그리움은 나의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지 속삭인다. 고금은 안타까운 기분으로 지금을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나 또한 언젠가 누군가의 기억과 그리움이 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학교 폭력이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 아이들끼리 서로 싸우고 패거리를 만들어 다니고 했다. 돈이 귀하던 시절이라 뺏길 돈도 없었지만, 가끔 돈을 뺏으려는 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이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부모님들은 먹고살기 위해 바빴고, 학교에 다닌다는 것 하나로 만족해야 하는 시절이었다.     


요즘은 아이들이 귀한 세상이다. 점점 인구수가 감소하고 정부는 어떻게 하면 출산율을 올릴 수 있을까에 고심하는 세상이다. 인터넷, 스마트폰, SNS로 친구와 대화하고 오프라인 만남보다 온라인이 익숙한 세대이다. 거기다 팬더믹까지 경험하다 보니 사람끼리 만나고 부대끼는 시절이 아니다. 그래서 학교 폭력 양상도 더 잔인하고 교묘하다. 따돌림으로 인간성을 파괴하고 약한 아이만 집중공격 한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학교 폭력에 대처하는 방법도 달라졌다. 잘못하면 선생님이 처벌받을 경우가 많다. 본의 아니게 학생을 위하다 보면 오해를 받고 불이익을 받는다. 그래서 위원회가 생기고 사법당국의 처리에 의존한다. 점점 사제간의 정은 없어지고 냉혹한 처벌과 벌칙만 존재한다.     


작가의 생각인지 주인공의 생각인지 알 수 없지만, 요즘 고등학생들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학교 다니고 친구를 사귀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먹는 것은 달라졌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 친구를 만나면 맛있는 음식을 먹고, 고민을 이야기하고 서로 도와주려고 하는 순수한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작가는 두현이 이야기를 해피앤딩으로 만들었다. 꿋꿋하게 시련을 딛고 앞을 향해 전진하는 젊은 모습이다. 주인공 두현이가 아빠와 화해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해서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정신세계 청소에 도움이 됐다.          


책 소개

『나는 복어』 문경민 지음. 2024.03.22. (주)문학동네. 191쪽. 12,500원. 

     

문경민. 『훌훌』로 제12회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과 14회 권정생문학상을, 제13회 혼불문학상, 제17회 중앙신인문학상, 제2회 다시 새롭게 쓰는 방정환 문학 공모전 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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