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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May 26. 2022

조해진 저. ‘단순한 진심’을 읽고

해외 입양아에 관한 이야기

철로에서 발견되어 프랑스로 입양된 여자아이가 성인이 되어 자기의 연고자를 찾는 내용이다.

생소한 이국에서 외모가 다른 양부모에 의해 양육되는 과정에서 겪는 한 사람의 역경이 녹아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저마다 사연이 있겠지만,

‘입양아’라는 특수한 입장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애환을 누구나 이해한다는 말로 표현하는 것은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겪는 생부모에 대한 원초적인 원망과 그리움 ‘왜 나를 버렸는지?’에 대한 물음에 어떤 대답을 해 줘야 할까? 그들의 심정을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누구도 감히 이해한다고 말해서는 안 되는 부류의 아픔이...”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 만나고 또 헤어진다는 것은 인간의 숙명이다.

태어나고 죽는 것도 피할 수 없다.

“다 소모해 버린 몸을 버리고 이제 곧 무형이 암흑에 도착하게 될 망자는 씨앗이나 연기처럼, 혹은 한 줌의 물질이거나 에너지가 되어 영원한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수십억 년의 진화를 거슬러서, 이 세상에 오기 전 하나의 세포로도 존재하기 이전에 그러했듯이.”

 프랑스에서 서울로 자신의 과거를 찾아왔다가 만난 인연들과 이별하고 다시 살아온 곳으로 돌아간다.

    

책 중에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나온다. 주인공의 과거를 추적하는 내용의 독립영화다.

영세한 예산으로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요즘 영상 만들기에 푹 빠져 있는 나에게 다른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상에 필요한 전문용어도 등장한다. 촬영기법도 나온다. 가볍게 읽은 책에서 진지한 정독으로 바뀌었다.


어릴 적 무의식에 남은 기억은 평생을 지배한다.

주인공은 생부모가 자기를 철로에 버렸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과거를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자기가 길을 잃어 부모를 못 찾을 수도 있다는 객관적인 추론을 듣고 자기를 발견했던 사람의 결정적인 이야기를 듣고 ‘버림을 받은 것이 아니라 자기의 실수로 길을 잃었다.’는 확신을 갖는다. ‘사람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속담이 있다.

내가 갖고 있는 생각에 따라 비참할 수도 행복할 수도 있다는 것을 소설은 천천히 추적한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 사는 것이 죽음으로 끝이 아니고 기억에 남아 있는 한 계속되는 연속극이다.    


단순한 진심. 조해진 저. 2019.07.05. ㈜민음사. 263족. 13,000원.    


조해진 : 1976년 서울 출생.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천사들의 도시” 등 소설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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