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희 추리소설
이 책은 한국추리문학대상 수상 작가 김재희의 소설이다. ‘2022년을 살아가는 여성 서사 이야기’라는 카피를 달고 있다.
소설의 줄거리는 강아람은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유학 후,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행동 분석팀 프로파일러에 특채 합격해서 일선에서 수사관 업무를 배우기 위해 송파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서선익 형사의 조원으로 배치된다.
무인텔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피해자는 경찰관 채용시험에 합격해서 경찰학교 입학을 앞둔 김민동이다. 코와 입이 본드로 막혀있어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용의자는 함께 투숙했다가 먼저 퇴실한 여성이다. 용의자로 지명된 사람은 김민동과 사귀던 여자 설희연이다.
사건 발생지는 강동서 관할구역이다. 살인 사건에 대한 수사는 강동서에서 맡고 있다. 서선익과 강아람은 소액 사기 사건 피의자로 신고 접수된 설희연을 쫓고 있었다. 강동서 수사팀과 별개로 용의자 설희연을 추적한다.
우여곡절 끝에 설희연을 검거하였지만, 살인범은 설희연과 동고동락했던 주성이 었다. 설희연은 누명을 벗고 사기 사건에 벌금형을 받고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요즘 젊은 여성들의 세계에 이런 삶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는 소설의 모티브를 심리상담소를 하는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를 소설로 각색하였다고 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픽업아티스트’라는 신종 직업을 알게 되었다. 정식 직업은 아니고 범죄 유형의 하나로 여자가 남자에게 접근해서 남녀관계를 빌미로 소액을 빌리고 갚지 않는 신종 사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일컫는 단어라고 한다. SNS를 통해 만남을 계기로 돈을 요구하고 잠적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외로움을 하소연하며 친구를 맺고 몇 번 채팅하고 나면 구구절절 사연을 보내 돈을 요구하고 차단하는 수법도 흔하다고 한다. 모두 현대인의 외로움, 고독을 노린 범죄이다.
설희연이 남자에게 소액 사기를 치기 위해 이리저리 인터넷 모임을 찾아다닌 것은 분명해 보였다. 문제는 어디에도 폰 번화나 주소를 남기지 않았고 페북이나 인스타 계정도 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움직임이 최근 한 달 내에 벌어진 일들이다. 장민석에게 사기 친 것도, 포털 카페 오프 모임에 간 것도, 그리고 김민동이 죽은 것도.
여기가 성소수자 모임이라 몇 번 만나고 진심을 확인하기까지 폰 번호 서로 몰라요. 정말 폴리아모리나 무성애 사상을 존중해 주는 회원만 남죠.
포털 카페로 들어가 ‘스노우’를 찾아서 보여줘싸. 여성, 30대로만 적혀 있지 다른 정보는 없었다. “우리 오프 모임은 원칙적으로 정보 공개하고 나온다고 댓글 달아야 되는 데 이분은 쓱 그냥 조심스레 찾아와 그런가 했죠. 사실 가장 진상이 뭐냐면 유부남들이 폴리아모리를 가장하고 다중연애를 지향한다며 나와서 물 흐리는 거거 든요. 여자 보다는 중년 남자를 가장 경계하죠.”
확신이 서지 않으면 ‘네’라고 하지 마. 만나기 전에 서로간에 간을 보는 톡도 5분 간격을 둬야 해. 5분. 것보다 길면 남자는 딴 데 정신을 팔고 관계가 끊어져. 것보다 짧으면 우리가 애 닳는 줄 저쪽이 눈치채. 남자는 갑을 깎으려 들지. 그러니까, 5분! 보내놓고 5분 후 남자가 목맬 때 답을 보내. 네, 라는 답은 확신이 서기 전에 함부로 답하지 않는 거야. 5분 후가 답이야. 시간차는. 이 일에도 순서와 방법이 있는 거야.
남자 픽업아티스트와 여자 픽업아티스트는 완전 작업방식이 달라요. 남자는 몇 명의 여자와 잤는지 그 숫자가 중요하대요. 서른 살인데 1,300명이랑 잤다는 애도 봤어요. 거짓말 같은데 사실이랴. 하룻밤 자고 나면 다시는 안 본대요. 얼마나 나쁜 놈이에요. 근데 우리 여자 픽업은 달라요. 우리는 숫자가 아니야. 아예 성관곈 안 하죠. 얼마나 도움을 많이 받느냐가 포커스죠.
자신은 직접 사람을 대면하고 그들에게 미소와 아양을 팔지만, 가게 점원은 물건이라는 매개체를 판다. 예술가는 작품을 거래인이 대신 팔아준다. 기업은 물건을 만들어 유통업체들이 판다. 재벌은 유통업체나 공장이 만들어 내는 돈을 높은 위치에서 쓸어 간다. 물건을 손으로 만지지 않아야 고급 계층이 된다. 희연은 늘 사람을 만나 그들에게서 직접 무언가를 서비스 해주고 돈을 받았다. 가장 험하고 힘든 일이고 미래도 보장받지 못는 데다 불법이다. 이 일을 관워야 하지만 먹고 살고 집을 구할 길이 막막했다.
과학이 발달하고 생활이 편리해졌다고 한다. 힘들고 어려운 일은 로봇이 하고,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전화할 수 있고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재미있는 오락기구도 많이 개발되어 있지만, 정작 인간관계를 가깝게 하는 것은 점점 사라져간다. 펜더믹 이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대면 문화가 바뀌었다. 귀찮고 불편하면 안 만나면 된다. 경조사에 부조금도 계좌이체가 당연한 시대가 되었다. 만남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 소설도 그런 문화를 그린다. 재미있게 읽었다.
책 소개.
『꽃을 삼킨 여자』 김재희 지음. 2022.03.03. 몽실북스. 327쪽. 15,000원.
김재희. 2006년 데뷔작 『훈민정음 암살사건』으로 ‘한국 팩션의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출간작. 『서점 탐정 유동인』 등.
※ 팩션Faction이란,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한국식 신조어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새로운 시나리오를 재창조하는 문화예술 장르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