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가 낱낱이 짚어낸 대한민국의 문제
사람은 말로 생각을 주고받는다. 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가 한 말을 상대방이 받아들이고 따르기를 원한다. 예를 들어 어떤 음식을 먹으라고 상대방에게 권하면 상대방이 흔쾌히 먹길 바란다. 이때 하는 말이 “먹어주라”이다. 내가 한 말이 상대방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른 속된 표현으로 “먹어주라”가 유행한 때가 있었다. 대한민국의 오늘은 말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한 마디로 ‘안 먹어주는’ 사회다.
저자는 이 책에서 “대한민국이 가장 큰 문제는, 거짓말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닌 것이 되어 버렸거나, 염치없는 행위들도 문제가 되지 않고 허용되면서 인간 사회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기풍이 무너진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집권 세력이 앞장서서 무너뜨리고 사회적으로 확산되어 버렸다는 점이다. 이것은 가장 근본 소질이기 때문에 한 번 무너지면 다시 세우기가 쉽지 않다. 권력을 놓치지 않으려고 기본 기풍을 무너뜨리면 정치 자체가 파괴되어 국가적으로 더 큰 손실을 입는다. 정치를 자기 뜻대로 하려고 기본 기풍을 포기하면, 말의 질서가 파괴되고 신뢰가 무너져서 국가는 서 있기 어렵다. 거짓과 몰염치와 ‘내로남불’로는 국가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혁명이고, 개혁이고, 통일이고 간에 거짓말만 줄여도 문제의 반은 해결된다.
내가 보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불행하게도 감각과 감성의 작동 기제에 갇혀 최소한의 지적 개방성도 허용되지 않는 매우 극단적인 양분 상태다. ‘한 나라 두 국민’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어느 쪽에서나 ‘내로남불’을 대놓고 하고 얼굴색도 바뀌지 않는다. 상대방을 비난하는 일에는 마치 활시위를 당기듯이 결사적이다.”라고 말한다. 동의한다. 이 글은 2021년에 쓴 것인데 4년이 지난 2025년에는 이 현상이 더욱 심화하여 중증이 되었다.
인간을 인간으로 지탱 해주는 가장 원초적인 힘 가운데 하나가 무엇일까? 염치를 아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고도 염치가 살아 있다면 즉시 수정하고 다음에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지만, 염치가 살아 있지 않으면 거짓말을 하고도 상황을 들어 어쩔 수 없었다고 강변하거나 상대방에게 뒤집어씌우고 감추려 한다. 작금의 우리 현실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의 언행이 이와 같다.라는 점이 비극이다.
염치가 있다면 최소한 과거에 상대방을 비난하려고 했던 말이 자신에게는 해당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사람들은 당장의 기능적인 작은 이익 때문에 본질을 포기하고 거짓을 범한다. 자기가 한 말을 지키겠다는 최소한의 염치만 있어도 본질을 포기하고 기능을 취하려는 유혹을 이길 수 있다.
책 중에 동의하는 글귀를 옮긴다.
정치 공작은 정치 행위자들이 정치권력을 잡고도 그것을 지키는 방법에만 관심을 두지, 삶의 문제를 해결하여 사회를 진보시키는 데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행위이다. 대한민국에는 정치 공작이 대부분을 차지함으로써 지금은 정치가 사라졌다.
인간은 자신이 가진 시선의 높이 이상을 살 수 없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자신이 가진 시선의 높이에 따라 완전히 결정된다. 국가도 똑같다. 국가의 모든 일은 대개 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시선의 높이에 따라 결정된다. ‘시선의 높이’는 이처럼 개인의 삶이나 국가의 경영을 좌우하는 치명적인 결정권자다. 시선의 높이는 지적인 높이다. 감정이나 감각의 높이가 아니다. 지적인 높이는 추상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더 추상되면 더 높아진다. 철학은 정치에 비해 더 추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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