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y / Narrative Oka Mari』
이 책의 표지 제목은 『Memory / Narrative Oka Mari』이다.
책 내용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도래하는 폭력적 사건의 기억 때문에 현재의 삶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과거 사건의 폭력성으로 정신적 외상을 입고 ‘타자’의 삶을 사는 이들이 기억의 감옥에서 벗어나려면 그들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그들이 겪은 폭력적 사건의 기억을 나누어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일본 도쿄외국어대학 재학 중 아랍어를 배우기 위해 이집트 카이로에서 1년 정도 유학했다. 당시 하숙집 주인인 마리아 아주머니는 후식으로 서양배를 내놨던 적이 있다. 마리아 아주머니는 기분이 좋을 때면 식사를 내오면서 음식 이름을 커다란 소리로, 아랍어로 외치는 습관이 있었다. “이나브(포도)”, “론만(석류)”, “밧티브(서양오이)”…. 어쩌면 아주머니의 그런 행동에는 아랍어를 배우는 유학생에게 낱말 하나라도 더 익히게 해주려는 따뜻한 마음도 담겨 있었을 것이다. 서양배가 제공되었을 때도 아주머니는 이와 같이 소개했을 것이다.
도쿄로 돌아와서 15년이 지난 즈음에 슈퍼마켓에서 서양배 주스가 있었다. 그곳에서 주스를 들고 서양배의 아랍어 명칭을 생각하려고 했지만 결국 생각해 내지 못했다. 그런데 저녁에 냉장고에서 차가운 주스를 꺼내 마셨다. 그런데 그 순간 15년 전 이집트에서 먹었던 것과 똑같은 새콤달콤한 서양배 향이 입안과 콧속에 가득찬 그 순간 달콤한 과즙이 스며든 입안 세포 깊숙한 곳에서 마리아 아주머니가 외쳤던 ‘코메에토리아(서양배)’라는 낱말이 돌연 떠올랐다. 15년 전에 몇 차례 들었을 뿐인 그 낱말이 몸속에서 지줘지지 않고 잠자고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잠자고 있었던 기억이 마치 사막의 땅속에 잠들어 있던 바싹 말라버린 씨앗이 봄비를 맞고 돌연 일제히 싹을 틔우듯 서양배 향을 맡고 떠오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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