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라 슬리마니 소설
이 책은 모로코 출신 여성작가의 프랑스 소설이다. 제목이 왜 ‘달콤한 노래’인지 모르겠다.
이야기의 시작은 ‘아기가 죽었다.’이다. 단 몇 초 만에. 고통은 없었다고 의사가 분명히 말했다. 폴과 미리암은 파리 10구 오트빌 가의 근사한 아파트 5층에 산다. 폴은 유명한 스튜디오에 어시스턴트로 채용되어 바쁜 일상을 보낸다. 미리암은 첫째를 임신했을 때 법학과를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다. 아이가 태어나자 미리암은 전업주부가 되어 육아에 힘쓴다. 그 사이 둘째를 임신한다. 둘째가 태어나고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것이 따분해질 때 미리암은 법학과 동기인 파스칼을 만나고 파스칼은 다시 변호사로 활동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문제다. 폴과 미리암은 아이들을 돌볼 보모를 구한다.
여러 대상자를 면접했지만,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다, 마지막에 면접한 루이즈는 폴과 미리암의 마음에 쏙 들었다. 루이즈는 폴과 미리암의 집에서 아이들을 돌본다. 루이즈가 보모로 들어온 후 집은 완전히 바뀐다. 깔끔하고 맛있는 요리와 아이들을 돌보는 데 만족하고 부부가 직업에 충실할 수 있게 된다. 주변 사람들을 초청해서 파티할 수 있게 된 것도 루이즈 덕택이었다. 폴은 파티하는 날 취중에 휴가에 루이즈를 동행할 것이라고 말한다. 휴가를 같이 가고 루이즈는 처음으로 행복을 느낀다.
책 전반에 거쳐 루이즈에 관한 내용이 전개된다. 어쩌면 이 소설은 루이즈의 이야기이다. 남편을 만나 딸을 하나 낳았지만 생활력이 없는 남편은 소송과 투기로 병을 얻고 일찍 죽는다. 딸 스테파니는 가출한다. 혼자 살아갈 수 없는 루이즈는 아이를 돌보는 보모 일을 한다.
루이즈는 폴과 미리암의 집에서 행복을 느끼고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싶지만, 아이들은 자라고 보모가 필요 없는 시기가 다가오자, 루이즈는 미리암이 아기 낳기를 바란다. 그러나 루이즈의 이런 희망은 소용없는 일이었다. 결국 이 가족들과 헤어져야 할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루이즈는 막다른 골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가정을 파탄 낸 사건은 발생한다.
책을 읽으면서 대한민국의 현실을 생각해 본다. 1인 가구 수가 천만에 육박한다고 한다. 오천만 인구에 다섯 명 중 한 명이 혼자 산다. 외로움과 질병, 생활비에 급급한 현실에서 사회는 점점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있다. 타인에 관한 일은 나와 무관한 것이다. 신경 쓸 필요도 없지만 동정이나 도움 등 불필요한 관여로 문제를 일으킬 필요가 없다. 루이즈의 문제가 우리의 현실이다.
사람 사이에 생기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에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채용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사람을 채용하고 일을 시키는 것은 냉정하게 업무적이라야 한다. 인간적 친밀감을 내보이거나 나의 영역에 들어올 자리를 주지 말아야 한다. 폴과 미리암도 루이즈에게 속된 말로 정을 준 것이 잘못이다. 해고해야 할 때 냉정하게 해고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인생이 끝장이 났다. 아이들도 다 죽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폴과 미리암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 때문에 초래된 일이다.
가사도우미는 내 가정사에 자연히 관여하게 된다. 개인적인 문제와 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된다. 폴과 미리암은 루이즈에게 현관 출입문 열쇠도 만들어 주었다. 언제든지 출입할 수 있다. 루이즈가 사는 월세 아파트는 부랑자, 룸펜, 오갈 데 없는 막다른 인생이 하루하루 의지하는 곳이다. 루이즈는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다. 월세도 많이 밀렸다. 필리핀 가사도우미의 형편을 고용하는 사람이 상세히 안다고 하더라도 내밀한 개인적 사정을 알 수 없는 일이다. 루이즈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보장은 없다.
작가는 섬세한 표현으로 루이즈와 폴, 미리암의 심리 상태를 표현한다. 파리의 모습과 그리스 휴양지의 아름다운 풍광과 일상을 벗어난 휴가의 여유로움과 안식을 아름답게 그렸다.
책 중에서,
루이즈가 이 집에 오고 몇 주 후, 뒤죽박죽이었던 아파트는 완벽한 중산층 실내 공간으로 바뀐다. 유행이 지난 옛날 자기 방식으로 뭐든 완벽하게 해야 하는 습관대로 집을 정돈한다. 미리암과 폴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한다. 담배 연기와 먼지로 누렇게 된 커튼을 빤다. 일주일에 한 번 침대 시트를 간다. 폴과 미리암은 좋아 어쩔 줄 모른다. 폴은 루이즈에게 미소 지으며 꼭 메리 포핀스 같다고 말한다. 부부는 밤에 보송보송한 시트에 편안히 누워서 자신들이 누리는 이 새로운 삶이 믿어지지 않아 웃음을 터뜨린다. 루이즈의 급여가 가계 지출에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폴은 이제 불만이 없다. 몇 주 사이 루이즈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
하루하루 그녀는 고마운 루이즈에게 일을 하나씩 하나씩 더 넘겨버린다. 이 보모는 암전 속에서 연극 무대장치를 옮긴다. 루이즈는 무대 뒤에서 조용히, 힘차게, 바삐 움직인다. 투명한 마법의 줄을 잡고 있는 자가 바로 루이즈다. 그녀는 점점 더 빨리 오고 점점 더 늦게 간다.
미리암은 짜증 섞인 시선으로 폴을 쏘아본다. 그의 농담에 그녀도 같이 웃는 척하지만, 폴은 취기가 오르면 그녀의 신경을 긁는다. 그는 외설적이 되고 둔감해지는 데다 현실 감각을 잃어버린다. 많이 취하면 그는 끔찍한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초대하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한다. 온갖 거짓말을 해댄다. 하지만 아내의 짜증은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다.
다음 날 아침 폴은 입술에 적포도주 자국이 벤 채 잔뜩 구겨진 셔츠 차림으로 잠에서 깬다. 지난밤 기억의 조각들이 떠오른다. 자기가 한 제안이 생각나고 아내가 노려보던 것도 기억난다. 이런 멍청이가 있나 싶고 벌써 앞일이 피곤하다. 실수했으니 어떻게든 만회해야 하리라.
모든 게 돌고 돌아 거꾸로 돼요. 저 아이의 유년과 내 노년. 내 젊음과 저 아이의 남자로서의 인생. 운명은 뱀처럼 사악해요. 항상 비탈의 나쁜 쪽으로 우리를 밀어붙이려 든단 말이죠.
삶은 이런저런 책무와 완수해야 할 계약, 잊으면 안 될 약속의 연속이 되었다. 미리암과 폴은 일로 정신이 없다. 그들은 그렇게 일에 치인다는 것이 곧 성공을 알리는 징표이기라도 한 듯, 끊임없이 정신이 없다는 말을 한다. 그들의 삶은 용량을 초과해서, 남은 자리는 겨우 잠을 위한 것일 뿐, 무언가를 응시할 자리는 전혀 없다. 그들은 택시에서 신발을 갈아 신어가며 뛰어다니고, 자기 일에 중요한 사람들과 술잔을 든다. 그들 두 사람은 수입과 지출이라는 명확한 목표와 더불어 돌아가는 기업의 주인이 된다.
재미있게 읽었다.
책 소개
『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2017.10.26. (주)북이십일 아르테. 299쪽.15,000원.
레일라 슬리마니 Leila Slimani.
1981년 모로코 라바트 출생. 프랑스로 이주, 파리정치대학을 졸업했다. 시사 주간지 《젊은 아프리카》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2014년 첫 소설 『오크의 정원에서』 발표. 2016년 『달콤한 노래』로 공쿠르상 수상.
방미경. 프랑스 파리 10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가톨릭대학교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