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원제 『노르웨이의 숲』

by 안서조

이 소설은 저자인 무라카미 하루키(일본)가 자전적 소설이라고 밝히고 있다.

원제는 『노르웨이의 숲』이다. 이 책은 2019년 3판 144쇄를 찍었다. 1989년 초판 발행 20년에 꾸준히 발행되었다. 그만큼 많이 읽혔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 책을 일본에서 쓴 것이 아니고 전반부는 그리스에서, 중반부는 시칠리아에서, 후반부는 로마에서 썼다고 한다. 아테네의 싸구려 호텔 방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없었다. 매일 타베르나(카페)에서 비틀스의 〈서전트 페퍼즈 론리 하츠 클럽 밴드〉를 워크맨으로 백이십 번 정도 반복해 들으면서 이 소설을 써 내려갔다고 한다.


줄거리는 주인공 나(와타나베)를 중심으로 고등학교 시절 단짝 친구 기즈키와 그의 여자친구 나오코와 삼각관계로 시작된다. 나오코의 연인이며 와타나베의 친구 기즈키가 갑자기 자살한다. 유서도 없다. 이유도 모른다. 그것을 계기로 나오코와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된 와타나베. 어느 날 나오코와 육체관계를 한 후 나오코는 사라진다. 나오코를 찾아 다니지만, 나오코의 행방을 모르고 시간은 지나간다.


그 사이 풋풋하고 매력적인 미도리가 나타나고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진다. 미도리에게는 남자 친구가 있다. 와타나베는 나오코에게 편지를 계속 쓰지만 답장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나오코의 편지를 받는다. 교토 산속에 있는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와타나베는 나오코를 찾아가고 요양원에서 나오코와 같은 방을 쓰는 레이코를 만난다. 와타나베는 나오코에게 요양원에서 나와 자기와 같이 살자고 제의한다. 그러던 어느 날 레이코로부터 나오코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미도리와 티격태격하면서 사랑이 싹트고 레이코도 요양원에서 나와 와타나베를 찾아온다. 그리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떠난다.


소설은 일본의 전후 1960년대 후반 대학가에 반정부 시위가 한창 거세고 학교는 공산주의 이론이 대학가를 휩쓸고 있는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70년대 들어서 시위대는 잠잠해지고 대학은 정상화된다. 그 시기 와타나베가 사랑하는 나오코가 자살한다. 그리고 절친 기즈키는 그보다 앞서 고교 2학년 때에 자살한다. 10대에서 20대로 성장과 함께 하나씩 와타나베에게서 떠나간다. 그래서 저자 후기에 “이 소설은 이미 죽음으로 이별한 나의 친구들과, 살아 있지만 떨어져 있는 나의 몇몇 친구들에게 바친다.”라고 써있다.


일본 대학에 ‘적군파’라는 공산주의이념 단체가 있었다. 이 소설은 그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 와타나베는 그들과 관련이 없다. 그들이 하는 일이 졸렬하고 하찮게 보인다. 결국 ‘적군파’는 극렬한 시위와 폭력으로 일본 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해 주동자 몇 명은 북한으로 가고 세력은 급격히 약화 되어 사라졌다.


대한민국에 한때 전대협이라는 좌경세력이 있었다. 그들은 정치 이념을 바탕으로 사회개혁을 부르짖었지만 결국 마지막 결론은 주체사상을 따르는 것이었다. 그들이 대한민국의 정치세력을 등장한 지 꽤 오래되었지만, 오늘날까지 국회에서 정치 일선에서 좌지우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이제 그들은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때가 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라지기 바란다.


기억하고 싶은 글귀

젊은 날엔 누구나 울창한 숲속 한 그루 나무 같은 고독 속에서, 꿈과 사랑과 정든 사람들을 차례차례 잃어 가는 상실의 아픔을 겪게 마련이다.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제가 여기서 그려내고 싶었던 것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이다. 그것이 이 소설의 간명한 테마이다. 그러나 저는 그와 동시에 한 시대를 감싸고 있는 분위기라는 것도 그려보고 싶었다. 사람을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자아의 무게에 맞서는 것인 동시에 외부 사회의 무게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것은 참 가슴 아픈 일이지만, 누구나 그 싸움에서살아남게; 되는 건 아니다.


“신사일 것이란 말은 어떤 의미인가요? 정의할 수 있다면 어떤 건지 가르쳐주세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게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신사야”


만일 반대로 미도리가 행방을 가르쳐주지도 않은 채 어디론가 이사를 하고, 그대로 삼 주일 동안이나 연락을 주지 않았다면, 나는 어떤 기분이 들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틀림없이 나는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그것도 꽤 깊은 상처일 것이다. 우리가 비록 연인은 아니었지만 어느 부분에선 그 이상으로 친밀하게 서로를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아팠다. 남의 마음을 그것도 소중한 상대의 마음을 무의식 중에 상처 입혔다는 것이 몹시 싫었다.


이전에도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해 보니 나오코와 둘이서 도쿄 거리를 함께 걸었을 때도, 나는 지금과 똑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예전에 나와 나오코가 기즈키라는 죽은 자를 공유하고 있었듯이, 지금 나와 레이코 씨는 나오코라는 죽은 자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나는 갑자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일본의 1960년대에서 1970년대에 이르는 십 년 동안은 고도의 경제성장이 이루어지고, 올림픽이 열리고, 베트남 전쟁이 일어나는 등 외적인 변화와 함께 록 음악의 혁명적인 진화와 프리재즈가 생기고, 히피 운동이 일어나는 등 급격한 변동의 시대였다 이 소설은 그러한 사회변동을 배경으로 격렬하고, 조용하고, 슬프고, 더없이 흥미 있고, 감동에 찬 연애소설이다.


책 소개

『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1989.06.27. (주)문학사상 454쪽. 15,000원.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

1949 일본 효고현에서 태어났다. 1968년 와세다 대학교 문학부 영화가에 입학.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상 수상. 『양을 쫓는 모험』으로 노마신인상 수상. 2005년 『해변의 카프카』가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2006년 프란츠 카프카항 수상, 2009년 이스라엘 최고의 문학상 에루살렘상 수상.


유유정. 1922년 함경북도 경성 출생. 일본 상지대학 문학부 철학과 졸업. 《자유신문》《중앙일보》 문화부장 역임. 시집 《사랑과 미움의 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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