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치마를 벗고 서둘러 무언가를 챙기는 그녀를 보며 박기진은 한 발짝 물러나 우선 그녀를 몰래 따라가 보기로 했다.
박기진이 미행에 익숙할리는 없지만 그녀 또한 주변상황을 살필 상황이 아니었던 터. 박기진은 손쉽게 그녀의 목적지까지 따라갈 수 있었다. 그녀 옆에는 어린아이가 함께였다...
[ㅇㅇ 고아원]
젊은 여노인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고아원의 문을 향해 걸어갔다. 손에는 작은 아이의 손이 꼭 쥐어져 있었다. 아이의 눈에는 두려움과 혼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그런 아이의 손을 더욱 꽉 잡으며 용기를 북돋워 주려 애썼다. 고아원에 도착하자, 그녀는 잠시 동안 깊은숨을 쉬며 자신을 다잡았다.
고아원의 문을 열고 들어서기 전, 그녀는 아이를 향해 무릎을 꿇고 어깨를 감싸 안았다. 아이의 눈빛이 불안함으로 가득 차자,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아이의 작은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 부드럽게 말했다.
- 엄마는 이번 일이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해. 엄마가 정말 열심히 일해서, 반드시 데리러 올게.
아이는 엄마의 말을 이해하려고 애쓰며,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이의 작은 손을 꼭 잡고
- 엄마를 믿어. 꼭 돌아올게. 그러니까 여기서도 엄마 생각하면서 잘 지내줘. 엄마가 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약속이야.
아이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별의 순간, 그녀는 아이를 마지막으로 꼭 안아주며, 그 약속을 되뇌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약속의 말은 확고했다.
- 꼭 데리러 올게.
그녀는 아이를 고아원에 맡기고 계속 뒤를 돌아보며 걸음을 재촉했다.
아이의 손도 덜컥거리며 엄마를 향해 흔들렸다.
이 약속은 그녀에게도, 그녀의 아이에게도 오랜 시간 동안 잊히지 않을 약속이 되었다.
그녀는 약속과 함께 약속전당포로 향했고 전당포를 나서는 그녀의 손에는 현금뭉치가 들려있었다.
모든 것이 어렴풋이 이해가 되었다.
그 약속을 왜 40년 동안...
그렇다면 박기진이 할 일은 하나. 그녀가 아이를 고아원에 보내지 않게 하면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박기진은
그녀에게 다가가 소리쳤다.
순간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본 그녀는 돈뭉치를 가슴에 꽉 끌어안으며 경계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그 계약 당장 파기하세요!
-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