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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남주 Oct 27. 2024

5화. 후회

- 계약을 파기하세요

박기진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여자는 당황한 듯 눈을 깜빡였다.

- 누... 구시죠?

그녀는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멈췄다.


박기진은 급한 마음에 계약파기라는 말을 바로 꺼냈지만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할지 생각이 복잡했다.


- 믿기 어려우실 거 알아요. 하지만 믿으셔야 합니다.


 박기진은 말을 서둘렀다.

- 아이를 고아원에 맡긴 걸... 평생 후회하게 될 거예요.


그녀는 아원이라는 말에 순간 눈빛이 흔들렸다. 녀가 마주한 남자의 눈빛에는 흔들리지 않는 진지함과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확신이 가득했다.


- 다짜고짜...

여자는 고개를 저으며 시선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박기진도 잠시 침묵하며 한숨을 삼켰다. 이미 얼마나 많은 고민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지, 여자의 고단한 얼굴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 알아요. 아니 잘 몰라요! 하지만...


박기진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하지만 나중에 이 순간을 떠올리게 될 겁니다. 후회하게 되실 거예요. ‘그때 아이를 데려왔어야 했는데’ 하고 매일 생각하실 거예요.


그녀의 눈이 잠깐 흔들렸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떨군 채 작게 중얼거렸다.

- 어떻게요? 저 혼자서는 도저히... 

목소리가 갈라지며 말끝에 눈물이 맺혔다.

- 저는 아직 엄마가 되기 부족해요...


 그녀는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아이에게 더 나은 삶을 주기 위해 이 선택을 했지만, 그것이 40년이 될 결정이라는 걸 아직 몰랐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러나 단호한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 저도 잘은 몰라요. 하지만 중요한 건, 아이가 당신과 함께 있다는 거예요. 힘든 날이 있겠지만, 아이는 그 어떤 부족함도 기억하지 않을 겁니다. 아이가 기억하는 건 함께 있었던 시간일 거예요. 


그녀는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입술을 깨물었다. 남자의 말이 가슴을 찌르는 듯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 말을 믿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두려움이 그녀를 붙잡고 있었다.


여자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마음이 흔들리는 게 느껴졌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나 두터웠다.

- 이건 내가 감당할 수 없어요...

그녀는 서둘러 그 자리를 피했다.

  한두 마디로 설득될 정도였다면 애초에 고아원에 맡기지도 않았을 거라 생각하며 박기진 숨을 쉬었다.

 

 -어쩌면 좋지...

 계약을 파기한다... 곰곰이 생각하던 박기진은

순간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녀가 한 약속. 데리러 올게...

그래! 그 계약을 깨버리는 방법...

생각이 여기까지 스치자 박기진은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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