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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남주 Oct 27. 2024

6화. 인연

 고아원주변은 적막했다.

창문에 불빛 하나 없이 어둠이 자욱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박기진은 검은 외투에 모자를 눌러쓴 채 건물 뒤편에 숨어 있었다.

‘들키면 감옥행이다.’

그는 한숨을 삼키며 울타리 너머를 살폈다.  창문 몇 개는 조금 열려 있었고, 움직이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박기진은 주위를 한 번 더 확인한 후, 가벼운 몸짓으로 울타리를 넘었다. 철망이 삐걱거리는 소리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재빨리 몸을 낮추고 벽에 붙어 천천히 이동했다. 작은 창문 틈새로 안쪽을 엿보니 복도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유리창이 살짝 열리자 냉기가 스며들었고, 그 틈으로 몸을 함께 집어넣었다.

 그의 귀에 자신의 심장 소리가 울릴 만큼 주변은 고요했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것. 낮에 아이의 모습을 살펴보긴 했지만 어두운 밤에 그런 모습만으로 찾을 수 있을지...

아무래도 사무실에 가서 서류를 찾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그 순간 박기진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찾던 아이가 낮에 엄마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뒷모습으로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아이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뒷모습 그대로 서있었다.


 박기진은 이상한 점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재빨리 아이의 손을 잡고 복도를 빠져나왔다.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차가운 밤공기가 그의 얼굴을 때렸다.

 ‘됐어.’

 박기진은 숨을 크게 내쉬며 아이를 업고 골목을 따라 빠르게 걸었다.

 아이의 엄마에게로...

이번에도 엄마가 어디 있는지 찾을 필요가 없었다.

아이의 엄마, 젊은 그녀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박기진은 이제야 깨달았다. 뭔가 이상하다.

이 세상은...


 이상한 세상 속에서도 똑똑히 기억할 수 있었다.

젊은 그녀와 그녀의 딸이 부둥켜안고 울고 있는 모습을...

 슬픔이 아닌 기쁨의 눈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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