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일 때문에 한숨도 자지 못한 박기진은
동이 트기도 전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 도착했다.
쌀쌀한 새벽 공기에 잠은 달아나 버렸지만, 허기만큼은 평소보다 빨리 찾아왔다.
사무실 근처를 둘러보니 맞은편 2층 건물에 24시간 패스트푸드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박기진은 모닝세트를 하나 주문해서 2층 창가에 자리 잡았다.
베이글을 한 입 베어 물며 창밖을 통해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 시선을 옮겼다.
희미하게 동이 터올 무렵 아직은 어둑한 건물 주변에서 어떤 남자가 건물 주변을 서성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서성인다기보다는 숨거나 찾거나 무언가 그 주변에서 탐색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쌀쌀한 바람이 불며 가로수 잎들이 길가에 흩날렸지만, 그 남자는 찬 바람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듯 허름한 회색 점퍼의 지퍼를 반쯤 열어 둔 상태였다.
그 수상한 남자는 건물의 창문과 출입문을 천천히 훑었다. 벽 쪽에 몸을 붙이고, 왼손으로 모자의 챙을 더 깊이 눌렀다. 오른손은 주머니 속에서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마치 그저 기다리고만 있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재고 있는 듯했다.
얼마나 흘렀을까. 저 멀리서 행인이 다가오는 걸 본 그는 건물의 그늘 속으로 천천히 물러났다. 한 걸음, 두 걸음, 그리고 그림자 속으로 다시 완전히 녹아들었다.
사무실로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사이 사장이 건물을 향해 걸어오는 것이 보였고, 그 남자는 자연스럽게 그늘 속으로 다시 몸을 숨겼다.
박기진은 이때다 싶어 먹고 난 음식물을 정리하고, 가방을 챙겨 패스트푸드점을 나왔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며 박기진은 인기척을 냈다.
- 사장님, 저 출근했습니다.
하지만 사무실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사무실 안쪽을 살피려던 찰나 박기진은 이상한 기운에 뒤를 돌아보고 화들짝 놀랐다.
문을 살짝 열고 문 뒤에 반쯤 몸을 가린 아까 그 사내가 박기진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 누... 누구시죠?
그는 대답 대신 손을 들어 밖으로 나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박기진은 얼떨결에 그를 따라 밖으로 나가면서도 그와의 거리는 유지했다.
그가 주머니에서 무언가 만지작 거리던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 사내는 건물 뒤편으로 가는 길을 앞장서다가,
으슥진 골목에 들어서자 박기진을 향해 돌아보며 말했다.
- 여기서 새로 일하시는 거죠?
박기진은 고개를 살짝 끄덕여 대답을 했다.
차림새에 비해 또박또박 힘 있는 사내의 말에 불안감이 조금은 줄어들었다.
- 그럼... 빨리 그만두시고 다른 일 찾으세요.
- 네?
그는 모자를 벗으며 박기진을 향해 한걸음 다가왔다.
- 이렇게 되기 싫으면 어서 그만두세요.
그의 얼굴 한쪽에서 길게 늘어진 큰 흉터자국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