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장님...약속해주세요. 도영씨가 이 일을 그만두도록.
약속 전당포 김희진... 약속을 분석하고 계약대상을 검토하는 직원이었다.
... 그녀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숨을 거두었다.
이도영은 자신의 얼굴에 흐르는 피는 아랑곳하지 않고 김희진을 안고 절규했다.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녀의 죽음이 그의 잘못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고의 요리사가 되겠다는 남자가 전당포에 찾아 온 것은 반년전이었다.
김희진은 그의 약속이 계약 하기에 적합하지 않으니 돌려보내자고 했지만 이도영은 그의 애절한 부탁을 받아들이자고 했다.
그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어느 날 술에 잔뜩 취한 채석현은 자신의 요리칼을 품에 숨겨 사무실을 찾았고, 돈을 더 빌려 달라던 그는 이도영의 얼굴을 베고 김희진을 칼로 찔렀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장은 이도영에게 일을 그만 두라고 했다. 이도영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사장은 김희진과의 약속을 위해 시뮬레이션과 약을 이용해 그에게 전당포에 대한 혐오감을 조금씩 심었다.
회사에 대한 기억들 중 안좋은 기억들만 남기는 방법으로...
그런데 그의 전당포에 대한 집착은 사장의 예상을 뛰어넘는것이었다.
혹은 과거의 연인 김희진에 대한 그리움이었을지도...
이도영은 고용이 해지된 뒤에도 사무실 주변을 배회했다.
전당포 일을 하려면 극단의 감정 두개가 동시에 필요했다.
그것은 바로 매정함과 다정함.
이도영은 매정함이 없었다.
그것이 그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박기진은 서류 속 이도영의 얼굴과 아침에 봤던 그의 현재 모습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 확인해보길 잘했어. 오늘 아침 그 남자가 한 말은 진실이야. 본인 경험을 바탕으로 날 위해 충고해준거야.'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박기진은 더 이상 여기 머무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서랍을 닫고 시뮬레이션룸을 나와 사무실 문으로 향했다.
박기진이 문을 열려는 찰나 누군가 들어왔다.
사장과 여직원이었다. 둘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출근한건가. 근데 어디 가는거지?
- 아, 네... 저 인턴이라는게 그 뭐냐. 꼭 일을 계속한다기 보다는... 다른 것도 경험을 하기 위해 내일부터...
박기진은 당황한 나머지 횡설수설했다.
사장은 박기진의 말을 자르고 얘기했다.
- 수금할 계약건이 있으니 준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