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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남주 Oct 27. 2024

9화. 두 가지 약속 (1)

³이상한 남자의 이상한 말...

당장 그만두라고? 


박기진은 어릴 적 버지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고민에 잠겼다.

- 누군가 너에게 찾아와 해주는 말은 꼭 귀담아 들어라. 람들은 다른 이에게 관심이 없어. 그런데 굳이 말을 해준다는 것은 어떤 도가 있는 거니까.


- 남의 결정에 너를 맡기지 마라. 직접 네가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박기진은 이틀 내에 일어난 여러 일들이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혹시 내가 아직 시뮬이션 속에 있는 건 아닐까. 원래 직장이란 건 이렇듯 혼란스러운 걸까.


박기진은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기로 했다. 분명 사무실로 들어간 것 같았던 사장은 보이지 않았고,

지금이 사무실을 둘러볼 적기라고 생각했다.


 박기진은 어제 들어갔던 시뮬레이션룸을 먼저 확인해 보기로 했다. 지금 일어나는 일이 혹시나 시뮬레이션은 아닌지 해서였다.


  안에는 어제 사장이 사용했던 책상서랍이 눈에 띄었다.

형광등이 꺼진 책상 위로 밖 불빛이 희미하게 번졌다. 박기진은 초조한 손길로 책상 서랍을 열고, 손끝으로 서류더미를 빠르게 스캔했다.

계약서...


1. 계약자 정보. 2. 약속내용. 3. 약정금액. 4. 담보여부. 5. 담보내용이 기본 내용으로 적혀있었고

각 계약서마다 뒷장에 두꺼운 서류들이 함께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며 눈을 좁혔다. 여러 정보들이 머릿속에 스캔되듯 들어왔지만, 아직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서랍 깊숙한 곳에 쌓인 서류 더미를 조금 더 파고들었다.


그 순간—

- 철컥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박기진의 손이 본능적으로 멈췄다. 귀가 예민하게 반응하며, 사무실 문을 여는 소리가 명확하게 들려왔다. 발소리가 가까워지며 묵직한 구두 굽 소리가 또렷하게 울렸다.


 박기진은 황급히 서류를 원래 자리에 대충 밀어 넣고 서랍을 닫았다. 서랍 잠금 소리가 고요한 방에 크게 울려 퍼졌다. 눈을 굴리며 주변을 재빨리 탐색자 구석 작은 캐비닛과 벽 사이에 겨우 몸이 들어갈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몸을 낮추며 좁은 틈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어깨와 무릎이 아팠지만 여유가 없었다. 숨을 죽이며 최대한 몸을 작게 웅크렸다.

 박기진은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미세하게 들썩이는 걸 느끼며 온몸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박기진은 속으로 '나도 직원인데 그냥 자연스럽게 나가서 인사할걸' 하며 후회하는 중이었다.

 

열린 문 틈 사이로 사장과 여직원의 대화소리가 들렸다.


- 출근 안 할 건가 본데요... 딱히 재능 있어 보이지 않던데... 굳이 이 사람과 일을 해야 하나요?


- 약속은 약속이니까...


  ‘약속?


박기진은 사장과 여직원이 사무실을 나가길 기다렸다가 천천히 몸을 빼내어 조용히 일어섰다.  사람의 대화가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우선 류부터 마저 찾아보기로 했다.

 랍 깊숙한 곳에서 붉은색표지의 파일더미를 찾을 수 있었다.

 [약속 이행 금지]

 '약속 이행 금지?...'


파일더미의 첫 계약서 뒷장에는 계약과 관련된 인명정보가 붙어 있었다.

 왼쪽 상단에 있는 증명사진은 어딘가 익숙한 얼굴었다.


 이름은 이도영...


 사진 속 남자는 분명 오늘 아침 그 이상한 남자였다. 흉터가 없는 말끔한 모습... 섹션란에 고객안전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 담당미션의 마지막 칸에는 [채석현 : 요리사]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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