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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남주 Nov 10. 2024

11화.  계약위반

- 계약위반이요?


 사장은 박기진에게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계약자에게 찾아가 계약위반을 공지하고 계약금과 위약금을 받아오라는 업무였다.

 박기진은 얼떨결에 서류를 받아 들고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 아... 휘말리면 안 되는데... '

박기진은 사무실로 다시 올라가서 그만둔다고 확실히 얘기하려다 말았다.

 수금액의 3%를 성과금으로 준다는 말에 내적갈등이 었다.


 [계약서]

 - 계약자 송판영은 ㅇㅇㅇ에게 물리적 가해를 하지 않음을 약속한다.

 - 계약금 : 2천만 원


3%면 60만 원... 수금 한 번으로 이 돈을 받을 수 있다니 박기진은 밑져야 본전이라 생각다.


 사무실 앞 도로에 서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창너머 내려다보며, 여사무원은 물었다.

 - 사장님, 이 건은 K에게 넘기기로 했던 계약이잖아요? 그런데 왜...

 - 글쎄... 밑져야 본전 아니겠어?


박기진은 계약서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벨이 서너 번 울리고 소리가 멈췄다.

 너편에서 아무 말도 들리지 , 박기진은 전화를 귀에서 떼고 화면을 확인했다. 화면 속 통화 시간의 숫자가 바뀌는 것을 확인한 후 다시 전화를 귀에 가져왔다.

 - 저기 송판영씨 전화 맞나요?

 - 요?...

 - 아... 저 약속 전당포...

 띠링.

 - 여보세요... 여보세요?

 전화기를 귀에서 떼 화면을 보니 0분 15초라는 글자가 깜박거렸다.

시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 연결이 되지 않아... 

같은 메시지만 반복해서 들었다.


 왜 성과금을 준다고 했는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 아... 이럴 줄 알았어...'

 이럴 줄 알았다면서 서류에 적힌 주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박기진이었다.


 송판영은 돈이 필요했다. 돈이 없는 상태에서는 복수도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찾아간 곳이 약속전당포다.

 - 없애야 할 사람이 있는데... 없애지 않겠다는 약속도 계약가능한가요?

  분노에 찬 그의 눈을 보며 사장은 생각에 잠겼다.

 생각도 잠시 사장은 이내 결심을 한 듯 계약서를 작성해 그에게 내밀었다.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약속이 유효하지 않경우 원금의 두 배를 지불한다는 별약관을 추가했다.

 손판영은 음속 분노보다 우선 돈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겠노라고... 송판영은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송판영의 신상정보에 적힌 집의 위치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도심 외곽, 오래된 건물 3층에 위치한 복도식 집이었다. 문을 한참을 두드려 보았지만,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문은 잠겨 있었고, 안에는 아무도 없는 듯했다. 기다리기로 마음먹은 박기진은 방 한쪽의 작은 창문 쪽으로 다가가 안을 엿보기 시작했다.

유리창 오래된 먼지 덮여 있었지만 커튼은 한쪽이 내려앉아 있어 희미하게나마 방 안을 엿볼 수 있었다. 창 너머로 보이는 낡은 벽지에는 세월의 얼룩이 남아 있었고, 작은 책상과 허름한 의자가 방 한쪽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박기진은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이마를 창문에  붙였다. 상 위낡은 책벽에 기대어 어져 있고, 책 앞쪽에는 액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액자속 사진에는 두 사람이 있었는데, 눈을 치켜 뜨고 자세히 살펴봤지만 송판영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래쪽에서 누군가 계단을 오르는 불규칙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박기진은 아있던 계단에서 몸을 일으켜 위층 계단 쪽으로  몸을 숨겼다. 남자가 단을 돌아 복도로 돌아서자 박기진도 위층 계단에서 조용히 내려왔다. 남자가 열쇠를 꺼 문을 는 것을 목을 길게 빼 확인한 박기진은 뒤로 다가가며 그를 불렀다.

 - 저기요...


 개를 돌린 그는 생각보다 젊었고, 약간 피곤한 얼굴에 그을린 피부가 돋보였다. 헐렁하고 낡은 옷차림에 작은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음 본 그의 눈은 힘없이 내려앉아 있었다. 피로에 짓눌린 듯, 깊게 내려온 눈꺼풀이 그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 저약속 전당포에서...


 전당포 얘기를 들은 그의 눈동자가 얕게 좁혀졌다.

 눈빛이 급격히 차가워지며, 그 안에 숨겨진 짜증과 불만이 번져 나왔다.

 그의 시선은 날카롭게 바고, 입가의 근육이 미세하게 떨렸다. 피곤함으로 덮여 있던 얼굴이 짜증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 나중에 준다니까!!


 그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손에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들어 올렸다. 봉투 안에는 소주병이 들어있었다.


- 사장님, 박기진씨한테 전화로 주의라도 해둘까요?

 혹시나, 실수로 상대를 자극하거나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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