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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오 Feb 23. 2023

밀가루예찬

밀을 곱게 빻으면 밀가루가 된다. 밀이 밀가루가 되려면 힘과 노력과 시간과 그만큼의 정성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돈까스를 먹기 위해 깨를 빻을 때조차도 제법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온 힘을 들여 밀가루로 만들고 나면 그 다음은 어떤 그릇에도 담을 수 있는 '가루'가 된다. 


작은 그릇이나 큰 그릇에도 술술 넣을 수 있고, 둥근 그릇이나 네모난 그릇, 또는 각진 그릇에도 소복이 가루를 쌓아 넣을 수 있다. 밀가루를 넣을 수 없는 그릇이라는 건 애시당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밀가루는 쓰임새가 무척 다양하다. 물을 조금 섞어서 걸쭉하게 만들어 팬케이크를 만들 수도 있고, 물을 좀더 섞어 넣고 채소 등 다양한 먹을 거리를 섞어넣어 부치면 비왔을 때 생각나는 부침개로 만들 수도 있다. 게다가 밀가루에 이스트를 섞어넣고 건포도나 호두같은 견과루를 넣어 오븐에 구우면 맛있는 빵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어떠한 음식으로 재탄생하든 밀가루로 만든 음식은 모두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구미를 당기게 한다.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싫어하고, 안 먹겠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못 본것같다. 그 정도로 밀가루로 만든 음식은 이 세상 어느 누구나 사랑하는 요리이다. 




언제부터인가 내 인생도 밀가루같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밀가루같은 인생이라면 다른 사람의 인생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 어떤 조직이나 어떠한 단체, 집단에도 융화될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밀가루를 담을 수 없는 그릇이 이 세상에 없듯이 내 인생도 밀가루같다면 '저 사람들과는 애시당초 성격이 안 맞아서 어울리지 않아.'라는 말은 하지 않을 것같다. 내가 속한 단체나 집단이 '어떠한 성향이기때문에 나와는 결이 안 맞는다.'고 말하기 전에 내가 먼저 융화되고 어울리려 노력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것만이 아니다. 밀가루처럼 내 인생도 쓰임새가 다양하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사람들을 기쁘게 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이 나로 인해서 웃거나, 미소짓거나, 기뻐하거나, 고마워한다면 그 모든 것이 다 나의 기쁨이고 즐거움이 될 것이다. 




나에게는 주위 사람들에게 '1일 1웃음을 준다.'는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웃음이란 꼭 박장대소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빙그레 웃을 수 있는 미소나 방실방실 웃을 수 있는 웃음, 아기의 귀여운 웃음이나 피식거리는 웃음을 모두 포함한다. 그러다보니 제법 나는 하루에 한번씩 주위의 누군가를 웃겨왔다. 오늘도 누군가를 웃겨보았는지 생각해보았다. 정말 다행히도 오늘은 내 옆자리에 앉는 회사 동료를 웃겨본 기억이 났다. 다른 사람에게 미소를 짓게 해준 것도 내 인생이 밀가루처럼 빻아지는 과정일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한발자국 내 인생이 밀가루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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