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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산 Apr 28. 2022

집밥, 이종옥 사골 만둣국

팔순 어르신 맛있는 집밥 다시 열었네요

이년 전 친구 소개로 알게 된 집밥 가게

이종옥 사골 만둣국, 가게 이름은 이렇지만 청국장, 일반 백반, 비빔밥, 제육볶음 등 메뉴가 다양합니다. 메뉴가 많으면 맛이 별로인 집도 많은데 하나같이 맛있고 콩나물 가지볶음 도라지 무침 등 반찬도 여섯 가지 되는데  방금 한 것처럼 맛있더군요.

 년 전이라 해도  원 정도라도 먹을 밥이 4500원 밖에 안 했습니다. 장사해서 손해가 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르신은 분명 맛난 밥을 대접하는데 사명감을 가진 분인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 어르신 밥이 생각나서 들렀더니 몸이 아파서 당분간 쉰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더군요.

그리고 몇 개월 뒤, 또 몇 개월 뒤에 들렀는데 역시 문이 닫혔더라고요.

어르신 걱정도 되고, 이제 맛있고 손맛 깊은 그 밥을 못 먹나 보다 하고 아쉬웠습니다.

그런 것이 이년 쯤 되었습니다.

오늘  지인과 그곳을 지나며 혹시 하고 들러보니 가게가 열려있네요.

어르신의 뽀얗고 덕 있는 얼굴도 그대로네요.

척추골절로 고생하셨다는데 허리가 좀 편치 않아 보였습니다.

그래도 다시 찾아주어 고맙다며 웃으시는 어르신의 넉넉한 미소와 내주시는 음식의 손맛은 그대로네요.

밥값이 오르긴 했지만 물가와 맛에 비하면 아직도 착한 가격입니다. 어르신의 노고와 솜씨에 비하면 오른 가격에 오히려 맘이 편하기도 합니.

한여름 에어컨을 켜지 않았어도 손님이 가득한 밥집이었으니 맛을 짐작할 만 하지요.

밥을 주며 환하게 웃는 어르신의  건강한 모습을 다시 보는 것도 큰 기쁨이었습니다. 사실 몇 번 밥 먹은 게 전부인데 어르신 밥을 먹은 게 기 정을 나눈 것인지 오래 알고 지낸 듯 좋으니 그게 어르신 맘의 깊이 덕분인 것 같고  엄마 손 맛 같른 밥이 주는 효과인가 봅니다.  

무슨 일이든 정성과 사명감으로 하며 솜씨가 있는 분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음식 나오자마자 허겁지겁 먹느라 사진을 미리 못 찍었네요.

가지 나물을 어찌 이리 맛있게 하시느냐 물으니 여름에는 살짝 쪄서 무르지 않게 선풍기 바람으로 얼른 습기를 날려 무친다는 비법을 재웠네요

이년이나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연 것을 보면 가게 건물 주인인 듯합니다.

좁은 골목의  작은 건물이지만 팔순이 되는   나이에  돈울 벌기보다는 옛날 어르신들 오는 손님 뜨끈한 밥 한 끼 대접하는 마음으로 일을 하시는 것 같네요.

밥이 고맙고 , 건강하셔서 고맙고, 사랑과 정성의 마음이 고맙네요.

저녁을 먹고 나왔다는 지인이 청국장 맛에 반해 근처가 직장이니 낼부터 여기서 먹겠다고 하네요.

일하는 게 삶이고 삶이 일이었던 세대, 그러면서도 양보하고 정을 나누던 어르신 세대가 지나가면 정성 담은 저렴한 밥집도 사라지겠지요.

가격은 몰라도 맛과 정성은 이어지길 바라며 행복한 저녁 한 끼를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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