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겨울 겨울 방학을 앞두고 교사 메일로 온 댄스스포츠 안내에 이끌렸습니다.
당시에도 혈당과 체중관리가 문제이던 나는 겨울 방학을 하며 신체 활동을 안 하고 집안에서 확 퍼질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지금 같으면 식품영양학과를 갔어야 할 것을.
음식이라면 먹고 싶거나 가족들 먹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어느 때건 바로 일어나 부엌으로 가서 뚝딱뚝딱 요리를 했다. 곰곰이 생각하여 새롭게 해보기도 하여 요즘 나오는 고추 바사삭 치킨을 나는 이미 25년 전에 아이들에게 해주었습니다. 고추대신 파프리카를 넣기는 했지만요, 주로 닭의 살을 잘게 베어 순살로도 하였지요.
방학하고 아이들하고 있으면 가족 먹인다고 하고 저도 먹고 바깥 활동도 안 하고 음식하고 먹고 치우기가 하루 종일 이어지기가 일쑤였지요.
댄스 공고를 보니 열흘간 하루 여섯 시간 스포츠 댄스 다섯 가지를 집중해서 한다니 맘이 확 끌렸습니다. 되든 안되든 그 시간을 운동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겠다 싶었지요. 장소도 집에서 15분 거리의 초등학교 강당이라 부담 없었습니다.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서 오전 9시에서 12시까지, 쉬었다가 오후 1시에서 3시까지 댄스 수업을 했습니다.
이렇게 일주일을 하니 체중이 3kg 빠지더군요
무엇보다 준비운동으로 하는 스트레칭도 좋았습니다.
그저 팔을 앞으로 쭉 뻗고 다른 팔은 반대쪽으로 뻗기만 하는데 평소 쓰지 않는 부분을 움직이니 몸이 개운하여 앉아서도 가끔 하곤 했습니다.
50 평생 평생 운동을 하기 위해 등록하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왈츠, 룸바, 블루스, 고고, 지루박...
나름 외우려 안 해도 다른 것들은 잘 외우는 편이지만 여러 가지를 하루에 다 배우려 하니 나이 탓도 있겠지만 머리에서 지진 난다는 표현이 딱 맞더라고요.
다들 처음 하면 어려워도 몸으로 익히며 계속하면 된다고 하지만, 너무 늦었나 싶기도 하고 좌절감이 몰려왔습니다.
강습 마지막 날까지 한 60% 흉내는 낸 것 같은데 마지막 날 왈츠 파티는 포기했습니다.
같은 문학회 선생님 글에 왈츠에 대한 언급이 있어서 글쓰기에도 좋은 소재다 싶어 댄스를 시작한 이유도 있었는데 이거든 저거든 백기를 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산으로 가서 거의 매주 등산을 다녔습니다.
건강관리는 자연에서 스트레스 없이 걷고 걸으며 하기로 했습니다.
원래 걷기는 좋아하는 편이라 산을 다니며 건강해졌지만 댄스를 포기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댄스를 처음 배우며 단기간에 5가지를 배우려 한 것이 무리다 싶었습니다.
점점 온난화가 심해지며 이번 여름은 무릎도 걱정되고 게을러지기도 하여 전같이 산으로 발걸음이 향하지 않아 덥다고 집에만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요.
마침 전에 배웠던 단체에서 오전에 왈츠만 강습한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코로나 전까지 그 단체는 교사 대상으로 쭉 연수를 해왔는데 이번에 왈츠만 한다니 이거다 싶어 등록을 하였습니다.
예전과 같은 선생님인데, 무용과 출신 조교가 한 명 더 있었습니다. 대회 수상도 한 실력자라고 하는데 이전보다 더 이해가 잘 되게 잘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래도 이전에 배웠던 경험도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룸바 스텝 한 시간, 왈츠 스텝 두 시간 무난하게 따라 했습니다.
기초 스텝을 반복하니 할만하다 싶었는데 팔 동작을 연결하니 동작이 좀 엉성하게 된 채로 집에 왔는데 기본 스텝도 생각이 하나도 안나는 현상이 반복되었습니다.
왼발 먼저, 오른발 먼저 스텝 순서도 바꾸며 아이큐테스트라는 선생님 말씀이 실감났습니다.
앉아서 하는 공부나 자수 놓기, 서예 등은 못한다는 소리 듣지 않고 잘하는 편이었습니다.
어려서 운동회 날 하는 매스게임이나 합창도 어렵지 않았는데 세월이 문제인지 이제 시작인데 한참 지나 반복하기 때문인지 매일 나쁜 기억력을 확인하는 것 같았습니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이 수업을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고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 얼마나 갑갑하겠나 하는 마음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매일 하다 보니 안 쓰던 근육을 골고루 쓰고 음악에 맞추어 동작을 하니 좌뇌와 우뇌도 고루 운동을 하니 치매예방에는 정말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음악에 맞춰 동작이 연결될 때는 행복이 뇌에 차오르는 느낌입니다.
제 기억 속의 첫 번째 왈츠는 캔디 만화 영화에서 안쏘니와 캔디의 댄스였던 것 같습니다.
영화 속의 무도회는 많았지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의 댄스였지요.
오십이 넘어 그들 같이는 아니어도 자신감 있게 음악에 맞추며 스텝이 밟아진다면 행복하겠네요.
어느 곳에서 본 수족관의 물고기 지느러미가 파란 드레스 같아 보이네요. 물고기는 헤엄을 치고 헤엄을 추지는 않겠지요, 어쩌면 물고기의 삶도 물을 따라, 먹이를 따라가는 춤인 것도 같네요.
물고기가 헤엄을 치듯 열심히 한다면 남편에게도 가르칠 수 있는 날이 올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학생들에게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라며 제가 포기하면 안 될 것 같아서 한번 꾸준히 해보려고 합니다.
안되던 것이 연습하고 노력하여 되었다 싶은 날의 행복이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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