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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산 Aug 27. 2022

강화, 평화누리길,  밴댕이 회무침, 인삼 막걸리

인삼, 인생

평화누리길 1코스를 산악 동료들과  전 직장 동료와 함께 갔습니다.

근래에 운동량이 적어 산을 오르기는 버거웠는데 마침 둘레길 코스를 간다고 해서  기쁘게 길을 나섰습니다.  

방학 동안 한번 만나려다 보지 못한 전 직장 동료 K에게 연락하니  기꺼이 간다고 하여  같이 갔습니다.

대명항에서 문수산성 남문까지 이어진 평화누리길 1코스는 도보로 약 4시간 거리였습니다.

다소 한적한 길을 앞에도 뒤에도 산악 동료들이 함께 하고 오랜만에 만난 K도 있으니 좋았습니다.

가을 문에 선 파란 하늘과 조각구름 아래 펼쳐진 오솔길 , 들길, 적당한 오르막 내리막길을 걸으니 평화가 따로 없네요.

분단의 아픔을 느끼게 하는 철조망 사이로 부는 바닷바람이 길동무처럼 함께 합니다.

저랑 동갑이지만 전 근무지의 상사였고 저보다 교육경력도 많은 K,

이제까지 함께 일한 누구보다 합리적이고 명석한 상사였습니다

묘하게 나랑 생일 달 혈액형도 같고,  수학교사지만 한문 교육의 필요성도 인식하고 교육과정 편제 회의에서 힘 있는 의견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여성의 외모 평가를  하기 조심스럽지만 그녀는 어디서라도 눈에 띌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습니다. 1박 2일 연수 갔을 때 화장 지운 얼굴을 보았는데 청순하고 예뻤습니다. 배우에 비한다면 올리비아 핫세를 닮아 보입니다. 그녀는 학교에서 신는 실내화도 의상에 맞게 갈아 신습니다. 진정한 패셔니스타라고 할까요.

 자신의  외모를 부지런히  가꾸면서도  손끝에 뭐 묻을까 꺼리지 않고 분리수거도 적극적으로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예전 강화 연수 갔을 때 함께 부르기도 했던 그녀 K도 평화누리길을 걸으며 무척 행복해했습니다.

나이가 나이다 보니 역시 건강상의 이유로 걷다가 걷기에 빠진 그녀의 걸음은 가볍고 경쾌했습니다.

퍼란 하늘, 누렇게 익어가는 벼, 한가롭게 거니는 닭을 보니 정말 평화 누리길답네요.

둘레길을 걸은 뒤, 강화 전통시장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저렴한 인삼을 좀 사고,

K가 미리 검색해 봤더니 여기서는 밴댕이 회 무침을 먹어야 한다고 해서 시장 건물 2층으로 갔습니다. 여행에 길동무가 있으니 정보에도 플러스가 되네요.

계단을 올라가니 구수한 구이 냄새가 가득했습니다.

놋구릇에 밴댕이 회무침을 담아주는 집을 골랐습니다.

밴댕이 무침을 시키고 인삼주 막걸리 작은 병을 시켰습니다

평소 알코올 즐기진 않지만 한 모금 마신 인삼 막걸리.

캬, 인생 막걸리네요.

단숨에 두 잔을 벌컥벌컥 마셨네요.

밴댕이 회무침도 깔끔한 들기름 맛과 야채, 끈적이지 않은 고춧가루 양념으로 담백 쫄깃,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맛있었습니다.

승차 시간이 다 되어 저 혼자 몇 병 마신 듯, 새빨개진 얼굴로 전등사로 갔습니다.

평생 처음 벌컥벌컥 마신 막걸리 2잔 덕에  자색 양파 같은 얼굴로 부처님께 불경스럽게 사찰을 돌았네요.

 큰 느티나무와 우아하게 만발한 옥잠화를 보며  마음을  차분하게 다듬어 봅니다.

예전에 K와 함께 근무하던 학교에서  교사 연수 이곳에  왔던 기억을 되살리며 전등사를 걸었습니다.

 남문과 동문이 있는데  걷다 보니 남문으로 내려왔습니다.  단체가 타고 온 버스는 동문에 있어 K와 버스가 있는 곳으로 뛰었습니다

산은 다니지 않았지만 몇 년간 걷기로 단련된 K의 체력이 튼튼하네요.  예전에 광교산 갈 때도 거뜬하더니 오늘도 지치지 않고 잘 걷고 뛰었습니다. 체력단련도 꾸준함이 비결인 듯합니다.

출발지로 돌아와 단체버스 승차장에서 20분 넘는 집까지 K 덕분에 편히 왔습니다. 안양과 수원 지리가 낯설어도 네비 따라 집까지 데려다주고 갔습니다.

 K가 사 준 인삼 막걸리 남편도 두어 맛있게 들었습니다.

강화에서 사 온 인삼은  동네 시장에서 산 같은 가격의 삼보다 훨씬 굵네요.

꿀에 재워 냉채로 먹어볼까 합니다.

평화누리길, 인삼, 인생 막걸리, 인삼 같은 친구와 함께 한 평화로운 날이었습니다.

강화인삼 막걸리를 아이들 말로 최애 술, 인생 막걸리로 삼아볼까 합니다. 

쌉쌀하며 달착지근한 인삼 향같이 영양 많은 하루가 저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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