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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산 May 03. 2023

다시 만난 지칭개

소박함, 정겨움, 따뜻한 그 꽃

2021년 광교산  자전거 도로 옆에서 만난  지칭개, 잘못 발음하면 지친 개가 되네.

처음엔 분홍빛의 가늘고 짧은 너의 머리가 참 우습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곧 친숙해졌지.

커다란 가로수 아래서 바람 따라 산들산들 흔들리는 너의 모습이 고집부리지 않고 주위 사람과 잘 어울리는 따뜻한 아이 같았다고 할까.

넌 그런 매력이 있는 아이야.

개망초 옆에서도 토끼풀 사이에서도 잘 어울리며 수수하게 웃음 짓는.

그 해 여름 난 지칭개 병에 걸렸지.

옆자리 선생님에게도 지칭개 이야기를 하고 브런치에도 글을 썼었지.

내 글을 읽은 어떤 분은 지칭개 나물도 해서 드셨다고도 했어.

너를 알고서 뻐꾹채, 산비장이도 알게 되었지.

그런데 어느 Tv드라마에서 산비장이 이야기가 나오더라. 거기서 보여준 꽃은 꼭 너 같던데.

모양이 비슷하니 헷갈릴 수도 있는데 산비장이는 한줄기에 하나의 꽃만 핀다던데.

널 알고 나니 여기저기서 너의 모습이 보이지만 개망초처럼 군락을 이루지는 않는 것 같았어.

얼마 전 우연히 어느 식당 골목 앞 작은 화단에서 너와 친구들을 보니 무척 반갑더라.

아직 더 있다 피어도 될 텐데, 올해는 모든 꽃들이 한 달은 앞서 피었으니 너도 계절을 향해 달려 나왔겠지. 

짧은 커트머리에 발랄한 소녀 같이 봄볕 아래 너는 또 잔잔히 미소 짓고 있었어.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살짝 몸을 흔드는 널 보니 큰 거울 앞에서 댄스 연습을 하는 어떤 중학생 소녀 같았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알던 사람을 만난 것 같은 반가움이 이런 거겠지.

지칭개야, 그날은 너의 얼굴을 자세히 보고 잘 찍었단다.

이전보다 너를 조금 알고 나니 너의 모습도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알 것 같네.

초등학교 때 전학 간 은주가 떠오른다. 그 애가 네 모습을 닮은 핑크색 스웨터를 입은 적이 있는데.

엄마, 아빠가 재혼하시고 큰어머니 댁에서 지낸다던 그 애가 한번 찾아온 적이 있었어.

갸름하고 고운 그 애의 얼굴과 달리 아직 어린아이의 손이 거칠고 터있었지.

큰어머니께 미안해서 집안일과 농사를 도왔다고.

맘씨도 고운 아이였는데 그 뒤로는 보지 못했다.

그리움과 아픔이 있는 시간을 감싸는 너의 춤을 보며 잠시 어린 시절을 떠올려 봤다.

지칭개, 이름의 뜻은 정확히 모르지만 이호채라는 한자이름 보다 친숙하고 너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 한 꽃이라니 더욱 정겹다.

지칭개 차 상품이 나와 있는데 면역 강화와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다니 넌 참 기특한 꽃이야.

여러 가지 상황으로 힘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어주렴. 지칭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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