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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산 Apr 24. 2023

백리향, 천리향, 만리향

인품과 말의 향기가 멀리멀리 퍼지길 바라며

 몇 년 전 우연히 지나가게 된 별내휴게소는 새로운 스타일의 휴게소로 화장실도 구조나 디자인이 기분 좋게 새로웠습니다.

 그곳에서 진열해 놓은 이천 도자기 접시를 몇 개 사서 지금도 잘 쓰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그 근처를 지나며 무엇인가 새로운 게 있을 것 같아 일부러 들렀습니다. 별내가 한글 이름인 줄 알고 별이 흐르는 내, 은하수 같은 뜻일 거라 생각하며 별내 휴게소에 들렀습니다. 글을 쓰며 찾아보니 별내는 別內네요. 남양주에 속한 별내가 남양주 구역 안에 있다는 것일까요? 

 아무튼 그날은 밖에 가득 내놓은 화분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4월은 꽃들의 세상이지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는 위기이지만 4월에 폭죽 터지듯 펼쳐지는 꽃망울은 외면할 수 없네요.

 노란색 수선화와 카라가 먼저 눈에 들어왔지만 그 옆의 연보랏빛 작은 꽃송이가 마음을 끌었습니다. 반쯤 피어난 백리향. 독특한 허브향이 납니다.

 꽃잎 하나가 1mm쯤 될까 싶네요. 작은 꽃잎이 모여 만든 꽃송이의 크기는 아기 눈동자만 할까요? 멀리 보이는 별빛만 할까요?

 초록색 잎도 작기는 마찬가지네요.

 작은 꽃을 보니 아직 초등학생의 체격이나 마음을 못 벗어난 중학교 1학년 교실의 병아리들이 떠올랐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친구들과 장난치고 놀리고 뛰어다니며 쫓아다니기도 합니다. 저도 놀리고 한방 때리기도 하며 어느 때는 친구가 놀렸다고 서럽게 엉엉 울기도 합니다.

 중학생으로서는 작고 여리고 순진한 아이들이 있는 교실에 이 백리향을 갖다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학년은 사춘기가 아직 안 와서 남학생의 목소리도  가늘고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소리를 지르면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복도까지 쨍쨍 울립니다.

 백리향(百里香)의 향기는 백리까지 퍼진다는데 아이들의 목소리는 백리까지 들리는 백리성(百里聲)이 될 것 같습니다.

 꽃을 바라보고 꽃잎을 보며 조금 차분해질까요? 아이들에게 자기 입으로 떠들지 않아도 아름다운 마음과 사랑의 향기가 백리까지 퍼지는 사람이 되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저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지요.

 집에는 얼마 전 천리향 화분을 사다 놓았습니다. 꽃이 없어도 문을 닫으면 살짝 향이 느껴집니다.

 돈나무라고도 하는 만리향(萬里香)은 만리까지 좋은 향기를 풍기는 만큼 사람으로 치자면 모난 성품을 더 다듬은 것처럼 초록 잎의 끝이 천리향보다 뾰족하지 않고 둥글어 보입니다.

 사실 백리, 천리, 만리까지 향이 전해지려면 나무도 꽃도 그 수가 많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동류의 친구들과 많이 어울리고 자기주장만 하기보다 아까시 꽃처럼 바람에 몸을 맡겨야 그 향기가 멀리 전해지겠지요.

 화분을 교실 창가에 두며 가르치는 선생이라고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이 작은 백리향 꽃처럼 좋은 향기 풍기는 말하고 좋은 인품의 향기 풍기는 사람이 되세요~

속으로는 나이들 수록 성격이 뾰족해지는 제게 다짐해 봅니다.

 '만리까지 그 향이 전해지지 않아도 곁에 있는 단 한 사람에게라도 좋은 마음을 전하며 행복의 실바람 한줄기 불어 주는 사람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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