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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세티아

라즈베리 소녀와 포인세티아

by 우산

지난번 만났을 때 라즈베리 잼을 만들어 주었던 예쁜 소녀가 도라지청과 포인세티아를 가져왔네요.

서른이 넘었으니 소녀라기에는 너무 성숙한 거 아닐까 싶지만.

육십이 다 되어 가는 제가 보기에 소녀 감성과 소녀처럼 예쁜 마음을 가진 그녀, 순수한 미소가 밝은 그녀는 소녀입니다.

라즈베리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사랑스러운 소녀입니다.


한때 나의 직장 동료이자 지금은 친친입니다. 나이 차이가 삼십 년이 넘지만 대화를 나누면 서로 공감하는 게 많고 예절도 깍듯한 소녀입니다.


작년에 잘 키우던 포인세티아가 붉은색이 점점 없어지고 푸르게 자랐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일정시간 빛을 차단해야 한대서 밤에 검은 부직포를 덮어두었는데 깜박하고 며칠을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리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삼 년 잘 자라던 아이라 마음이 헛헛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와 포인세티아를 사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라즈베리 소녀가 사 왔네요.

이쯤 되면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아닌가요.


가까운 광교산도 요즘 잘 가지 않았는데 라즈베리 소녀와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길을 나섰습니다.

혼자 가거나 이웃과 같이 갈 때는 거의 일정하게 가던 코스로만 걸었습니다.

소녀는 호기심이 많아 여기로 가면 어떤 길인가요, 가볼까요? 해서 새로운 길을 걸었습니다.

사실 평소에 음식이나 길이나 사람이나 익숙한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라즈베리 소녀랑은 김밥도 새로운 김밥을 먹어보고 런던 베이글이라는 낯선 곳을 가봤는데 참 좋았습니다.


가을날 고궁을 가봐야지 하고 마음먹었을 때 창덕궁 비원을 가자고 하여 가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안산의 발리카페도 그녀가 검색하여 다녀왔지요.


서울에서 수원까지 온 것도 고마워서 오랜만에 점심을 집에서 준비했습니다.

너무 맛있게 먹고 행복해하여 나도 기뻤습니다.

오르골에서 나오는 캐럴송도 함께 들었습니다.

산에서 내려와 들른 편안한 카페 분위기도 좋아했습니다.

전공이 영어인데 어릴 때 서당을 다닌 적이 있어 한자가 친숙하고 좋다는 30대 젊은 친구.

사실 직장 다닐 때 서로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돕는 좋은 동료였습니다.


둘 다 담임교사를 하며 아이들과 상담을 우선하며 지내다 보니 늦게 남아 일할 때도 많아서 더 친해졌습니다.

마침 서로가 맡은 일도 좀 많을 때였지요.


기침을 오래 하기에 생강, 계피, 도라지, 감초 등을 끓인 물을 보온병에 담아주었더니 그녀는 감기가 낫고 난 후에 맛있는 간식을 한 아름 주었습니다.


상냥하고 맑은 음성, 친절한 미소로 내가 뭔가를 물으면 함께 찾아보고 의논하던 그녀.


지금은 잠시 휴식과 충전을 하고 새봄에 학생들을 만나 세심하고 따뜻한 관심과 지혜, 지식을 주는 교단에 서기 바랍니다.


예쁜 마음과 감성, 라즈베리 잼을 만들어 준 정성이 모두 그녀의 삶에서 변함없는 향기로 피어나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녀가 준 포인세티아를 바라보며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라즈베리 소녀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나에게 그녀는 어여쁜 소녀로 많은 사람에게 따뜻함을 전하는 삶을 살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포인세티아#라즈베리#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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