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청 좋게 날개를 펼치고 한 번 ‘까악' 하고 날아가더니, 한동안 꽃창포 잎 사이에 숨어있다가 고개를 내밀기를 여러 번 하더군요.
평소 보던 녀석하고 모습과 자태가 많이 다르더군요.
다른 녀석들은 털이 거칠고 몸은 흰색에 회색 털이 망토처럼 어깨 쪽을 덮고 날개깃 끝은 검은 테로 둘러졌지요. 그리고 조용히 오랫동안 한 곳을 응시했어요.
그런데 오늘 본 아이는 고운 회색털과 늘씬한 몸매, 저를 돌아보고 소리를 치는 도전적인 성격으로 보이네요.
녀석의 부리처럼 기다란 풀잎 사이로 고개를 내민 모습을 보고, 자연이 그리 생긴 것은 다 이유가 있구나 싶네요. 사람 눈에 좋으라고 긴 다리와 긴 목을 가진 것이 아니라, 자연에 숨에 눈에 띄지 않기 위함이고 물 위를 날다가 물속에 있는 먹이를 잡기 위함이죠.
저야 한가로이 녀석을 보니 녀석도 여유로워 보이지만, 그들이 쉬는 것도, 나는 것도 소리를 내는 것도 그들에게는 다 삶을 위한 진지한 목적이 있는 움직임이겠죠.
뒤에서 그 녀석의 사진을 몇 장 찍다가, 문득 제가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휴식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누군가 몰래 사진 찍기를 즐긴다면 정말 싫고 방해가 될 테니까요. 이제 그만 찍어야지 하고 발걸음 옮겼습니다.
공원을 걷는 사람이 많기에 녀석들은 규칙적으로 걷는 발걸음에는 무덤덤합니다. 오히려 사진을 찍기 위해 걷다가 걸음 소리가 멈추면 곧 멀리 날아가지요.
그래서 저수지를 300미터쯤 돌아 맞은편 벤치에 앉아 있는데, 웬일인지 녀석이 제가 앉은 벤치 근처로 와서 노네요. 역시 이 애는 다른 애들과 다르네요.
그렇지만 조심스럽기는 여전하며 저를 찍어보라는 듯이 살금살금 개망초 가까이 걷다가 반대 방향으로 가기를 몇 번 하네요. 이 왜가리가 저와 친하고 싶은 걸까요?
차를 운전할 때는 정지 신호가 길게 느껴지고, 보행할 때는 보행 신호가 짧게 느껴집니다.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당사자에게만 문제가 절실하게 보이지요.
소상공인으로 평생을 살았던 아버지.
장사가 잘 안될 때는 오늘도 겨우 가게 세 일당 벌었다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아버지께서 일하던 상가는 상가세를 일수로 받아가고 수첩에 도장을 받았습니다. 월세가 밀리지 않게 하기 위한 건물주의 방법이었습니다.
IMF가 끝나고 거대한 경제 흐름이 현금 보유자에게 유리하게 바뀌었을 것이고 많은 부동산과 회사가 현금을 보유했던 자본가에게 집중되었을 것입니다.
그때, 평범하고 성실했던 중소기업주와 자영업자들도 많은 타격을 입었을 것이고요. 그들 개인의 잘못이 아닌 거대 자본, 국가와 세계 경제의 톱니바퀴에 치인 것은 힘없는 국민들이죠.
저희 아버지도 가게 몇 칸 있는 작은 상가를 소유하였는데 그 때, 상가를 비우고 나가는 임차인들 보증금을 해주느라 여유 자본이 없어 많이 힘들어 하신 기억이 납니다.
코로나19는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지만 온 세계를 때린 폭탄입니다.
하지만 그사이에도 호황을 누리는 일부 품목이 있습니다.
문제는 장기화되는 이 사태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흘릴 눈물마저 말라버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민 개개인은 정부 시책에 협조하며 선진국보다 모범적이고 질서 있는 모습으로 잘해오고 있는데, 사태 수습은 끝이 보이지 않네요.
저야 그저 조심하고 사람 많은 데 가지 않으면 그만이고, 대기업이나 든든한 직장의 월급 생활자들은 영향이 적은 편일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방역 정책에 협조하며 영업을 하지 못하는 자영업자의 피해는 끝이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자동차에 타고 있을 때와 보행자가 되었을 때 느끼는 상황은 다릅니다.
임대업자와 임차인의 입장이 다르고, 피선거인이 되었을 때와 당선되었을 때의 정치인의 시각과 말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훌륭한 공직자와 정치인은 입장에 따른 국민의 처지와 상황을 잘 살피고, 누구라도 외면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인데, 그 노력이 소상공인들에게 피부로 느껴지지 않고 외면당하는 느낌일 것입니다.
저도 자영업 하는 친구의 탄식을 직접 듣기 전에는 그들의 상황을 막연하게 힘들겠다 정도로 짐작했지 저의 일처럼 느끼지 못했습니다.
분명 정부의 방역 대책, 정책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따른 피해는 정부가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그들은 매일 장사를 해서 이윤을 남겨 생활해야 하는데 지금의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영업 제한은 사유재산 침해입니다. 그들은 이 상황의 가장 큰 피해자들입니다.
건물주들도 임대료 계산하고 대출받아 산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 형편이 좋은 분들은 임차인 입장을 좀 생각해 주시면 좋겠네요.
사실,임대료 책정에는 상권의 수익성이 포함된 것인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배려를 하면 좋겠네요.
정부는 그들의 임대료 지원을 위한 대책을 시급히 세워야 합니다. 임차인도 되어 보고 임대인도 되어 본 부모님은 몇십만원 하는 임대료도 상황에 따라 감면해 주시더군요, 몫이 좋은 큰 상가 주인의 경우 임대료도 많고 여유도 있을 것입니다. 이럴 때 은행에 쌓은 돈은 유한하겠지만 사람에게 쌓은 덕은 돈보다 가치있을 것입니다.
하나하나 문을 닫고 불 꺼지는 가게가 많아지는 것은 중산층의 몰락이고 분명 국가적 손실이고 국민들에게도 손실입니다. 우리나라같이 자영업자가 많은 나라에서는 특히나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일 것입니다.
IMF 때 경제위기와 함께 가정의 위기도 함께 있었습니다. 경제, 문화, 사회가 다른 문제가 아니니까요.
얼마 전, 한 대학가에도 갔다가 전쟁의 폐허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쪽은 벌써 문 닫은 가게가 많아 검은색과 회색 골목이 되었더군요.
물론, 우리나라가 미국처럼 부자는 아니지만 방법을 찾는 것이 정치인이 할 일이고 국가가 할 일입니다.본인의 월급통장이 든든해서 안일한 대처를 하는 공무원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국민이 국가이고, 국민이 있어야 정치가 되고, 소상공인과 중산층이 살아야 민주주의도 살고, 임차인이 있어야 임대인도 삽니다~
때 늦지 않은 처방으로 이 위기를 함께 넘깁시다. 또 금모으기 신화처럼 온 국민이 협력하며 이 위기를 함께 넘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