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법...
요즘 나는 매일 아침 직장으로 출근하는데, 흡사 그곳이 전쟁터 한가운데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갑자기 쳐들어오는 기습 공격과 잔인한 포화 속에서 늘 무참히 참패하며, 패잔병처럼 퇴근을 한다.
내가 전투력이 약해진 것인지, 이제 전쟁을 치르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은 건지 작년부터 부쩍 힘들다.
하긴 그전에도 직장은 누군가에게는 분명 전쟁터였을 것이다. 내가 느끼지 못한 건 포탄이 직접 나에게 떨어지지 않았고, 예기치 못한 적군들이 우르르 내 진영으로 쳐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 연못에서 개구리가 맞아 죽듯 누군가에게 수류탄 정도는 무심히 던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분명 전쟁터 한가운데 있고 우크라이나처럼 절박하게 평화협정을 바라지만, 이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요즘은 매일 부상을 입는다. 아예 전사하는 날도 있다.
하지만 얼마 전 본 봉준호 감독의 '미키17'처럼 죽고, 다음날이면 다시 프린트된다.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영화 속 미키17과 미키18은 신체적으로 동일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인간이니까.
매일 전쟁통에 우리는 몸도 상하고, 속도 상하고, 맘도 상한다.
매일 전쟁을 치르는 우리에게는 참호가 필요하다.
전쟁터에서 참호는 적의 쏟아지는 총알과 무시무시한 포탄 속에서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막이다.
참호에 기대어 쉬기도 하고, 참호를 방패막이 삼아 상대에게 총을 겨누기도 한다. 엄혹한 전쟁통에 참호가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들판에 총 한 자루 들고 홀로 서있는 병사보다는 참호 속에 몸을 숙이고 총구를 겨누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전쟁을 잘 치르기 위해서, 희생을 줄이기 위해 참호는 꼭 필요하다.
그래서 난 요즘 나만의 참호를 만들었다.
약속이 없는 점심이면, 차로 5분 거리 공원을 찾는다. 그리고 나에게 확보된 20~30분의 여유를 맘껏 즐긴다.
음악을 듣고 조용히 걷는다. 살랑대는 바람과 공원을 느긋하게 걷는 사람들, 잔디밭을 뛰노는 조그만 강아지들까지 잔잔한 배경음악과 함께 깜짝 편안함을 선물한다. 방금 전까지 들리던 포탄 소리는 사라지고, 갑자기 전쟁 따위는 모르는 두메산골 아낙네처럼 그저 평화로워진다.
이 시간은 오전 내내 사라진 미소를 사소한 노래가사와 강아지의 애교에도 되찾을 수 있는 시간이다.
전쟁 같은 삶에는 꼭 참호가 필요하다. 전쟁은 피할 수 없고, 또 완전히 전사해 버리면 안 되니까.
내일 건강하게 프린트될 수 있도록 최소한 나를 지켜줄 나만의 참호가 필요하다.
들숨을 쉬며, 등을 기댈 수 있는 곳, 짧은 시간이어도 좋다. 거창한 곳일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 시간과 공간은 꼭 필요하다.
지금의 나를 지켜야 전쟁 따위 없는 삶에서도 내가 건강할 수 있지 않을까?
봄꽃이 예쁜 공원인데, 올해 꽃은 언제 볼 수 있으려나,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