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상실의 시대

나이 50을 기다리는 이유, 그 아름다운 상실에 대해

by 하루카제

한 유명한 상담가가 50대라는 나이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봤다. 50은 채우기보다 상실이 시작되는 나이라는 그녀의 말에 작은 감탄이 새어나왔다.


김광석의 노래 가사는 서른부터 그 상실을 이야기하지만, 삶에서 잡히는 것보다 놓치는 것이 많은 때, 설사 필사적으로 잡으려해도 쉽지 않고, 취하고 싶은 욕망조차도 금새 사그라드는 때가 50인 듯하다.

상담가 덕분에 50을 앞둔 시점에 상실에 대해 생각해본다.


누구나 상실은 두렵다. 잃어버린다는 것, 사라져버리고 끊어진다는 것은 모두에게 두렵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꽃잎이 떨어지고, 낙엽이 지고 석양과 함께 해가 기울듯 우리네 삶은 예기치 않은 상실과 항상 맞닥뜨려야 한다. 그럴 때마다 바득바득 그 끝자락을 잡고 억지를 부리기도 하고, 상실을 부정하며 그것을 다시 얻으려 많은 시간을 낭비하기도 한다. 잃어버리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끊어지면 마치 내가 사라져버릴 것 같아 긴긴 불면의 밤을 보내기도 한다.


한낮의 작열함이 지난 지금은 조금 알 것 같다. 상실이 가져오는 가벼워짐과 끊어질 때를 수용하는 내려놓음, 그리고 그 뒤에 찾아오는 또 다른 변화들…


그러기에 상실을 그저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여기지 않게 된다. 얻으면 잃고, 만나면 헤어지고, 꽉 차면 비워야 하는 숙명을 조금 알기 때문일까. 조금씩 멀어져 가는 것들 속에서 괜한 아집으로 상대와 나에게 상처내기보다 그 뒷모습을 그대로 보아줄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할 때이다.




50대, 이 나이가 되면 내 품에 꼬옥 품었던 아이도 떠나고, 사회적으로도 경계가 분명해진다. 피상적 꿈을 꾸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지켜야 하는 것, 포기해야하는 것도 더욱 선명해진다. 관계도 넓어지기보다 좁아진다. 경제적 상황도 예측 가능하다.

이 나이엔 새로운 만남, 화려한 꿈, 풍요로운 미래, 계속되는 성장보다는 발딛고 있는 자리에서의 안정과 수호, 가끔 찾아오는 상실이 더욱 가깝다. 하지만 슬퍼하지 말자.


자식이 날아가고 남겨진 둥지에는 쓸쓸함 대신 나를 돌보는 귀한 시간과 여유가 허락된다. 세상사에 무리하지 않고 무모하지 않는 지혜도 생긴다. 적절한 타협과 현실적 비겁함을 보아 넘기는 뻔뻔함도 나쁘지 않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될 일에 힘쓰지 않는 욕망의 상실은 반갑기까지 하다. 그리고 넓지 않은 관계는 체에 받쳐 건져낸 보석처럼 곱고 귀하기 그지 없다.

곱게 물든 단풍잎 사이에 지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파란색으로 덩그러니 남아있는 잎은 아름다울까?


푸른 잎을 상실하고 새롭게 물들게 될 나의 색은 어떤 빛깔일까. 이것이 내가 50대의 상실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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