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르바 Oct 21. 2021

닥터 인사이드 (6)

내 안의 의사

5. 치유를 위한 세 가지 중 셋째, 행위



꿈은 꿈일 뿐


  적당한 햇빛을 받으면서 산들바람 불어오는 풀밭을 오가며 맛있는 열매를 따먹고 며칠에 한 번씩 돌도끼를 꼬나 잡고 사냥에 나서는 생활.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것이야말로 자연치유의 측면에서는 완벽한 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우리 몸이 가장 좋아하는 수렵채집시대의 시스템 속에서 사는 것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는 좋으나 싫으나 복잡하고 편리한 문명세계에서 살아야 하고 그 세계는 수렵채집시대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 꿈은 꿈대로 놔두고 현실 속에서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이 항목에서는 환경과 접촉하는 부분에 대해서 말하려고 한다. 어떤 환경을 선택해야 할 것인지, 어떤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인지, 그 환경과 어떤 식으로 접촉해야 할 것인지 살펴보겠다.


운동


  건강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운동을 하고 있거나 할 계획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운동에 관해서 상세히 쓸 생각은 없다.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은 차고 넘치니까. 다만, 우리의 몸은 수만 년 전, 숲과 들판에서 먹을 것을 구하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뛰어 다니던 시절의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된다. 많이 걷는 것은 기본이고, 가끔 숨이 턱에 차도록 뛰기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친구분들 중 가장 오래 건강하게 사시다가 몇해 전 돌아가신 장인어른의 말씀이 기억난다. "친구들 중에서 운전기사를 두고 자동차를 타던 친구들이 제일 먼저 죽고, 손수 운전하고 다니던 친구들이 그 다음에 가고, 나처럼 평생 운전대를 멀리 하고 걸어다니고 버스나 지하철 타고 다니던 친구들이 제일 오래 살더구나."


햇빛


  모든 것은 태양에서 왔다. 햇빛이 끊기면 생명도 끝장이다. 태양을 너무 많이 쬐면 부작용이 있지만 어부나 농부가 아니라면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햇볕을 쬐면 마치 부정이라도 탄다는 듯이 온통 얼굴을 싸매고 다니거나 건물 밖으로 나다니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는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하면서도 눈만 내놓고 다닌다. 새하얀 피부가 건강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그렇게 해도 상관없다. 삶이란 어차피 선택이니까. 그러나 그렇게 태양을 피하는 사람은 대가를 치르게 된다. 우울증과 골다공증이 가장 먼저 찾아 올 것이다. 

  햇빛은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의 생성을 촉진하고 뼈를 강화시키고 피돌기를 도와주며 눈 건강에도 필수적이다. 햇빛은 생명활동에서 필수불가결의 요소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한 시간 이상 태양을 만날 수 있도록 생활을 조절해야 한다. 태양을 한 시간 이상 만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리를 움직여야 가능할 것이다. 날마다 태양을 만난다는 것은 건강을 위해 필요한 행동요건을 거의 충족시킨다는 이야기다. 


땅, 물, 공기


  땅을 밟는 생활, 맑은 물과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일이 중요하다. 


교류와 소통


  사람이 약이다. 인간적인 유대는 강력한 치유력을 발휘한다. 다음은 내 아내가 예전에 블로그에 쓴 글이다. 아내와 나는 네이버에서 '기르지 않는 농부'라는 블로그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며칠 전에 부모님의 회혼식이 있었다. 요즘처럼 장수하는 세상에서도 결혼 60주년이란 흔치 않은 일이기에 우리 가족은 부모님을 모시고 조촐하게 축하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나는 어렸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아홉 식구의 대가족 속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무척 힘드셨겠지만 우리 형제들은 지금도 모이기만 하면 성장기의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그때가 행복했다고 이야기한다. 핵가족이 대부분인 요즘의 가정생활과는 다른 정신적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끼면서 자란 것은 어찌 보면 행운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장수하셨고, 아버지 어머니도 팔순을 넘기신 지금까지 건강하신 편이다. 우리 형제들도 나이 들어가면서 조금씩 아픈 데가 있긴 해도 비교적 건강하게 중년기를 넘기고 장년기에 접어들었다. 유전적인 가족력이 좋은 것도 행운이었지만 가족 간의 긍정적이고 인간적인 유대 관계가 치유력을 발휘한 탓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형제들은 우애가 좋아서 남들의 부러움을 많이 사고 있다. 실제로 아프고 힘들고 괴로울 때면 언니나 동생들의 위로와 격려가 큰 힘이 된다. '우리의 영혼은 어떻게든 타인과 공명한다. 그 상호작용이 긍정적이면 인간적인 유대는 가장 강력한 치유력을 발휘하며, 물질적인 차원의 수많은 해로운 영향을 중화시킬 수 있다.' 나는 앤드류 와일 박사의 이 말을 나의 가족 관계 속에서 확인하고 있다.


공동체의 상실이 질병의 요인이 된다


  앤드류 와일 박사의 '자연치유'에는 공동체 상실이 질병의 요인이 된 사례가 나온다. 펜실바니아 주 로세토 마을에 사는 이탈리아계 미국인들은 이민 초기인 1930년대에는 관상 심장 질환의 발생률이 미국 전체의 평균치보다 낮은 편이었다. 그들의 주식은 칼로리가 많은 육류와 지방이었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많았지만 심장마비를 겪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2세들은 똑같은 식사를 하는데도 관상 심장 질환의 발병률이 다른 미국인들과 같아졌다. 이주민들을 연구한 학자들은 대가족과 공동체의 상실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2세대들은 대가족이 해체되고 핵가족으로 살면서 사회적 소외를 겪었다. 이민1세대의 깊은 유대감은 모종의 방식으로 고지방과 흡연의 악영향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해 줄 서 있었던 것이다. 현대인들은 인간 사이의 이런 유익한 상호작용을 거의 다 잃어버린 채 고독한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 


공동체를 회복하거나 사랑을 나누어 주면 건강해진다


  노자는 사람이 가장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방식은 닭울음소리가 들리는 범위 내에서 작은 마을을 형성해서 서로 돕고 사는 것이라고 했다. 현대인들은 이미 여건상 대가족을 형성하고 살기는 힘들기 때문에 생태 공동체 등을 만들어서 서로 돕고 사는 방법을 찾아보기도 한다. 예전에는 공동체 생활은 시골로 이주해야 가능했지만 요즘은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성미산 마을이나 부산에 있는 물만골 생태마을 등 도시 안에도 공동체 마을이 있다. 그렇다고 누구나 쉽게 공동체 마을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마다 생계를 위해서 지켜야 할 생활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인간 사이의 유익한 상호작용은 반드시 대가족을 이루고 살거나 공동체에 합류해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또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이웃을 갖고 있다면 서로의 영혼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인터넷 카페 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 역시 인간 사이의 유대관계를 통해서 유익한 상호작용을 얻기 위해서다. 요즘은 인터넷 카페가 잘 운영되기만 하면 공동체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다.  

  바른 음식과 적당한 운동은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여기에 꼭 하나 더 필요한 것이 좋은 사람들과의 친밀한 교류와 소통이다. 몸에 좋은 야생초와 약초를 찾아서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혼에 약이 되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사귀고 사랑하는 일이다. 


 호흡법의 신비 - 지켜보는 순간 생각은 쉬고 있다


  숨쉬기에 집중하는 것은 생각을 쉬게 하고 마음을 비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좋은 생각을 하는 것도 건강에 중요하지만 생각을 쉴 수 있다면 더 좋다.  영혼은 곧 호흡이다. 산스크리트의 프라나prana, 그리스어의 뉴마pneuma, 히브리어의 루아치ruach, 라틴어의 스피리투스spritus 등과 같이 많은 언어에서 영혼과 호흡은 동일하다. 명상과 영적인 훈련은 모두 호흡 훈련으로 시작된다. 호흡의 리듬과 깊이에 의식적으로 변화를 줌으로써 심장박동, 혈압, 혈액순환, 소화를 조절할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호흡의 관찰이다. 편안한 옷을 입고 편안한 자세로 앉아 눈을 감고 호흡에 주의를 기울인다. 호흡에 영향을 주려 하지 말고 그저 들숨과 날숨의 주기를 따라가면서 들숨이 날숨으로, 날숨이 들숨으로 바뀌는 지점을 느껴보는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숨 쉬던 것을 멈추고 숨쉬기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관찰하고 의식하는 것, 이것이 명상의 기초이자 이완의 기술이며, 육체와 영혼을 조화시키는 방법이다. 

  편안한 잠을 이루는데 가장 좋은 호흡법은 수동적인 호흡이다. 똑바로 누워서 눈을 감고 두 팔을 몸과 나란한 방향으로 편안히 둔 다음, 호흡에 영향을 주려 하지 말고 가만히 주의를 기울인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우주가 당신에게 숨을 불어넣고, 내쉴 때마다 숨을 거두어간다고 상상하라. 당신은 수동적인 호흡의 수취인이다. 우주가 당신에게 호흡을 불어넣을 때, 그 호흡이 몸의 구석구석까지 손가락과 발가락 끝까지 침투해 가는 것을 느껴보는 것이다. 호흡을 열 번쯤 반복하는 동안 이런 생각을 유지할 수 있다면 성공한 것이다. 


풀무호흡 - 신경계를 위한 영적인 강장제


  고대 인도의 호흡법이자 요가의 한 부분인 프라나야마에 나오는 정식 호흡 기술이다. 이것을 배워두면 자연치유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호흡법으로 좌골신경통 같은 신경계의 문제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실제 내 아내의 경우 이 호흡법으로 지병이던 좌골신경통을 극복했다. 숨을 쉬는 방식은 신경계의 상태를 반영하고 영향을 주는 요인이라는 것을 이 경험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정식 호흡 기술의 첫 번째는 자극적인 호흡, 흔히 풀무호흡이라 부르는 것이다. 눈을 감고 등을 곧게 편 자세로 편안히 앉는다. 혀를 요가 위치에 둔다. 즉 혀끝을 위쪽 앞니 뒤에 붙이고 혀가 치조융기(치아와 구개 사이의 부드러운 조직)에 닿도록 혀를 앞쪽으로 민다. 훈련하는 동안 혀는 항상 이 위치에 있어야 한다. 입을 가볍게 다물고 코를 통해서 숨을 빠르게 들이쉬고 내쉰다. 들숨과 날숨은 동일하고 짧아야 하며, 쇄골 바로 위의 목 아랫부분과 횡격막에서 근육이 운동하는 것을 느껴야 한다. 가슴의 움직임도 풀무질처럼 빠르고 기계적이어서 풀무호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들이쉴 때나 내쉴 때나 숨소리가 들려야 하며 편안하게 할 수 있다면 호흡을 1초에 세 번 정도로 빨리 해야 한다. 연습을 시작할 때는 15초 동안만 하고 그 다음에는 정상호흡을 한다. 한번 할 때마다 시간을 5초씩 늘려서 1분까지 지속될 수 있게 한다. 

  이 훈련을 하면서 자극적인 호흡을 하다가 정상 호흡으로 돌아왔을 때 전신에 에너지가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미세한 떨림이나 따끔거리는 느낌이 있고 정신이 또렷해지며 피로감이 사라진다.

  두 번째는 이완호흡이다. 이 훈련은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서, 혹은 누워서 혹은 서서나 걸으면서도 할 수 있다. 훈련하는 동안 혀는 역시 요가 위치에 있어야 한다. 입을 통해서 숨을 완전히 내쉬는데 숨소리가 나야 한다. 그 다음엔 입을 다물고 코를 통해서 조용히 숨을 들이마시면서 속으로 넷을 센다. 숨을 멈추고 일곱을 센다. 소리가 나도록 입으로 숨을 내쉬면서 여덟을 센다. (4-7-8) 이 과정을 네 번 반복한 다음 일상적인 호흡으로 돌아간다. 하루에 두 번씩 하다가 한 달 후에 익숙해지면 네 번 반복하던 것을 여덟 번으로 해서 하루에 두 번씩 한다. 이 호흡은 신경계를 위한 강장제다. 소화기장애, 심장 부정맥, 고혈압, 불안과 불면증을 치유해 주는 돈 안 드는 약이다.



이전 05화 닥터 인사이드(5)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