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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 Aug 16. 2024

이곳도 노쇼투성이

무료강연, 안타까운 기다림의 현장

내가 일하고 있는 서점은 대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1인 6,000원에 2시간 동안 서점에 있는 책상에 앉아 서가의 모든 책을 볼 수 이용할 수 있는데, 음료 한잔이 서비스로 제공된다. 서점에는 별도 룸이 3개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10명~15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어 종종 북토크를 하거나 소규모 강연을 하는 손님들이 예약을 하고 방문하곤 한다. 프라이빗하고 조용하면서도 분위기 좋은 곳을 찾기 쉽지 않으니, 이곳은 그런 공간을 찾는 분들의 아지트처럼 이용되기도 한다.

조용한 산속에 위치한 서점이라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렇게 이 공간을 아는 분들에게는 아지트처럼 이용된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나는 고작 일주일에 3번만 일하지만, 그 3일 중에 이틀은 꼭 만나는 단골손님이 있다. 대관서비스를 누구보다 애용하시는 고마운 단골손님이다.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일을 시작하고 두세 달쯤 되었을 때였다. 모임 장소를 물색하다가 우연히 이곳을 알게 되어 예약을 하고 방문해 주셨다고 했다.

서점에 들어온 후 그녀의 감탄은 계속 이어졌다.

“와~ 여기 정말 너무 예쁘다~어머머 정원좀봐~~"

첫 방문 이후로 단골이 되어 그녀는 매주 3번 이상 이곳에 와서 책을 읽거나 다양한 모임을 한다. 자주 만나게 되니 일하는 직원들과도 친분을 쌓아가는 듯했다. 나는 그녀가 8명의 사람들과 함께 공저로 책을 낸 작가라는 사실과, 지금은 전자책 출간하는 법과 글 쓰는 법에 대한 강연을 한다는 사실을 두 번째 만남에서 알게 되었다.


책을 공저로 1권만 내도, 유명하지 않아도, 특색 있는 뭔가가 없어도 이렇게 강연을 하고 글로 밥을 먹고살 수 있나 보다 하는 생각에 나는 그녀를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건 단순 개인적 호기심이다. 글로 돈을 버는 사람을 멋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그녀는 전자책 출간하는 방법에 관한 세미나를 무료로 몇 번 진행할 예정이라고 귀띔을 해주었다.

그리고 아직 인스타 팔로워가 적어 홍보가 부족하니 우리 서점의 계정에 홍보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나는 그녀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성심성의껏 홍보글을 올리곤 했다.

떨리던 첫 무료세미나에는 약 4-5명의 신청자가 있었다. 당일에 취소된 한 명을 빼고는 모두 와주셔서 민망하지 않은 선에서 무료세미나는 잘 진행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그녀는 그 후 격주로 계속 무료세미나를 열었다. 주제는 전자책 출간하는 방법일 때도 있고, 글쓰기에 관한 것일 때도 있고, 책을 쓰며 달라진 삶에 대한 내용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첫 세미나 때 4-5명이 신청해 준 건 호사였다. 그 후로는 1명~2명의 신청자가 있을까 말까.. 심지어 그마저도 당일에 말없이 안 오는 상황이 발생되곤 했다. 그런 상황이 되면 애가 타는 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언제 올지 모를 손님을 기다리는 그녀를 바라보는 내 마음도 같이 타들어갔다.


얼마 전까지는 날짜를 지정해 예약을 하며 인원수까지 파악해서 알려주시곤 했다.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어요"라는 말을 꼭 덧붙이며. 하지만 안타깝게도 늘 예약한 인원을 넘거나 그 수를 맞춰서 오는 경우는 없었다. 한 명이라도 오면 차라리 그 한 명을 위해서라도 준비해 온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을 테지만, 다 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말없이 안 오는 상황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그런 상황이 민망하고 불편하셨던 건지 이제는 홍보를 부탁하지도 않으시고, 몇 명이 올 테니 방을 잡아달라는 예약을 하지도 않으신다. 단지 묵묵히 그 시간에 혼자 와서 피피티를 켜놓고 준비하고 계신다. 나도 더 이상 "오늘은 몇 분 오세요~?"라고 묻지 않는다. 민망한 상황은 피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아무런 의도나 악의 없는 내 말에 그녀가 혹시라도 마음 상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묵묵히 음료를 갖다 드리고, 필요한 게 있는지 살피고, 챙겨줄 수 있는 서비스를 챙겨드린다.


나는 20대 때 호텔리어였다. 큰 호텔의 프런트에서 일했는데, 호텔 객실도 노쇼가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예약을 할 때 객실 값을 미리 지불한 게 아니면 예약을 취소한다는 전화 한 통 없이 안 나타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어린 마음과 머리로도 얼마나 놀랍고 이해가 안 갔는지 모른다. (취소 연락이 그렇게도 힘든 걸까? 개런티용 카드를 받긴 하지만 당시에는 노쇼차지를 청구하면 반발하는 사람이 너무도 많아서 조심스러웠다.)

작은 서점의 상황도 별반 다르진 않다. 책을 구매하러 올 테니 미리 찾아놔 달라는 전화에 미리 다 준비해놓고 있는데 방문은커녕 전화도 안 받는 사람, 똑같은 책을 여러 권 주문해 달라 하더니 안 와서 연락해 보면 급해서 다른 곳에서 샀다는 사람, 10명이 방문한다고 해서 그 방을 비워놓고 손님들을 못 받고 있는데 안 와서 연락해 보면 "아 취소전화 깜빡했어요!" 하는 사람 등등.. 수도 없다.

서점에 방문하는 대부분의 손님들은 좋은 마음으로 이용해 주시지만, 종종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되며 호텔이나 서점이나 어디든 이런 상황은 늘 존재하는구나 하는 마음에 씁쓸해진다.


예약을 해놓고 방문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사정이 있고, 그런 상황들은 불시에 발생하기 때문에 예측 불가하니까. 하지만 적어도 상황이 이래서 못 간다는 코멘트 정도는 기본 매너로 장착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건 너무 기본 중에 기본이니까. 또 그런 상황을 이해 못 하고 예약을 했는데 안 온다고, 준비해 놨는데 안 온다고 역정을 낼 사람은 없으니까. '안 오나 보다 하겠지 뭐~', '다른 데서 샀나 하겠지 뭐~' 하는 안일한 생각은 멈춰줬으면 좋겠다.

무료세미나에 유독 노쇼가 많은 것도 이유가 있겠지. 값을 지불하지 않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했다가 그 가벼운 마음으로 노쇼를 내는 걸 수도 있겠지. 부디 준비하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줬으면 좋겠다.

'노쇼? 말도 안 돼.. 노쇼를 내는 사람이 있어???!! 매너 없어!'라고 누구나 다 같이 말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서점의 단골손님이 노쇼로 마음 상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잘 가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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