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를 넣어 만든 최초의 빵은 고대 이집트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빵은 현대의 피타브레드와 가장 유사한 모양일 거라 추측되는데 피타는 그리스에서 불리어지는 이름이고 이집트어로는 토착 빵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에이시(Aish Baladi)라 불린다. 이집트의 납작빵이 같은 지중해 연안을 끼고 있는 그리스와 터키로 흘러간 게 아닐까? 여행을 다니면서 식문화 전파의 힘은 아주 대단하다는 것을 몸소 느낀다.
화덕에서 구우면 부풀어 올랐다가 식으면 납작해지는 에이시. 맛은 고소하고 쫄깃쫄깃한 난과 비슷한 느낌이다. 길거리나 식당 어딜 가나 에이시가 보이는데 파는 곳마다 두껍기와 크기에 살짝 차이가 있다.
반을 가르면 주머니가 생기는데 이 속에 팔라펠이나 코프타(Kofta)를 채워 먹는다. 에이시에 타히니 소스 발라 고기 한 점 올려 싸 먹으면 상추에 된장 한 점 묻혀 삼겹살 쌈 싸 먹는 맛 저리 가라이다!
말레이시아 유학 시절 내 최애 중동 음식이었던 소 간 샌드위치(Kebda Eskandarani). 이집트에 와서야 정확한 이름을 알게 되었다. 현지 인기 만점 간식으로 길거리 수레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식당에 가서 각 잡고 시키면 플래터로도 먹을 수 있다는 점. 씹을수록 고소하고 매콤하고 도대체 어떻게 볶는 걸까, 너무 맛있다!
코샤리(Koshary)는 이집트 전통 음식으로 파스타면, 렌틸콩, 병아리콩, 볶은 양파 슬라이스 등을 토마토소스에 비벼 먹는 음식이다. 비빔밥처럼 한 그릇에 말아져 나와 소스를 비비기만 하면 된다. 담백한 콩에 꽤 매콤한 토마토소스가 아주 잘 어울린다. 가격은 2천 원(EGP70) 정도밖에 안 하지만 양을 한 대접으로 줘서 저렴한 가격에 배불리 먹을 수가 있다.
브런치 카페에 가면 자주 볼 수 있는 에그 인 헬. 이집트어로는 샥슈카(Shakshouka)라고 한다. 현지의 맛은 어떨까 시켜보니 이렇게 나왔다. 스크램블로 먹기도 하나 보다? 당황스러웠지만 이집트 식당에서 이집트 직원이 이게 바로 샥슈카라는데 뭐 맞는 거겠지.
마르코크(Markook), 레바논의 납작빵. 에이시와 거의 비슷해보였지만 좀 더 얇고 반투명한 느낌이다. 레바논 식당은 유럽에도 많이 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후무스가 레바논 대표 음식이라고 한다. 후무스를 그렇게 좋아했는데도 모르고 있었다니. 알고 먹으니 더 맛이 있다.
같은 중동 나라여도 각 나라별 음식 특색이 뚜렷하다는 걸 알게 됐다. 하물며 우리나라도 순창은 고추장이 유명하고 부산은 돼지국밥, 제주도는 고기국수 등 지역별 음식이 다른데 스무 국가가 넘게 모여있는 중동의 음식들이 왜 모두 같을 거란 안일한 생각을 했었을까?
기자에 가면 도시와 근접해 있는 피라미드가 멀리서도 보인다. 하지만 피라미드 바로 앞에 가보면 쌓아 올린 돌덩이 하나가 사람 키 보다 크다는 사실! 추가로 이슬람의 공휴일은 일요일이 아닌 금요일라고 한다. 그래서 금요일인 공휴일에 이집트 학생들이 피라미드로 많이 견학을 가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그날은 금요일이었다. 호객행위에 치이고 학생들한테 치이고 피라미드 구경하기 참 힘들다! 다들 금요일은 피해 가십시오.
밤에 도착해서 본 이집트의 첫인상은 ‘밝다’였다. 밤에도 네온사인이 잔뜩 켜져 있었고 번화가에는 새벽 2시에도 사람들이 꽤 있었다. 호객행위 하는 상인, 빵빵거리는 경적 소리, 숨 쉬기 힘들 정도로 심한 매연과 미세먼지 등 여행 난이도 극상이었지만 피라미드도 보고 내가 좋아하는 후무스와 소 간(켑다) 샌드위치도 실컷 먹고 나름 만족스러운 날들을 보냈다. 이번 중동 여행은, 모로코에 가면 식당마다 후무스를 팔 줄 알았던 나의 편협한 시야를 넓히는, 이집트와 중동 식문화에 대해 얕지만 조금이라도 알 수 있게 된, 의미 있고 유익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