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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빵지순례 잘 다녀왔습니다.

by 정지인


90일간의 세계 빵지순례를 마쳤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여정이었다. 단순히 여행을 하는 게 아닌 공부를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기에 먹고 관찰하고 분석하고 기록하는 여행이 때때론 쉽지 않았다. 계속되는 밀가루 섭취 때문에 소화불량과 피부 트러블을 겪을 때도 있었고, 적은 경비와 한정된 위의 용량 때문에 다른 음식을 먹고 싶은데 포기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빵지순례를 다녀오기 전과 후의 나를 비교한다면 아마 몇 배는 성장했으리라. 가기 전에는 막연했던 빵에 대한 지식들이 조금 또렷해졌다. 세계의 다양한 빵과 디저트에 대한 견문을 넓힐 수 있었고 우리에겐 단순히 빵이지만 다른 나라에선 주식인 빵의 각기 다른 특징을 알게 되었다. 뼈가 아닌 혀에 새긴, 평생 잊지 못할 경험들을 할 수 있게 되어 참 기쁘다. 또, 무탈하게 다녀올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제빵사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턱턱 반죽 치는 소리를 배경 음악 삼아 이른 아침에 하루를 시작해 빵 구워지는 냄새에 행복해하고 반죽부터 성형, 발효, 굽기까지 모든 박자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져 완성된 제품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낄 때 즈음 하루는 끝이 난다. 빵지순례는 끝이 났지만 빵을 사랑하고 그 온 마음을 다해 업을 즐기는 빵순이의 삶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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