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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하쿠나 마타타의 나라에 다녀오다.

by 정지인


마지막 여행지, 내가 좋아하는 바다에 가기로 결정. 탄자니아 잔지바르에 왔다.


탄자니아는 아프리카 본토 탕가니카의 ‘탕’과 잔지바르 섬의 ‘잔’을 따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탄자니아는 스와힐리 문화권으로 언어도 스와힐리어를 쓰는데 신기하게도 잔지바르 인구의 99%는 무슬림이라고 한다. 스와힐리 식문화 탐험, 마지막 빵지순례 시작하겠습니다!

진짜 찐 항공샷


스와힐리 요리를 시키면 우리나라 백반처럼 한 상차림이 나온다. 인도의 영향을 받아 커리처럼 보이는 음식들이 많다. 이들은 음추지(Mchuzi)라고 불리는데 스와힐리어로 소스라는 뜻이라고 한다. 커리와 제형은 비슷하나 향신료의 향이 덜하고 코코넛의 은은한 달콤함이 킥이다. 생선이나 고기를 넣어 음추지를 만들기도 하고 비건식으로 콩만 넣은 음추지도 있으니 취향에 맞게 주문하면 좋겠다.

Swahili Cuisin
이게 바로 아프리칸 백반


보통 음추지(Mchuzi)에 밥이나 우갈리(Ugali)를 찍어 먹는데 우갈리는 메이즈/옥수수 가루를 쪄서 만든 아프리카의 주식이다. 밍밍한 백설기 맛으로 정말 아무 맛이 안 난다. 동유럽의 덤플링 느낌. 구워서 빵처럼 먹기도 하지만 찐 채로 더 많이 먹는 것 같다.

우갈리


인도에서 먹는 차파티도 식탁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차파티는 로티와 비슷한 아주 얇은 납작빵이다. 개인적으로 우갈리보단 차파티를 음추지에 찍어먹는 게 훨씬 맛있었다. 인도의 문화가 인도양을 넘어 아프리카까지 퍼졌을지 이 여행을 시작하기 전엔 상상이라도 했을까? 아프리카 대륙에 오니 이런 납작빵들이 많이 보여 참 새로웠다.




여행을 하다 보면 해산물은 비싸고 내륙 국가에선 귀한 음식이라 쉬이 먹질 못한다. 하지만 탄자니아는 식량자급률이 무려 120%에 달한다고 한다. 메뉴에 고기와 해산물 둘 중 뭐 하나 빠지질 않는다. 탄단지 벨런스 최고!

해산물의 천국
생선 경매장 주인은 바로 고양이?!



플랜틴이라는 바나나를 아시나요? 바나나처럼 생겼지만 겉모습에 속아선 안된다. 바나나인 줄 알고 껍질을 벗겨 한입 베어 문 순간 내 혀는 떫은맛에 마비되어 버렸다. 직접 먹어본 후에서야 찾아보니 플랜틴은 요리용 바나나라고 한다. 플랜틴은 고기와 함께 음추지의 재료로 쓰이기도 하고 튀겨서 디저트로 먹는다고도 한다. 딱 단 맛없는 고구마 식감이다.

바나나 음추지
핑크 바나나 & 꿀에 찍어먹는 튀긴 바나나



아프리카에선 어떤 디저트를 먹을까? 길 가다 빵집이 있어 무작정 들어가 보았다. 처음 보는 안다지(Andazi)라는 탄자니아의 도넛을 먹어봤다. 굉장히 투박하게 생겼는데 맛도 설탕가루가 안 뿌려진 두꺼운 튀긴 빵의 투박함 그 자체였다.

내 주먹만한 크기의 안다지



스톤타운 야시장에 가면 꼭 먹어야 한다는 잔지바르 피자. 이름은 피자지만 한국식 지짐이라고 생각하면 더 정확할 듯싶다. 안에 야채, 다진 고기, 계란 등 여러 속을 골라 넣을 수 있는데 가격도 착하고 익숙한 맛이라 그런지 부담 없는 먹기 좋았다. 양이 적어 무조건 1인 1 피자를 해야 한다!


듣도 보도 못한 것이 나타났다! 빵이라 적힌 것을 그냥 지나칠 리 없는 빵순이의 눈에 들어온 “Breadfruit”. 빵과일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빵과일은 빵나무의 과일이라고 한다. 겉모습은 두리안이나 잭프룻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맛이었다. 맛과 생김새가 빵과 비슷하다고 해서 빵나무라고 불린다고 하는데 내가 느끼기엔 그냥 구수한 감자 같은 느낌이었다.

뒤에 노르스름한 것이 브레드프룻이다.



‘내가 또 아프리카에 올 일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마지막 여행지를 충분히 누려보기로 했다. 바다를 보며 맥주 마시면서 멍 때리기. 탄자니아 맥주 은근히 괜찮다. 킬리만자로와 사파리, 정말 탄자니아스러운 이름 아닌가!

사진에 다 안 담기는 능귀 바다의 청량함. 나에게 1등 바다는 말레이시아의 펄헨티안이었는데 능귀가 이겨버렸다.

길가에는 염소들이 떼를 지어 다닌다. 개보다 염소가 더 많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염소는 처음 보는 듯.

석양이 이렇게도 예쁜데 왜 세계 3대 석양에 안 껴주는 거냐고. 저녁시간대가 되면 어른, 아이 너 나 할 거 없이 사람들이 바다에 나와 시간을 보낸다. 축구하는 사람들, 수영하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 윗몸일으키기 하는 사람도 있다. 스마트폰에서 멀어져 자연과 함께 하는 삶. 바다를 가진 자들은 어떤 부를 가진 자들보다도 행복해 보인다.

해변에서 수영하는 아이들


시골 마을인 능귀에 있다 보면 갑자기 전기가 툭 끊긴다. 조금 기다리니 다시 천천히 불은 돌아온다. Pole Pole (폴레, 폴레), Slowly Slowly, 로컬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이다. 모든 게 느긋하게 돌아가는 탄자니아. 마주치는 사람들은 나를 보면 해맑은 미소와 함께 모두 “잠보-!”라고 인사해 준다. 특히 이들의 웃음소리는 사람 기분 좋게 하는 뭔가가 있다. 긍정 마인드 하쿠나 마타타의 정신으로 삶을 살아가기 때문일까? 이들에게 문제 될 것은 하나도 없다. 여행을 마치며 “폴레 폴레”, “하쿠나 마타타”의 정신을 마음 깊게 새겨본다.

하쿠나는 ‘no’, 마타타는 ‘pro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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