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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과사색 Jun 11. 2022

생산적인 하루를 만드는 법 1.행동활성화 일지 실천후기

Behavioral Activation Activity Diary 실천

행동 활성화 일지 실천 방법과 후기 


무기력의 끝장을 보는 나의 하루는 이러하다.


9시-10시: 10분 간격으로 울리는 알람을 계속 끄고 다시 잔다.

10시: 더 이상 자면 안 된다는 죄책감에 일단 눈은 뜬다.

10시-10시 30분: 침대에서 핸드폰을 보며 누워있는다.

10시 30분-11시 30분: 침대에서 겨우 기어나와 아침을 먹으며 일을 시작한다.  

11시 30분-4시: 일을 대충 한다. 일이 너무 단순하고 지루하다. 빨리 이 직장을 뜨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집이 너무 적막해서 넷플릭스로 아무 영화나 틀어 놓는다.

4-5시: 늦은 점심인지 이른 저녁인지 모르겠지만, 배가 고프니 일단 밥을 먹는다.

5시-8시: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가장 모르는 시간이다. 거의 매일 이 시간에 한 시간 정도 낮잠을 자거나, 장을 보러 나가거나, 멍을 때리며 시간을 보낸다.

8시-9시: 어떻게 써야 하는지 두 번째로 모르는 시간이다.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주로 한다.

9시-10시: 배가 고파서 간단한 간식을 만들어 먹는다.

10시-12시: ‘잘 준비’를 해야 하니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핸드폰만 하다가 잔다.


심지어 나보다 생기 있어 보이는 나무늘보

사람으로서의 기능을  하나도 하지 않아 보인다. 생산적인 일을 하는  같지도 않고, 나를 즐겁게 하거나 돌보는 일도 하지 않고, 자기 발전을 위한 일도 하지 않고, 일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도 없다. 매일매일 뇌가 정지되어 있는 느낌으로 숨만 쉬고 살고 있다. 산송장처럼.


이렇게 죽어 있는 삶이 누군들 즐겁겠냐만, 나는 유난히 힘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삶과 너무 달라서였다. 몇몇의 친구들은 나에게 이러한 말도 했었다. 코로나 시국에 취직도 했고 꼬박꼬박 월급도 나오니까 너무 자괴감 들지 말라고, 그동안 바쁘게 살았으니 쉬어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라고, 이 시간을 잘 활용해서 다음 도약을 하자고. 맞는 말이었다. 나는  열심히 달려만 왔었고  자신을 들들 볶아가며 아등바등 성취하는 것에 몰두해 왔. 중고등학교 때는 좋은 대학에 가려고 시간을 쪼개 공부했었고, 대학교 때는 미국으로 대학원을 가기 위해 바쁘게 공부했었고, 미국 대학원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미친 듯이 공부했었다. 대학원 졸업 후에는 취직을 위해, 취직 후에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언제나  가쁘게 살았다. 그러니 아침 10시에 겨우 일어나서 대역죄인 머리를 하고서 산송장처럼 하루를 사는  꼴이 달가울 리가 없다. 사람은 자기 잘난 맛에 산다고 하는데, 내가 너무 실망스러워서  맛이 없었다.  


그래서 변화가 절실히 필요했다. 나의 하루를 다시 생산적으로 바꿔야 했다. 예전  모습을 되찾고 싶었다. 실천 가능한 작은 목표들을 세우기 위해서 나의 생활을 이렇게 멍청하게 만드는 이유부터 알아보기로 했다.


1. 직업이 불만족스럽다.

애초부터 '데이터 매니저'는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다. 역학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놈의 코로나 때문에 먹고살려고 아무 직장이나 잡은 거다.

하는 일이 너무 단순하고 쉽다. 보람이 개뿔도 없다.

매니저에게 더 어려운 일을 달라고 요청해 봤었지만, 하는 일이 거기서 거기이다. 팀 안에서 성장하거나 배우고 싶은 마음이 없다. 매니저가 팀원의 성장을 도모하는 사람도 아니다. 팀원들과 매니저에게 정이 없으니 에라이 일을 더 해주고 싶은 마음도 없다.

월급이 매우 적다. 비싸 죽겠는 보스턴에서 겨우 입에 풀칠한다. 돈을 모을 수가 없다. 보상이 없으니 일 하기가 더 싫다.

재택근무를 한다. 팀원과 교류도 없고, 세상에서 고립된 느낌이 든다.

2. 무기력하다.

인생을 잘 못 살았다는 느낌이 든다. 애초에 전공을 잘 선택할 것을, 그러지 못해서 첫 번째 직업을 바꿔야 했고, 대학원에 다시 들어가야 했다. 웃긴것은, 그렇게 다시 들어간 대학원이 하버드였지만 정작 나는 '실패했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원을 가서도 박사 하는 것을 포기하고 석사만 마치기로 했을 때 실패했다는 느낌이 또 들었다.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되는대로 취직한 이 직장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실패했다는 느낌이 또 들었다. 연속으로 겪는 실패감 때문에 결국 무기력해졌다.

3. 소셜 활동이 없다.

코로나 때문에 소셜 활동을 전혀 하지 못한다. 게다가 친구들이 거의 한국으로 들어갔고, 그나마 남아 있는 친구들도 조심하느라 잘 만나지 못한다. 그저 혼자 지낸다. 이 지구에 덩그러니 혼자다.

4. 나를 위한 긍정적인 경험이 부족하다.

일상에서 내가 나를 돌보는 일들이 전혀 없다. 운동을 하거나, 건강하게 먹거나, 자기 계발을 위한 일을 하거나 등등, 나를 위한 긍정적인 일들을 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문제들을 스스로 진단해 보니, 내가  이렇게 침체되어 있는지 더욱 뚜렷이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근본 이유들을 하나씩 해결할  있는 일들 위주로 계획을 세워 보기로 했다.


1. 직업이 불만족스럽다 --> 이직 준비를 한다.

데이터 분석가가 되기 위해서 R, Python, SQL 같은 통계 프로그램 공부를 한다. 석사 때 공부했던 자료를 다시 보면서 분석과 통계 이론을 더 공부한다. 온라인 강의도 듣는다.  

2. 무기력하다 --> 활력을   있는 일들을 찾는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책이나 영화를 본다.

생각을 전환하는 노력을 한다. 패배가 아닌, 더 맞는 일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카페에서 공부하거나 일하면 에너지가 생긴다. 카페로 나가자.

운동을 한다.

3. 소셜 활동이 없다 --> 소셜 활동을 한다

관심 있는 분야의 Meet Up 그룹을 찾아서 온라인으로 모임을 한다.

성당 미사를 간다.

4. 나를 위한 긍정적인 경험이 부족하다 --> 나를 돌본다.

아침 8시에는 기상한다.

운동을 한다.

좋은 책을 읽는다.

자기 계발을 한다.

규칙적인 식사를 한다.


그리하여 완성된 나의 2 넷째  behavioral activation activity diary는 이러하다.

2022년 2월 넷째주 나의 첫번째 행동 활성화 일지

일주일 실천 후 느낀점:


1. 나에게 아침 8시 기상이 노력해야 하는 일이 될 줄이야. 기대할 것도 없고 일어나야 하는 이유도 딱히 없었기 때문에 아침 기상이 매우 힘들었다. 재택근무를 하니 더욱 그랬다. 오전 10시에 미팅이 있으면 이불에서 끝까지 버티다가 9 50분에 일어나기 일쑤였다. 일주일 동안 아침 8시에 일어나 보니, 잠에서 깨는  자체는 힘들어서 즐거움 점수가 3 정도밖에  되지만 성취감은 정말 컸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려고 고군분투하며 얻게된 '아침에 일어나는 방법'은 차차 소개하려고 한다.


2. 두렵고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기도를 시작했다. 묵주 기도는 대략 30 정도가 걸렸다. 눈을 감고 기도를 하면서도 여전히 부정적인 생각, 두려운 마음, 슬픈 감정 등등이 통제되지 않을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기도한다 행동 자체가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3. 저녁에 하는 자기 계발 시간은 이직 준비를 위해 썼다. 데이터 분석가 혹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되기 위한 온라인 강의들을 들었다. 다행히 직업과 관련된 자기 계발 비용을 회사에서 내주기 때문에 한도 안에서 비용 걱정 없이 좋은 온라인 강의를 찾아서 들었다.


4. 평일 밤에 조용히 글을 쓰는 것과 책을 읽는 것은 나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만이 나를 가장 나일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좋아하는 카페에 나가서 글을 썼는데, 이것은 내가 일주일  가장 고대하는 일이었다. 평일 내내 적막한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다가 주말에 카페에 가면, 북적이는 사람들에게서 생기를 얻었다.


이렇게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시간표도 짠다. 내게 즐거움과 성취감을 크게 주었던 활동 위주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


행동 활성화 일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방법은 저의 이전 글 '생산적인 하루를 만드는 법 1.행동 활성화 일지 만들기' 에 나와 있습니다. https://brunch.co.kr/@5b99714b79f941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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