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관리 방법 '포모도로 테크닉' 실천 후기
시간 관리 방법 '포모도로 테크닉' 실천 후기
사실 포모도로 테크닉은 이직을 하기 전까지는 쓸 일이 없었다. 시간을 쪼개 쓰거나 집중을 바짝 해서 처리해야 할 만큼 일이 어렵거나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간이 남아도는 것이 문제였다. 재택근무하는데 감시하는 사람도 없고 일도 없으면 살판났겠다, 싶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다. 일을 얼마 하지 않고도 월급을 따박따박 받는 느낌은 아주 잠시 동안만 좋았다. 내가 이 세상에서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서글프지만 난 그저 소처럼 일을 해야 하는 천성이다.
몇 달 후 데이터 분석가로 이직을 했고, 예상대로 하는 일이 더 복잡해지고 많아졌다. 바라던 바였지만, 내가 한 가지를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 난 집에서는 아무것도 못 한다는 것이다. 넙치처럼 납작하게 침대에 누워있는 것 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집에서는 집중력과 효율이 똥이 된다. 일은 무조건 오피스에서 해야 하고, 공부는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해야만 집중이 된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게으르고 나태한 공기를 도무지 이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다가 포모도로 테크닉을 접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의 경우에는 일의 흐름이 끊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25분 동안 일하기 – 5분 동안 휴식하기’의 포모도로 방법이 크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집중이 되었을 때 바짝 일을 하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땐 아침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휴식 없이 일을 하곤 했다.
그런데 그래서일까. 오후 3시가 넘어가면 늘 지치고 집중력이 떨어졌다. 집에 편히 앉아서 컴퓨터만 두들기는데도 육체적으로 피곤했다. 휴식 시간도 길게 필요했다. 10-20분 정도 쉬는 거로는 회복이 잘 안 되었다. 침대에 지쳐 쓰러져 있다가 결국엔 낮잠까지 자기 일쑤였다.
그래서 포모도로 테크닉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애초에 오전부터 일과 휴식시간을 잘 배분해서 일을 하면, 오후에 급격하게 지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핸드폰에 포모도로 어플을 깔았다. 그리고 '25분 동안 일하기 - 5분 동안 휴식하기'를 4번 반복했다. 총 2시간 동안.
포모도로 테크닉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실천 방법은 저의 이전 글 '생산적인 하루를 만드는 법 2. 포모도로 테크닉'에 나와 있습니다.
https://brunch.co.kr/@5b99714b79f941d/8
실천 후기
1. 25분은 긴 시간이다. 사실 내가 포모도로 테크닉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첫 번째 이유는, 25분 동안 일 하는 시간이 짧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25분 후 알람이 울리면 5분을 쉬어야 한다는데, 일의 흐름과 집중이 깨지는 것이 싫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25분은 아무런 방해 없이 오로지 집중을 해서 일을 하기에 정말 정말 긴 시간이었다. 띵띵 울려대는 카톡과 이메일을 매몰차게 무시하고서 굳세게 25분 동안 집중해서 일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제야 나의 집중력이 25분이 채 되지 않았었다는 걸 깨달았다. '25분은 너무 짧은데? 집중 잘하고 있는데 괜히 알람 울리고 5분 쉬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던 것은 나의 부끄러워 죽겠는 오만이었다.
2. 자기 통제력이 길러진다. 핸드폰을 보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전화를 하거나 등의 모든 잡다한 일들을 하지 않는 25분은 정말 나의 집중력을 반 강제로 높여주었다. 사실 난 책상에 오래 앉아있기만 했지, 그 시간 동안 머릿속 여기저기서 튀어 오르는 잡다한 생각들에 빠지기 일쑤였고, 그것은 부산한 행동으로 이어졌다. '아 맞다, 여권 재발급하는 거 알아봐야지' 하고서 갑자기 보스턴 영사관에 전화를 하질 않나. '아 맞다, 치과에 전화해서 예약 잡아야 하는데' 라며 치과에 전화를 하질 않나. '아 맞다, 옷 환불해야 하는데' 라면서 옷을 산 웹사이트에 들어가질 않나...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아무것에도 방해받지 않아야 하는 25분이 마치 손이 꽁꽁 묶인 채로 일해야 하는 느낌, 좀이 쑤시는 느낌이었지만, 자기 통제력을 길러주는데 큰 몫을 했다.
3. 덜 피곤해졌다. 25분 일이 끝난 후 5분 동안 휴식을 취하니까 몸이 피곤한 느낌이 확실히 덜 했다. 쉬는 동안은 무조건 책상에서 일어났다. 앉아있지 않았다. 일어났는데 막상 할 일이 없거나 어떻게 휴식해야 할지 모를 때는 화장실이라도 갔으며, 손이라도 씻었고, 커피라도 한잔 만들어 먹었다. 그렇게 쉬어주니까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훨씬 덜했다. 참 간단한 방법인데 효과가 좋아서 신기했다.
4. 일의 효율과 생산성이 증가했다. 집중이 분산되는 일 없이, 딴짓하지 않고, 덜 피곤한 몸으로 일을 하니 당연히 일의 효율이 좋아졌다. 가끔은 5분 동안 쉬는 동안 보던 유튜브를 더 길게 보고 싶어서 '더 길게 쉴까' 하는 반항의 불상사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가 시간을 조금 더 유념해서 일하고 휴식하는 습관은 참 좋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