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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과사색 Jun 24. 2022

심리 상담 두 번째 이야기: 괴로운 불면증

에린과의 두 번째 만남: 불면증을 극복하는 방법들

2022년 1월 18일. 심리 상담가 에린과의 두 번째 만남.


“2주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음... 일단 생활은 규칙적으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말씀하신 대로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했어요. 아침 점심 저녁을 제때 챙겨 먹는 거랑, 요가 클래스도 일주일에 한두 번 가는 거 등이요. 그런데 밥 먹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거 하나 제때 챙겨 먹는 것도 못해서 '노력'을 해야 한다니 조금 웃기기는 해요."


“그래도 규칙적으로 생활하려고 노력하신다니 정말 잘하고 계시네요.”


"하루를 사는데 이렇게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줄 몰랐어요. 예전에는 하루가 자동으로 살아졌거든요. 늘 해야 하는 일이 있었고, 즐거웠고, 목표도 있었으니까요. 잠자는 시간도 아까웠고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하루를 경주마처럼 달렸었는데... 이제는 저의 노력 100을 쏟아부어서 해야 하는 일이, 고작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이라는 게 조금 웃기고 씁쓸해요. 최선을 다해서 세끼를 제 때 챙겨 먹고, 최선을 다해서 요가 클래스를 캔슬하지 않고 다녀오고, 최선을 다해서 무기력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노력이 99로만 내려가도 다시 우울함으로 휩쓸려갈 것만 같아요."


"이해해요. 그런데 지금 정말 잘하고 있는 거예요. 일상생활을 예전으로 되찾고 다시 규칙적으로 살려는 노력이 초반에는 힘들다고 느껴질 수도 있어요. 거의 일 년 동안 몸과 마음도 많이 지쳤었고 무기력하게 살아왔잖아요. 다시 되돌리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은 당연해요. 그렇지만 시간이 갈수록 규칙적인 생활이 습관화가 되고 몸에 배면, 지금만큼 힘들지 않을 거예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한 가지 제가 노력해도 도저히 안 되는 것이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어요. 일어나야 하는 이유를 못 느끼는 건 여전하거든요. 기다려지거나 기대되는 일이 없으니까요.”  


"몇 시쯤 일어나세요?"


"10시에 겨우 겨우 눈을 떠요. 눈이 번뜩 잘 떠지는 것도 아니에요. 정말로 겨우 겨우 눈을 떠요. 알람을 8시부터 10분 간격으로 맞춰놔도 도저히 못 일어나겠어요. 그렇게 10시까지 처 자고 나면 개운해야 정상인데, 하루 종일 너무 피곤하고 졸려요. 그래서 정신도 또렷하지 않고, 반쯤 자고 있는 상태로 생활하고 있어요. 좀비 같아요."


“밤에는 몇 시쯤 주무세요?”


“12시쯤 눕기는 하는데, 잠이 잘 안 와요. 누워서 눈 감고 있다가 잠이 안 오면 핸드폰 했다가, 다시 또 눈 감고 잠이 오길 기다리는 것을 몇 시간 동안 반복해요. 그래서 사실 몇 시에 잠드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잘 때는 숙면하시나요?”


“그게 문제예요. 자면서 열 번은 넘게 깨는 것 같아요. 미치겠어요. 겨우 잠들었는데 자꾸만 깨요. 다시 금방 잠들면 다행이지만 그게 안돼요. 깰 때마다 다시 잠드는 게 너무 힘들어요.


“자꾸 잠에서 깨는 이유가 있나요?"


“음… 잠에서 왜 자꾸 깨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자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번쩍 뜰 때도 있고, 무섭다는 느낌이 들어서 깰 때도 있어요. 가 나거나 슬픈 감정이 들어서 깨기도 해요. 내 인생은 망했다는 절망감과 함께 깨기도 하고요. 마치 자면서도 계속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요."


"잠에 다시 들기 힘든 이유도 있나요?"


"다시 잠드는 게 힘든 이유는… 잠들기 전에 했던 온갖 우울하고 슬픈 생각들이 일 초 만에 다시 떠오르기 때문이에요. 사실, 잠에서 깼을 때 '생각들이 떠오른다'기 보다는, 그 생각들이 저를 깨우는 것 같아요. 이렇게 태평하게 누워서 잠을 잘 때냐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고, 저를 흔들어 깨우는 것 같아요. 몸은 자고 있지만 뇌는 잠 못 들고 계속 걱정하고 힘들어해서 자꾸 깨는 느낌이에요. 그렇게 깨고 나면 제게 닥친 현실을 믿을 수가 없어서 분노하고 절망하고 슬퍼하느라 잠에 들 수가 없어요."


“혹시 그 사건 때문인가요?”


“네 맞아요.”


“그렇군요. 단순한 불면증 때문에 잠을 못 자는 것이 아니라 지금 처한 상황이 괴롭고 심리적으로 힘들어서 그런 거네요. 사실 상원 씨가 맞닥뜨린 현실과 심리 상태에 대해서 우리가 얘기해야 할 것들이 매우 많아요. 계속 상담받고 노력하면서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면, 수면 문제도 많이 해결될 것으로 보여요. 그런데 그 문제들에 접근하고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잠을 못 자면 안 되니까, 그동안 수면을 돕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써서 잠을 일단 잘 자보기로 해요. 그렇게 되면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훨씬 수월해지고, 하루 종일 졸리지도 않을 거예요. 몸과 마음이 잘 휴식을 취하면 에너지도 생기고, 기분도 더 나아지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도 좋아질 거예요.


“네 맞아요. 문제가 많죠... 그 문제들 때문에 잠도 못 자는 거고요. 말씀대로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으로써는 잠이라도 잘 자고 싶어요. 잠을 못 자니까 일상생활도 안되고 괴로워요. 특히나 밤에 혼자 깨어 있으면 더 감정적으로 변해요. 더 우울해지고 생각도 더 극단적으로 하게 돼요. 그래서 밤에 깨어있는 시간이 너무 괴로워요.”


“그럼 일단 두 가지 방법을 알려 줄게요. 첫 번째로 수면 위생 (sleep hygiene)에 대한 자료를 보내 줄게요. 한 페이지밖에 안 돼요. 수면 건강을 위해서 지켜야 할 생활 습관이 적혀있으니 읽어보고 실천하려고 노력해 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두 번째로 점진적 근육 이완법(progressive muscle relaxation)을 연습해보세요. 제가 20분짜리 영상을 보내줄게요. 긴장된 근육들을 이완시킴으로써 수면을 돕는 방법이에요.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따라 하면 돼요. 정말 간단해요. 저는 따라 하다가 10분도 안 돼서 잠들었어요.”


"네, 오늘 밤부터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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