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한쪽이 잘린 채 어슬렁대며 돌아온 녀석 중 가장 먼저 나타난 녀석은 미코. 마당의 터줏대감 마냥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암컷 고양이다. 그다음에는 왠지 이곳저곳 다친 동엽이와 처음 보는 고양이 셋. 다섯 마리 새끼 고양이의 어미인 새댁이도 돌아왔다.
다 돌아왔다.
딱 한 마리, 장군이를 빼고 말이다.
다른 고양이가 나타난 후 몇 주일이 지나도 장군이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 내가 못 본 게 아닐까 싶어 이곳저곳을 둘러봤지만 근처 어디에도 장군이는 없었다. "입양 갔나 봐." "저번에, 양양이가 그랬던 거처럼."
불현듯, 몇 년 전 잡혀간 애들 중 유일하게 입양을 갔던 첫째 고양이 양양이가 떠올랐다.
그럴 만도 하지.
사람을 워낙 좋아하는 애라 입양을 갔겠거니 한다. 어미를 잃고 사람의 손을 탄 장군이. 내가 준 사랑의 곱절을 나에게 줬던 장군이가 어디를 가든 행복했으면 하고 바란다.
"얘, 저기 봐."
왠지 모르게 수척해진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던 어느 날, 지붕 아래 홈통에서 무언가가 쏙 나왔다. 고양이였다. 그것도 새끼 고양이. 입양 간 달래와 명수와 크기가 비슷하고, 심지어 얼굴도 똑같이 생긴 고양이가 홈통에서 우리를 몰래 훔쳐보고 있었다.
"두 마리다 두 마리야."
홈통에서 한 마리가 쑥 나오자, 또 한 마리가 쑥 나와 우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두 마리였다. 달래랑 명수와 같은 배일까. 그건 모르겠지만, 녀석들과 꼭 빼닮은 녀석들을 우리는 홈통이들이라고 불렀다.
"너네 형제들은 좋은 데 갔겠지."
털 색만 다르지, 이목구비는 거푸집에 넣고 뽑은 것 마냥 똑같이 생겼다. 그걸 보니 또 달래가 떠올랐다. 잘 살겠지. 잘 살아야 하고. 나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지붕의 아래턱에 밥을 먹고 있는 달래의 판박이들을 보며 달래의 행복을 빌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우리 집 고양이였던 달래의 행복을.
* * *
달래를 보내고, 홈통이들을 발견 한 뒤 몇 주 후.
천장에서 또 한 마리의 고양이가 천장에서 떨어졌다.
떨어진 녀석은 얼룩이 온 얼굴을 덮고 있는 자그마한 새끼 고양이였다. 우리는 시기를 놓칠세라 서둘러 애를 지붕의 아래턱에 올려 두고, 캔과 물을 따서 올려주었다. 그러자 다행히 어미가 나타나 함께 밥을 먹은 후 애를 데리고 다시 천장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캔이 어지간히 맛있었던 걸까.
"뭐야."
"다 어디서 나타난 애들이냐."
다음 날, 그 얼룩이의 어미가 마당으로 내려왔다. 그것도 자기 새끼인 것 같은 다섯 마리의 새끼 고양이들과 함께. 새끼 고양이는 달래나 명수, 홈통이들보다 조금 작았다. "쟤 얼룩이 아니니?" "어 걘데." 새끼 중에는 어제 천장에서 떨어졌던 얼룩이도 있었다. 어제 캔을 먹고 감동했는지 더 달라고 내려온 모양이었다.
"너 되게 뻔뻔하다. 어?"
대놓고 육아를 하라고 데리고 온 어미 고양이의 뻔뻔함에 웃음이 절로 났다. 어쩌랴. 먹여야지. 나는 다시 시작될 공동 육아에 한탄하면서도, 순순히 캔을 따서 녀석들의 밥그릇에 부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