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은 신중하게
그냥 키우자고 해볼까?
입양 소식을 듣기 전부터 했던 생각이었다. 며칠 동안 함께 지내면서 정이 들대로 든 상태여서 그런지 보내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때가 닥치니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았다.
분명 반려동물은 인간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큰 선물을 준다. 하지만 그만큼 일어나는 일도 많고, 탈도 많았다.
당장 생각나는 게 한 짐이었다. 현재 키우고 있는 강아지들이 이따금 병원을 가면 드는 비용은 10~20만 원 남짓. 귓병이나 기생충 같은 병에 걸리거나 하면 더 많이 든다(동물 약값은 정말 비싸다). 산책할 때 필요한 물품이나 미용비, 배변패드, 거기에 기본 사료비와 입맛 없을 때 같이 먹을 보조 식품에 개껌 같은 간식까지. 이렇게 하나하나 따져보면 30~40은 돈도 아니었다.
실제로 작년에 떨어진 고양이 장군이가 잠깐 집에 있을 때도 여러모로 일이 많았다. 장군이가 애기 때야 괜찮았지만 덩치가 커지면서 우리 집 노견이 노이로제로 시름시름 앓은 것도 그랬고, 새로 단 커튼이나 중요한 물건들을 물어뜯는 것도 문제였다.
무엇보다 달래는 장애묘다. 다른 반려동물의 곱절되는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달래에게 줄 수 있는 시간적, 물질적 여유가 나에게 있는가 돌아보면 그렇지도 않았다. 사회 초년생이 시간이며 돈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는가. 그렇다고 내 아쉬움을 달래고자 가족들이나 반려동물들에게 부담을 안겨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과적으로 정이 들었다고 끌어안고 있는 건 달래를 위한 길도, 가족을 위한 길도 아니었다. 달래에게는 이곳보다 더 좋은 환경이 필요했다. 이미 겪어보지 않았는가. 평생을 허약하게 산 요크셔테리어와 지나치게 활발한 진돗개를 키우며 얻은 경험이 나의 근거 없는 망상과 희망을 곱게 접어주었다.
“알아서 잘 찾아줬겠지. 시에서 왔잖아, 저번에 그 사람도 고양이를 엄청 좋아하는 것 같더라.”
“그렇지?”
“정형외과에도 데려다준다네. 발톱도 어떻게 해야 한다고 그랬는데.”
“와 정형외과도 있어? 대박이구만.”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다. 내가 달래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고양이에 대해 많이 알고, 많은 걸 해줄 수 있는 좋은 가족을 찾아주는 것뿐.
그렇게 며칠 후, 비가 내리던 날.
정말로 올까 싶었던 이별의 순간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