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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림 Jun 12. 2021

우리 집 다리 굽은 고양이 10

고양이 케어에서 사람이 왔다


전화하고 다음 날, 사람이 왔다. 


온 사람은 젊은 여성으로 집 근처 고양이를 포획할 때 찾아온 사람 중 한 명인 듯했다. 그분은 오자마자 새끼 고양이용 캔을 잔뜩 들고 와 밥그릇에 엎었다. 그러자 어미 없이 골골대던 고양이들이 후다닥 몰려와 캔을 먹었다. 물론 좋게 말하면 경계심이 심하고 나쁘게 말하면 포악하기 이를 데 없는 명수는 하악 대며 거부했지만 고양이를 많이 접해본  분이어서 그런지 고양이의 뒷목을 잡고 끌어와 밥을 먹게 했다. 그러자 명수도 처음에는 주춤대다 이내 쩝쩝대며 캔을 먹기 시작했다.  


“이 넓은 데에서 고양이 먹이를 주는 집이 세 군데밖에 안 돼요.”

“그래요?”


좁은 마을이긴 하지만 그래도 예전에는 주는 집이 좀 있었던 거 같은데, 요즘에는 별로 없는 모양이다. 오신 분은 꽤 격앙된 말투로 여기가 고양이에게 그리 좋지 못한 환경이라며 토로했다. 


“어쩐지 많이 몰려오더라니.”

“그러게.” 


적으면 다섯, 많으면 열 마리 이상. 재작년부터 유독 많이 몰렸다 싶었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나. 다 사정이 있겠거니 해야지. 고양이나 산짐승에게 매일 몇 번씩 밥을 주는 일은 생각보다 번거로운 일이었다. 무엇보다 누가 돈을 대주는 것도 아니고 순수한 선의만을 바탕으로 하는 일이니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러고 보니 다리가 불편한 애기가 있다고.”

“잠시만요.”


새끼 고양이에게 밥을 주던 분이 문득 달래를 찾았다. 엄마는 곧바로 달래를 데려왔고, 마당에 내려놓았다. 달래는 조금 낯설다는 듯이 킁킁대며 굽은 다리로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다. 


“와, 애가 참 예쁘네요.”


여성분은 다리에 발을 얹으며 킁킁대는 달래를 들어 올려 눈을 마주했다. 그러면서 “참 예쁘게 생겼다.” “진짜 예쁘네요.”라며 연신 감탄사를 뱉었다. 인정한다. 달래는 예쁘다. 내 눈에 예쁜 애는 장군이 정도밖에 없었는데, 그 동급으로 예쁘다. 


“혹시 생각 있어요?”

“어우, 저희 집에는 나이 많은 고양이가 많이 있어서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엄마가 묻자, 여성 분은 집에 고양이가 많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는 우리 집에서 키울 의향이 있냐고도 물었다. 그에 우리는 “우리 집에는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개가 있고, 책상 위로 뭐가 올라오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서 곤란하다.”라고 답했다. 나야 고양이가 들어오든 올라오든 긁든 부시든 상관없었지만, 가족 중 몇은 그런 걸 못 견뎌했다.  


“그럼 제가 한 번 찾아보고 연락드릴게요. 쟤네들도요.”


우리의 사정을 들은 여성 분은 입양처를 알아봐 주겠다고 하며 사진을 몇 번 찍은 후, 나머지 캔을 우리에게 쥐여주고 돌아갔다. 


그렇게 떠난 후, 3일쯤 지났을 때였을까. 다시 연락이 왔다.


“내일 달래랑 애들 다 데리러 갈게요.”


입양처를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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