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수 Jun 18. 2021

우리 집 다리 굽은 고양이 12

달래와 다섯 고양이들이 떠났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생각보다 거칠게 내리치는 물줄기에 예정보다 삼일 빨리 데려가기로 한 고양이 케어 사람은 전화로 우리에게 "제가 가면 도망갈 수도 있으니 먼저 잡아놔 주세요."라며 부탁했다.


때 이른 아침. 나갈 사람은 다 나간 후 엄마와 나는 마당으로 나갔다. 그러자 몇 개월 전에 만들어 둔 고양이 집에서 새끼 고양이 다섯 마리가 쪼르르 나와 우리를 반겼다. 그중 몇은 이미 정이 들었는지 내 발에 솜방망이를 올리며 머리를 비비는 놈도 있었다.


"애들을 담을 만한 상자가 없는데."

"이렇게 잘 나오잖아. 도망도 안 치고. 이따가 잡아둬도 되지 않을까?"

"그런가?"

"밥 주면 다 모이겠지."


내 말에 엄마는 "그래. 플라스틱 통에 넣어둘 수도 없고" 라며 수긍했다. 

...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안일한 생각이었다.


한 시간 뒤에  고양이 케어 사람이 커다란 철조망을 들고 나타났다. 그러자 고양이들은 화들짝 놀라며 이곳저곳에 숨기 시작했다. 그중 세 마리는 먹이로 유인할 수 있었지만, 성격이 있는 명수와 겁이 제일 많은 작은 고양이는 숨어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딜!"


그중 의자 아래에 숨어 있던 명수가 먹이에 홀려 나오는 순간, 고양이 케어의 사람이 녀석의 뒷목을 잡았다. 어찌나 날카롭게 울며 발버둥 치는지, 난 잡은 분의 손이 물린 줄 알고 화들짝 놀라야 했다. 다행히 손은 멀쩡했고, 우리는 나무 장판 아래로 도망쳐서 나오지 않는 겁쟁이 고양이를 끌어내기로 했다.


"혼자 유인해보실 수 있겠어요?"


아무래도 사람이 많아 겁이 난 모양인지 얼굴도 내밀지 않아 결국 나 혼자 녀석을 유인하기로 했다. 조금 남은 고양이 캔의 건더기들을 조금씩 바깥쪽으로 떨어뜨리고 조용히 녀석을 기다렸다. 그러자 녀석은 몇 분 동안 주춤대다, 결국 조용히 나와 먹이를 야금야금 먹기 시작했다. "애가 완전히 나왔을 때 잡으셔야 해요." 멀찍이서 온 조언에 나는 최대한 신중히 녀석을 유인하며 기다렸다. 


"옳지 옳지... 그렇지!"


고양이의 뒷발이 완전히 올라온 그때, 나는 녀석을 낚아챘다. 다행히 녀석은 싫지는 않은 지 내 손에 얌전히 잡힌 채 입맛만 쪽쪽 다셨다. 나는 재빨리 녀석을 철조망에 넣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달래야, 가자."


집 안에는 꾸벅꾸벅 졸던 달래가 있었다. 밥을 배불리 먹고 노곤하게 있던 달래는 내가 들어오자마자 쪼르르 달려왔다. 나는 다가온 달래를 품에 안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철조망에 달래를 넣었다. 달래는 얌전하게 다섯 마리와 뭉치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럼 이제 갈게요."


병원 예약을 해둔 상태라 지체할 수가 없다며 고양이 케어의 사람은 빠르게 떠났다.  큰 고양이도, 작은 고양이도 떠나 조용해진 마당을 보던 엄마와 나는 반 년동안 내리 집구석을 지키고 있던 고양이 집을 정리한 후,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집 안은 조용했다. 


매번 사람이 들어올 때 앵앵 대며 오던 애는 이제 없었다. 


남은 건 주인 없는 집과 화장실 그리고 장난감뿐.


마음이 조금, 휑해졌다. 



이전 11화 우리 집 다리 굽은 고양이 1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