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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 Jun 10. 2021

우리 집 다리 굽은 고양이 8

벤토나이트vs두부모래(하)


※모래 구매처인 C사에서 광고를 받기는커녕 접촉한 일도 없음을 먼저 밝힙니다.



며칠 동안 두 종류의 고양이모래를 갈며 써 봤다. 


일찍이 써본 적 있는 응고형 모래(벤토나이트)와 처음 써보는 두부 모래. 생긴 것은 물론 성능에서도 확연히 차이가 났다. 


일단, 이번에 새로 산 두부 모래를 먼저 보자면…, 일단 가벼웠다. 매번 모래를 가져오느라 낑낑댔던 거에 비해 두부 모래는 번쩍번쩍 잘 들렸다. 물론 고양이 모래를 1L 더 사긴 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무게가 달랐다. 꺼내서 보니 톱밥같이 생겼고 알이 큼직한 거에 비해 가벼웠다. 


향은 복숭아 향을 샀다. 그런데 향은 거의 안 나다시피 했다. 향이 강한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이 점은 꽤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을 때 먼지가 나지 않았다. 이건 엄청난 장점이 아닐 수 없었다. 먼지가 나지 않다니! 알이 굵어서 그런지 달래가 왔다 갔다 할 때 잘 흩어지지 않았다. 고로 사막화도 적었다. 모래를 처리하는 인간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 모래는 굉장히 편했다. 


그러나 막상 달래가 그곳에 배변을 보니 단점이 확연해졌다. 일단, 응고가 되지 않았다. 아래로 스며든다기보다는 위에 뭉쳐서 방치되었다. 그렇다 보니 삽으로 파서 버릴 때 되게 힘들었다. 삽이 더러워지는 건 물론, 흔들면 배변이 묻은 부분도 다시 화장실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뭉치 지를 않으니 뒤처리가 어려운 지, 달래의 솜방망이에 잔여물들이 묻어났다. 팔은 굽었으나 화장실만큼은 제집 드나들듯 돌아다니는 녀석이 한 번 거기만 갔다 오면 바닥이 아주 난장판이 되었다. 달래의 특수성 때문에 더 그랬겠지만, 이 점이 아주 불편했다.  


탈취 기능도 영 부실했다. 애초에 냄새가 아예 나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렇게까지 냄새를 못 잡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달래가 작은 새끼 고양이기에 망정이지 성묘였으면 진짜 고약했겠다 싶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나는 달래의 화장실을 응고형 모래로 갈아주었다. 비록 뿌리자마자 먼지가 은은하게 쌓이고, 달래가 왔다 갔다 할 때마다 바닥에 모래가 흩뿌려졌지만 달래의 발이 더러워지는 일도, 냄새가 거실에 은은하게 퍼지는 일도, 삽으로 팔 때 잔여물이 남는 일도 없었다. 이제 와서 보니 두부 모래에 비해 탈취도 잘 되는 편이었다.        


내가 잘못 샀나 싶어 인터넷을 뒤져봤더니 겪어온 문제들은 보편적이고, 이 모래가 더 잘 맞는 고양이도 있으며 단점은 계속해서 개선을 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두부 모래를 잘게 잘라서 모래처럼 만든 제품도 있다고 하니, 조금만 기다리면 더 좋은 모래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결과적으로, 달래와 두부 모래는 맞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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