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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림 May 26. 2021

우리 집 다리 굽은 고양이 7

벤토나이트vs두부모래(상)


고양이는 어떻게 날 적부터 배변을 가릴까?


다 자란 성묘는 물론 태어난 지 2주밖에 되지 않은 새끼 고양이까지. 고양이는 전부 자기 볼 일을 스스로 가릴 줄 알았다. 


이게 참 신기한 게 떨어진 지 일주일 채 되지 않은 새끼 고양이- 그러니까 어미가 배변을 가려줘야 할 때 떨어진 애들도 송곳니가 날 때쯤 되면 스스로 배변을 가린다. 눈이 뜨이기도 전에 떨어진 애들이니 어미가 가르쳐 줬을 리도 없을 텐데 말이다. 


무슨 메커니즘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꼬박꼬박 고양이 변을 치워야 하는 인간의 입장에서 봤을 땐 참 고마운 본능이었다. 


달래는 한 번 변을 튼 이후, 하루에 몇 번이나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어찌나 자주 다니는지 치우는 사람이 진이 빠질 정도였다. 몹시 귀찮은 작업이긴 했으나 좁은 간이 화장실이라 한 번 안 치워주면 난리가 났기 때문에 하루에 열 번은 치워야 했다. 


그래. 잘 싸면 좋은 거지. 


몸이 좀 고되긴 했으나 변비 때문에 고생했던 며칠을 떠올리니 이 끝없는 공정이 나름 달게 느껴진다. 나는 군말 없이 화장실을 치우기로 하며 삽을 들었다. 


그런데 문득, 바닥을 내려다보니.


“어휴, 오늘도 많이 튀었네.”


고양이 화장실과 떼어 놓으래야 떼어 놓을 수 없는 문제. 바로 사막화였다. 고양이가 언제 떨어질지 몰라 구비해둔 고양이 모래의 성능과 탈취는 좋았으나 뒤적일 때마다 먼지가 일고 모래알이 이리저리 튀어서 바닥이 더러워졌다. 


그리고 이 현상은, 달래가 화장실을 빈번히 오고 가기 시작한 이후 더 심해졌다.


달래는 모래를 뒤적일 때 발 전체를 쓰고, 굽은 앞다리 때문에 엉덩이와 모래의 거리가 다른 애들에 비해 가까우며 뛰어나올 때도 발이 걸치니 딸려 나오는 모래의 양도 제법 많았다. 


어쩔 수 없지.


자기 몸이 화장실에서 나가고 들어가는 것도 힘든데 모래가 몸에 묻고 떨어지는 걸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 달래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하지만 매번 이러니 곤란했던 나는 또 무슨 방법이 없을까 하고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그리고 발견했다.     


“두부모래?”


앞 깔개나 먼지가 안 나는 모래 등을 찾아보던 나는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모래를 발견했다. 두부모래라고 하는, 햄스터 사료처럼 생긴 고양이 화장실용 모래였다. 원래 쓰던 거랑 뭐가 다른 거지. 나는 집에 있던 고양이 모래를 살펴보았다. 


집에 있던 모래는 ‘벤토나이트’라고 하는, 고양이들이 쓰는 모래 중 가장 기본적인 모래였다.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감촉을 잘 살리고, 탈취 성능도 준수하다. 하지만 먼지가 많고 잘 튀어서 사막화가 잘 일어나고 눈병도 나기 쉽다고 한다.  


이와는 달리 두부모래는 고양이보다는 집안 환경에 친화적인 모래로, 먼지가 덜 나고 잘 튀지 않으며 고양이의 몸에 묻지 않아 눈병이 생길 확률이 벤토나이트보다 낮다고 한다. 하지만 고양이가 그리 선호하지 않은 감촉이라 호불호가 갈리며, 탈취나 굳기 등의 기본적인 기능이 벤토나이트보다 못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었다. 


설명만 들어서는 뭐가 더 좋은 지 모르겠네.


확실하게 좋고 그름이 나누어진 리뷰 창을 보며 갈등하던 나는, 문득 항상 먼지와 뭉친 똥이 묻어있는 달래의 다리와 집안에 그득한 먼지, 그리고 요즘 들어 잘 끼는 달래의 눈곱을 떠올렸다.      


“에이, 함 써봐 그냥.”


백문이 불여일견. 고민하느니 한 번 써보는 게 낫지. 싫어하면 곧바로 갈아주면 되는 일을 가지고 길게 고민하고 싶지 않았다. 결심한 나는 적당한 가격대의 두부모래를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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