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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 May 25. 2021

우리 집 다리 굽은 고양이 6

새끼 고양이는 변비에 취약하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새끼 고양이들은 대체로 문제가 있었다. 탈수, 굶주림, 기생충….


아픈 이유는 제각각이었지만 열이면 열, 떨어진 고양이들이 꼭 하나 씩 달고 오는 증상이 있었으니 바로 ‘변비’였다.


어미가 핥아서 배변활동을 시켜야만 하는 시기에 떨어지는 애든, 좀 커서 스스로 변을 가리는 애든 꼭 변비로 고통스러워했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수분 없이 벽이나 천장에 갇혀 있는 애들이 많다 보니 그런 듯했다.


이번에 떨어진 달래도 마찬가지였다.


배는 빵빵한데 변을 누지 않았고, 분유도 적게 먹었다. 이제껏 떨어진 애들 중에 가장 배가 빵빵했던 터라 걱정이 된 나는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고양이와 사는 지인에게 고양이 변비에 대해 물어보았다. 대답은 대부분 비슷했다. ‘어미와 떨어진 새끼 고양이들은 긴장한 나머지 변비에 걸릴 확률이 높다.’ ‘조금만 기다려 봐라.’ ‘더 심해지면 병원에 가서 관장약을 넣어봐라’.

 

매옹.


인터넷 검색을 하다 소리가 나 내려다보니 달래가 내 발을 씹고 있었다. 굽은 다리로 열심히 발가락을 꾹꾹 누르며 이빨을 댄다.


몸이 아래로 굽으면 소화가 잘 안된다던데.


사실, 달래가 다른 고양이들처럼 다리가 곧았다면 이런 고민도 하지 않았을 거다. 이제껏 거쳐온 고양이들도 다 때가 되면 배변을 했으니까. 하지만 달래는 달랐다. 앞발 두 짝이 굽어 몸이 아래로 숙여져 있었고 뒷다리도 앞발을 따라 살짝 굽어져 있었다. 달래가 고개를 숙여 물을 마실 때마다 목이 아래로 가면 여러모로 좋지 않다며 높은 밥그릇을 추천하는 인터넷 글이 떠올랐다.


다른 애들이랑 완전히 다른 상황이면 어쩌지.


변이 굳어서 그런 게 아니라면. 몸 자체가 기울어져서 이런 거라면? 한 번 부정적인 생각을 시작하니 점점 불안해져만 갔다. 그러나 그런 나의 불안감과는 달리 달래는 쑥쑥 커서 뜀박질도 곧장 하곤 했다. 한 이틀만 두고 볼까. 안되면 병원에 가서 관장을 해달라고 하자. 나는 달래의 배를 마사지하고 따뜻한 분유를 먹이며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렇게 하루 하고도 반나절이 더 지났을까. 아침 7시쯤이었을 것이다. 나는 어느 때와 같이 달래가 있는 거실로 갔다.


그런데 바닥이 영…, 더러웠다.


바닥과 쿠션, 그리고 찜질팩에 붙어 있는 굳은 모래와 갈색 점들. 나는 재빨리 화장실을 살펴보았다.


“쌌다!”


나는 기뻐하며 안도했다. 집에 들어온 지 나흘 만에 달래가 배변에 성공한 것이다. 비록 집이 난장판이 되어서 치울 게 산더미 같았지만 그건 그거, 이건 이거였다. 오늘 병원에 가봐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때 온 기쁜 소식에 나는 쿠션 속에서 자고 있을 달래를 들여다보았다.


“와…………….”


이날, 달래는 처음으로 물목욕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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