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온 처음에는 모든 게 낯설었는지 강아지의 쿠션조차 무서워했던 달래였지만 얼마 안 가 쿠션이나 사람이 없으면 빽빽 울 정도로 적응을 했다.
달래가 몇 개월 차인지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새끼 고양이를 검색해보니 1개월에서 2개월 사이인 듯했다. 귀는 제법 잘 서 있었고, 다리가 굽어 기민하지는 못해도 그때 나타난다는 특유의 장난기가 몸에 배어 있었다.
무언가를 자꾸 물어뜯으려고 해서 보니 송곳니가 제법 빼죽하게 나 있었다. 수의사 선생님과 고양이를 키우시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이빨이 나면 습식 사료를 시작해도 된다고 해서 저번에 사 온 새끼 고양이용 다짐육을 먹여보려고 했다. 그러나 웬일인지 달래는 고기를 주는 족족 뱉고 분유만 쪽쪽 빨았다. 아직 적응을 못 해서 그런가 싶어 그냥 분유를 주기로 했다.
하루는 마트에 갔다 온 가족이 큼직한 박스로 달래의 거처를 만들어주었다. 나는 거기에 강아지용 배변 패드를 깐 다음 뜨거운 물이 담긴 페트병과 담요를 깔았다. 거기에 고양이 화장실까지 넣으니 꽤 훌륭한 집이 되었다. 내 방보다 좋은데. 너 참 좋겠다. 내가 이렇게 말하니 달래가 매옹 하고 울었다.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
달래는 금세 화장실을 가렸다. 예전에 집에서 보호했던 새끼 고양이들도 다 이맘때면 화장실을 가렸지만 언제 봐도 신기하긴 했다. 모래만 깔아주면 알아서 들어가 볼일을 보다니. 개도 이래 주면 참 좋겠다 싶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컸다. 300g밖에 안 되던 몸무게는 사흘이 되자 100g이 늘어 400g이 되었다. 위로 폴짝 뛸 줄도 알고, 움직이는 것을 보면 낮게 포복할 줄도 알았다.
하지만 굽은 다리는 펴질 줄을 몰랐다.
저 다리가 펴지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반복하다 보니 다리를 매일 마사지해서 펴주면 다른 애들처럼 걸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했다. 하지만 그건 희망사항일 뿐, 달래는 언제나 팔꿈치로 걸었다. 그것도 아주 능숙하게.
“진짜 어떻게 하냐.”
개가 있는 집에서 고양이까지 키우자니 엄두가 안 나고, 그렇다고 해서 이런 애를 밖에 내놓을 수도 없고. 달래의 얼굴은 날이 가면 갈수록 좋아졌지만, 그만큼 내 시름도 늘어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