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굽은 다리를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이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고양이 중에 다치거나 곪은 애들은 있었지만, 선천적으로 다리가 굽은 녀석을 본 건 이게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동물을 그렇게 좋아하는 집안이 아니었다. 지금 11년째 키우고 있는 강아지도 다른 집에서 키울 여건이 되지 않아 받은 애였고, 고양이는 떨어진 걸 그냥 두고 보지못하여서 살려 보낸 것뿐이었다.
게다가 가족 중에는 책상 위에 고양이가 올라오는 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큰 고양이가 집 안을 배회하며 털을 묻히는 걸 달갑지 않게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집에서 보호하고 있던 고양이가 조금 크면 밖에 있는 조그만 온실에 넣어두고 적응을 시킨 뒤에 완전히 내보내고는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전과 달랐다.
팔이 굽어 팔꿈치로밖에 걷지 못하는 녀석이었다. 뒷다리 힘이 좋아 높게 뛸 수 있지만, 앞다리가 굽어 착지를 못 한다. 매번 코나 턱이 먼저 떨어지고, 걷는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지만 그래도 다리를 곧게 펼 수 있는 애들보다는 느렸다. 그랬다. 다리 굽은 새끼 고양이가 위험이 득실대는 바깥에서 잘 살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우리가 책임을 질 수 있을까?
고양이와 한 지붕 아래서 사는 삶은 생소하다. 완전히 다 크기 전에 집 밖으로 내놓으면 잘 적응해서 떠나는 게 고양이였으니까. 집안에 강아지가 있는 것도 문제였다. 3kg도 안 되는 노견과 나중에는 곱절로 커질 새끼 고양이가 함께 잘 살 수 있을까 싶다. 그 외에도 개와는 달리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 다른 활동 범위, 음식, 습관,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 여러 상황을 고려해보니 생각해볼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새끼 고양이는 이미 떨어져 이곳으로 왔고, 하물며 다리가 굽은 고양이는 입양처를 찾기도 힘들다. 고양이를 케어해주는 단체들과도 얘기를 나누어봤지만, 어찌 되었든 이 고양이가 조금 더 클 때까지 두고 봐야 한다.
“이름은 달래라고 할까.”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함께 있어야 할 거, 이름이나 지어주자 싶었던 우리는 고양이를 달래라고 부르기로 했다. 봄에 태어났다는 단순한 이유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