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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림 May 20. 2021

우리 집 다리 굽은 고양이 2

굽은 다리의 새끼 고양이가 잘도 달린다.


이제껏 떨어진 고양이들은 대체로 건강했다.

물론 못 먹어서 빼쭉 마른 아이도 있었지만 분유와 고기를 먹이면 대부분 건강을 되찾았다. 이후 밖으로 내보내면 다른 고양이들과 무리를 지어 살거나, 다른 고양이들에게 쫓겨나거나를 반복했다. 이중 어디서 무언가를 잘못 먹고 시름시름 앓다가 떠나버린 애들이 있었지만 어찌 되었던 떨어질 때만큼은 건강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팔이 안쪽으로 기운 새끼 고양이. 안으로 굽어서 펴지지 않았고, 건드려도 아파하지 않았다. 게다가 고양이는 그 굽은 팔로 잘 뛰어다녔다. 마치 이렇게 태어나서 뛰어다니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마치 기도하는 사람의 손처럼 모아진 손으로 고양이는 본래 저들이 그러하듯 위로 폴짝 뛰었다. 그러나 높게 뛰지도, 어디에 발을 걸치지도 못했다. 작은 애라 그러려니 하기에는 아주 낮은 곳도 제대로 올라타지 못했다.

참 작았다. 똥오줌도 제대로 가리지 못하고 누군가가 토닥토닥 두드려줘야 겨우겨우 볼일을 볼 정도로 작은 아이. 우유병에 익숙하지 않아 거부하다가 배가 고파서야 쪼르르 달려오는 게 그나마의 단점인 아주 평범한 고양이. 눈을 뜬 지 얼마 안 되었는지 또랑또랑하고 목소리도 높고 밝다. 팔이 어쩌다 저렇게 되었을까 싶지만, 잘 달리는 걸 보면 또 신기하기도 하다.

우리는 일단 안정시키기 위해 아직 버리지 않은 박스 중 가장 두껍고 튼튼한 박스를 찾아 거실에 두었다. 그리고 안에 신문지를 깔고 고양이 모래가 담긴 납작한 선물용 상자를 놓은 후 뜨거운 물을 담은 페트병을 수건으로 둘둘 말아 넣었다. 그리고 앵앵대는 새끼 고양이를 안에 넣고 다른 박스로 위를 덮어 어둡게 해 주었다. 그러자 내내 울던 고양이는 병에 기댄 채 새근새근 잠들었다. 안으로 굽어져 있는 팔을 더더욱 품 안으로 밀어 넣으면서.

*

그 뒤 얼마 가지 않아 고양이는 깨어났다.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벽 안에서 하루하고도 반나절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으니 배가 고플 것이다. 그런데 가지고 있던 분유가 좀 오래돼서인지 먹지를 않아, 결국 가족들은 당시 밖에 있던 나에게 새끼 고양이가 먹을 만한 것을 사 오게 했다. 길눈이 어둡고 밤이어서 헤맸지만, 장소에 익숙한 친구들의 도움으로 새끼 고양이의 먹을 것을 찾을 수 있었다. 마트에 분유가 없었기 때문에(대부분의 마트에서는 분유를 취급하지 않는다) 펫 밀크와 고양이용 다짐육을 샀다.  

나름 한 아름 안고 들어온 집의 창문 아래에 새끼 고양이가 있었다. 고양이는 비록 찔끔찔끔 밥을 먹었지만, 어찌 되었던 먹긴 했다. 식사 후 산책 겸 새끼 고양이를 바닥에 두었다. 여전히 분홍색 발바닥이 위로 향했고, 팔꿈치는 굽혀져 있었으나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잘 걸어 다녔다. 심지어 자기 키 보다 열 배는 더 높은 의자에 올라가겠다가 난리를 피웠다. 장난꾸러기였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가족 중 한 명이 지나가면서 말을 흘렸지만, 새끼 고양이는 관심 없다는 듯 다시 박스 옆에 딱 붙어 앉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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