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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림 May 20. 2021

우리 집 다리 굽은 고양이 1

집 천장에서 고양이가 떨어졌다.


우리 집은 낡은 주택이다.


그만큼 허술한 곳이 많아 동식물들이 자주 비집고 들어오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게 고양이다.

길고양이. 처음 이 집으로 이사 왔을 때는 별로 없었던 거 같다. 그런데 어느 겨울날, 난 지 1개월도 채 되지 않은 작은 고양이가 집 천장 어딘가에서 떨어졌다.

어찌어찌하여 벽을 뚫고 고양이를 구출해냈고, 어미로 보이는 길고양이에게 돌아가게끔 했다. 그러나 떨어진 시간이 길었는지 길고양이는 새끼 고양이를 거부했고, 결국 새끼 고양이는 우리 집에 잠시 머물게 되었다. 우리는 천장에서 떨어진 새끼 고양이를 양양이라고 부르며 국물을 먹여 키웠다.

강아지는 키워봤지만 고양이는 키워본 적이 없어 여러모로 걱정했었지만, 다행히 새끼 고양이 양양이는 잘 자라서 훌륭하게 독립을 했다. 본래 길고양이 출신이라 그런지 사냥도 잘했다. 가끔 쥐 같은 것도 물어다 주곤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양양이는 밖으로 나가는 시간이 길어졌다.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저 멀리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간간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냥 고양이는 고양인가 보다. 이제 떠날 때가 됐구나 하고 말았다. 실제로 얼마 안가 양양이는 우리 앞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

하지만 1년 후. 양양이는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것도 새끼를 밴 채로.

양양이는 우리 집 앞에 있던 스티로폼 박스에서 세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낳았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랐고, 곧 독립을 했다.

그러나 또 1년 후, 장성한 새끼 중 한 마리의 새끼들이 다시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없던 고양이가 점점 늘어났다. 물론 그중 대다수는 제 갈 길 갔지만, 암컷들은 이따금 아이를 배고 이곳에 들렀다.

우리는 그 고양이들에게 사료와 물을 제공했고 고양이들은 주택의 적인 쥐를 쫓아주었다. 어쩌다 보니 공생하게 된 것이다. 물론 꽤 많은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건 돈도 들고 귀찮은 데다 가끔은 고양이들끼리 싸워서 성가시기도 했지만 그래도 같이 살다 보니 정이 든 탓일까. 그냥 자연스러워졌다. 고양이들이 주변에 있는 것이.

*

그렇게 함께 지낸 지 약 5년 차- 올해.  

올해는 유독 고양이들이 새끼를 많이 낳았다. 한 마리는 집 앞에, 두 마리는 지붕 위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집은 이렇게 시끄러운 적이 없을 정도로 시끄러워졌고, 아이들은 빠르게 자랐다. 자라나면서 이곳저곳 기어 다니는 소리가 들려오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또 새끼 고양이가 지붕에서 떨어지면 어떡하지, 하고.

처음 떨어진 양양이 이후로 몇 마리가 지붕 아래로 떨어졌다. 그중 대부분은 어미가 다시 데려갔지만, 태어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을 때 떨어져 결국 고양이별로 떠난 애도 있었고, 밖으로는 나갔으나 쥐약이라도 먹었는지 밖에서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4개월도 채 되지 않아 길에서 죽은 애도 있었다.

그렇다 보니 새끼 고양이가 어미와 떨어진 듯 우는소리를 내면 저도 모르게 깜짝깜짝 놀랐다. 하지만 지붕 아래 천장에 있는 애들을 잡을 수도 없었던 가족들은 그저 하늘에 대고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제발 떨어지지 말기를. 그냥 잘 자라서 제 갈 길 가기를.

그러나 오늘. 그 기도가 무색하게도 벽에서 새끼 고양이가 빽빽 우는소리가 들려왔다.

하루하고도 반나절 동안 우는 통에 결국 우리는 보일러실의 벽을 뚫었고, 다행히 고양이는 구출되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고양이가 발을 펴지 못했다.

안쪽으로 굽은 앞발을 펴보니 다른 고양이들보다 길었고, 뼈는 이상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가족 중 한 명이 말했다.



“애가 기형 같아.”



얼떨떨했다.

팔이 안쪽으로 굽은 기형의 새끼 고양이가 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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