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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 May 22. 2021

우리 집 다리 굽은 고양이 5

형제 고양이 명수의 이야기

달래가 우리 집으로 떨어진 지 3일 후, 고양이가 또 한 마리 벽 안으로 떨어졌다.


약 하루 동안 벽에서 울던 녀석을 구하기 위해 벽을 뚫었지만, 구멍이 작을뿐더러 달래와는 달리 공격적이어서, 함부로 손을 넣고 뺄 수가 없었다. 실제로 빼려다가 손등을 긁히는 불상사도 났다.


그래서 기다렸고, 또 기다렸다. 구멍 안쪽으로 먹이와 물그릇을 넣어주면서 말이다. 그렇게 반나절이 흐르니, 녀석의 경계심이 누그러졌는지 슬금슬금 나왔고, 우리들은 녀석이 나온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녀석은 잡혔고,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벽 안에서 바깥으로 나온 고양이는 달래와 제법 닮아있었다.


울고 있던 위치도 비슷했고 크기나 생김새도 남 같지 않은 게, 아무래도 같은 배에서 나온 형제 같았다. 실제로 둘을 붙여 놓으니 아는 얼굴인 것 마냥 잘 지냈고 말이다. 녀석을 쭉 훑던 내 시선의 끝이 솜방망이같이 생긴 다리로 향했다. 다행히, 녀석의 다리는 곧게 펴 있었다. “얘는 밖에서도 잘 뛰어다니겠다.” 가족들 중 누군가가 안도하며 말했다.


하지만 닮은 외모와 달리 성격이 남달랐다. 처음 나왔을 때부터 순둥이였던 달래와는 달리, 이번에 나온 녀석은 길고양이 그 자체였다. 벽 안에서 보여줬던 경계심을 눈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곧이곧대로 보이며 으르렁댔고 닿는 것 자체가 싫은지 털끝 하나만 건드려도 끊임없이 하악질을 했다.


“이렇게 사나운 애는 또 처음 보네.”

“완전 길고양이다. 얘는 떨어진 지 하루밖에 안됐으니까 어미가 물어가지 않을까?”

“그럴지도.”


우리는 일단 녀석에게 밥을 주고, 장갑을 낀 채 녀석을 들어 올려 밖에 두었다. 그리고 멀찍이 서서 녀석을 지켜보았다. 그러자 마당을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 다섯 마리가 녀석에게 다가와 킁킁댔다. 한 마리는 1년 전 천장에서 떨어진 후 몇 개월간 우리 집에서 자란 수컷 고양이 ‘장군이’였고, 나머지 두 마리는 장군이와 같은 해에 난 장군이의 단짝 친구 ‘동엽이’와 ‘삼자’였다. 그 뒤로 다가온 한 마리는 마당에서 육아를 한 지 1개월이 된 ‘새댁이’였고, 나머지 한 마리는 얼마 전에 천장에서 출산을 한 어미 고양이였다.


“쟤가 어미 같아.”


다른 고양이들에 비해 멀찍이 서서 지켜보는 어미 고양이의 시선이 날카로워 우리는 조용히 집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어미 고양이가 녀석에게 하악질을 하는 바람에 우리는 다시 서둘러 나가 어미를 쫓아내야 했다.


“일단 여기에 둘까.”

“해질 때까지만?”

“어.”


녀석의 힘이 너무 넘쳐 주체할 수 없는 데다 마당에는 새끼 고양이 다섯 남매가 있었고, 녀석은 그 무리와 잘 어울렸다. 다리가 불편한 달래와는 상황이 다르니 조금만 놀게 하고 다시 집에 들여놓는 게 좋을 것 같아 일단 녀석을 마당에 두고 우리는 집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눈을 떼고 얼마 후, 상황이 좀 이상해졌다.


“쟤 새끼 아닌데?”

“왜 쟤가 저기서 나와.”


어미처럼 보였던 녀석에게 하악질을 당한 녀석이, 어느 틈엔가 자연스레 새댁이와 새끼 고양이 다섯 남매의 집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앉은 것이다. 게다가 젖도 같이 빤다. 분명 새댁이는 다섯 마리의 어미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여섯 마리의 어미가 되었다. 이게 동물농장에서만 보던 공동 육아인가 봐. 새댁이한테 닭을 고아 먹여야겠다. 가족들은 중얼대며 창 밖에 펼쳐진 기묘한 상황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보기에는 좀 밉상인데 자기 살 궁리는 잘 찾네. 똘똘하고.”

“이름을 명수로 지을까.”  


왠지 우스운 상황에서 녀석의 이름이 결정되었다. 유명 예능에서 했던 코너 ‘명수는 12살’의 12살 명수와 녀석이 겹쳐 보였다는 게 이유였다. 똑똑하고 잽싼 녀석이니 잘 살겠다. 그렇지 달래야. 나는 여전히 굽은 다리를 모으고 있는 달래에게 창 밖 너머를 보여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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