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아야 아름답다 산도 그렇다
요가와 명상, 건강한 아침식사로 상쾌한 아침을 보내고, 뽀드득 씻고, 스킨케어도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으론 뭘 항까 고민해 봤다.
성산일출봉. 이번엔 꼭 가봐야겠다.
제주도를 스무번은 온 것 같은데 성산일출봉은 오른 기억이 없다. 아마도 초등학생 때 수학여행으로 다녀온 기억이 있는데, 그 사실에 대한 기억만 있지 이미지 같은 것들은 기억에 없다.
제주도에 올 때마다 성산일출봉은 가볼만한 곳으로 생각은 하지만, 위치가 늘 문제였다. 나는 주로 제주 서쪽, 남쪽에 머물기 때문에 동쪽의 성산까지 가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런데 드디어, 서쪽에서 머물게 되었고, 더군다나 숙소에 걸어서는 오십분, 차로는 십분도 안되는 거리에 성산일출봉이 위치해 있었다.
그리하여 드디어 성산일출봉으로 향했다. 걸어가 볼까 생각했는데, 그러다 막상 성산일출봉을 못 오르면 어쩌지 싶어 그건 포기하고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님이 물었다. 왜 혼자 여행하냐고. 왜? 뭐, 나도 기회가 되면 사랑하는 연인, 친구, 가족랑 오고 싶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혼자 오는 게 기뻐서 혼자 온 건 아니란 말이다. 그래도 대답은 혼자서 여행하는 것도 좋아서 그렇다고 했다. 외롭지 않냐고 물으셨다. 짜증이 났다. 정곡이 찔렸으니까. 외롭다. 하지만, 외로움도 지금은 좀 받아들이고 쉬고 싶다.
택시 기사 아저씨가 성산 일출봉을 오르려고 하냐고 물으셨다. 그렇다고 하니, 포기하지 말라고 꼭 끝까지 오르라고 하셨다. 겁이나 여쭤보니 삼십분만 올라가면 된다고 했다.
택시를 타고 달리며 멀리서 본 성산일출봉은 참 아름다웠다. 올라가면 더 멋지겠지?
결론은, 개인적으로 나는 아니었다. 올라가는 것도 아무리 계단이라지만 등산과 거리가 먼 나는 올라가는 것도 너무 힘들었고, 내려오는 건 더 힘들었다. 다리 힘이 풀려서.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다.
재밌는 생각이 들었다. 산이라고 하긴 웃기지만, 산은 멀리서 보는 게 아름다운 것 같다. 멀리서 보았을 때의 그 우뚝선 자태와 웅장함이 주는 감동과 경외감이 있다. 내 성격 탓도 있지만, 일단 정상을 향해 걸음을 내딛으면, 산을 오르는 과정을 즐기기는 어렵다. 그리고 올라갔을 때 마주하는 광경은 물론 경이롭다.
하지만 나는 높은 곳에서 보는 풍경보다, 낮은 곳에서 보는 풍경이 더 좋다. 높은 곳에서 발 아래에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두고 구경을 하지만, 그것들에 비해 나는 너무 작게 느껴지는 것 같다. 낮은 곳에서는 그런 어색함과 이질감보다는 친숙함이 함께 드는 것 같다. 낮은 곳에서 보아도 대자연은 역시나 경이롭고, 경외감을 주지만,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느낌, 나와 같은 눈높이에 있다는 느낌이 편안한 것 같다.
뭐, 그냥 등산이고 계단 오르기고 귀찮고, 힘들다는 그런 말을 좀 길게 써봤다.
성산일출봉은 한번 간 것으로 만족. 앞으로는 아래에서만 감상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