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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리다매 요가원에 등록하다

시무룩

by 정좋아

자취방 근처에 새로운 요가 학원을 찾아야 할 것 같아 여기저기 알아보다, 가격도 가장 좋고, 시간대도 다양한 요가 학원을 찾았다. 다른 걸 고려할 여유는 없었다. 아무래도 출퇴근 시간이 고정적이지 않고,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수업 시간대가 다양해야만 수업을 일단 들을 수라도 있으니까.


사실 요가원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점이 상당히 많은 체인 학원인데, 아무래도 박리다매가 사업 전략인 것같다. 많은 요가원을 다녀본 건 아니지만, 그중 가격이 제일 저렴한만큼 시설이나 수업 환경은 제일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넓지 않은 공간에서 최대 25명이 수업을 듣는다. 바닥에 노란색 테이프로 매트 까는 위치를 표시해 두었는데, 그 좁은 공간에 25명이 매트를 깔려면 그렇게 미리 배치를 정해두지 않으면 안될 것 같긴하다.


요가원에 등록을 하고, 집에 가는 길에 마음이 찝찝했다. 보통 요가원에 가면, 마음이 편해치고, 차분해지고, 여유가 느껴지는데 이 요가원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헬스장 GX 수업 들으러 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려나. 분주하고, 비좁고, 북적북적하고. 좁은 공간에 여럿이 모여 운동하고, 환기는 안하니 공기도 답답하고, 덥고, 습하다.


아참. 여기는 2층인데, 바로 밑은 모두 술집들 뿐이다. 그래서 수업 중에 창문을 열 수도 없거니와, 창문을 닫아 놓아도 술에 취한 사람들이 소리지르는 소리, 떠드는 소리가 왁자지껄하게 들린다. 그리고 수업을 들으러 가거나 집으로 돌아올 때, 그 혼란스러운 틈을 파고 들어 집으로 돌아오는 기분도 유쾌하진 않다.


내가 너무 까탈스러운 걸지도 모른다. 최근에 요가를 했던 요가원의 시설, 분위기가 압도적으로 좋아서 기대치가 올라간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불편한 걸 어떻게 하나.


이런 저런 생각들로, 요가원에 등록을 하고 집에 돌아가 수업 시간 전까지 등록을 취소할까 고민이 참 많이 됐다. 그래도 어차피 이사를 해야해서 두달만 다니고 말거니까, 가격이 좋으니까, 사실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으니까 그냥 다니기로 했다. 조금 서글펐다.


울적한 마음을 안고, 열시쯤 빈야사 수업을 들으러 나갔다. 떠들석한 술가게를 지나는 기분은 역시나 유쾌하지 않았다. 조금 일찍 도착해 전 수업이 끝나기까지 기다려야 했다.


편히 앉아서 쉴 곳이 마땅히 없어서 탈의식 구석 작은 스쿨에 쭈그려 앉았다. 탈의실도 찜질방 탈의실처럼 생겼다고 생각했다. 다녀 본 요가원 중에 앉아서 쉬고,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작게나마라도 없는 곳은 없었는데 그것도 참 마음에 안 들었다. 이런 것들이 요가원의 컨셉(?), 지향점 같은 것들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스포츠처럼 요가를 해야하는 곳같았다.


앞 수업이 끝나고, 수업실로 들어갔다. 이전 수업의 열기가 느껴질만큼 수업실이 습하고 후덥지근했다. 뭔가 찝찝하고, 쾌적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색하게 조금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다행히도 밤 시간이라 참석하는 사람이 열명을 조금 넘었다. 25명이 아니어서 참 다행이었다.


수업이 시작되었다. 밝은 흰색 백열등을 킨 채 수업이 진행됐다. 이것도 당황스러웠다. 요가원에서는 보통 아주 밝은 조명보다는 자연광이나, 은은한 조명들이 많이 쓰였던 것 같은데. 왜인지 거부감이 들었다.


불만 투성이가 되어 버린 상태로 수업을 따라 갔다. 잔잔한 배경 음악이 틀어졌지만, 창 밖의 떠들썩한 소리에 자꾸 주의를 빼앗겼다. 수업 초반에는 빈야사 플로우도 마음에 안 들고, 너무 단순힌 것 같아서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뭐가 마음에 안 들고, 또 뭐가 싫고, 뭐가 부족하고. 플로우가 뭔가 부실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다 어느 순간 플로우 호흡이 빨라지고, 복잡도가 조금 올라갔다. 그때부터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수업을 따라가느라 바빴다.


어느 순간 얼굴에서 땀이 흘러 입술까지 내려왔다. 순간 ‘아, 생각보다 강도가 세고, 운동이 많이 되나보다.’싶어서 신기했다. 그런데 또 그 다음 드는 생각은, 이것보다 더 빡세고 힘든 수업을 들어도 이 정도로 땀이 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땀이 많이 난 적은 있지만, 땀을 많이 흘리지 않는 내가 이렇게 땀을 입으로 먹을 정도로 줄줄 흘리는 일은 정말 드물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 땀은 운동 강도보다는 이 수업실의 온도와 습기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쩐지 수업 시작할 때 다들 수건을 한장씩 손에 들고 오길래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제야 이해가 됐다.


뭐 땀을 많이 흘리니까 운동을 많이 한 것 같고, 개운한 것 같고, 보람도 있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의아했다.


머리 서기를 안 하는 빈야사 수업도 나는 처음 본 것 같다. 아무래도 참가 인원이 많아서 난이도를 조절하려는 건가 싶긴 한데,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지금도, 지금이라도 등록을 취소하고, 위약금을 내는 게 좋을지 고민이 된다.


이쯤에서 내가 요가와 요가원에 기대하는 게 뭔지, 내가 요가를 하는 이유가 뭔지 다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인도에서 요가를 할 때는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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