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최선일까
요즘은 면접 준비가 내 주관심사이다. 그렇다고 뭐 엄청나게 열심히 준비 하지는 않지만 하루 평균 한시간은 투자를 하고 있다.
실제 면접이 가까워 질 수록 아마 집중도가 빠르게 올라갈 것 같다.
심적으로 꽤나 부담이 있다. 이직에 실패했을 때 가질 상실감과, 또 자꾸만 드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서 사는 게 좋을지에 대한 불안감도. 지금 상태가 불만족스럽다. 그런데 벌써 삼십대 초반이 이만큼이나 지나가다니.
지난 주에는 부모님과 강원도에 다녀 왔다. 오랜만에 산과 바다에 다녀왔다. 사실 바다는 세달만이라 오랜만은 아미었고, 해변이 사람들로 붐벼서 여유를 즐기지는 못했다. 그런데 굽이굽이 미시령 옛 도로를 타고 올라가서 마주한 들판이 내 마음을 울렸다.
파랗고 넓은 하늘에, 무더위를 잊은 듯한 시원한 바람과, 그 바랍에 몸을 싣고 흔들리는 초록 풀들. 말 없이 차를 세우고, 고요히 풍경을 즐기는 사람들.
맞다. 이런 세상이 있었다. 이런 세상에서의 삶도 있었다. 나도 이런 세상을 참 좋아했다. 잊고 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일하는 업계에서 원하는 만큼의 성취와 인정을 얻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다른 세상으로 가서 새로운 삶을 사는 건 어떨까.
세상의 기준에 맞추려 아등바등 애쓰다, 스스로를 ’루저‘처럼 여기며 괴로움에 빠지느니, 그 기준에서 벗어난 삶을 살면 어떨까.
강원도에 내려와 산과 바다를 누비며, 요가를 가르치는 삶은 어떨까? 4년째 매년 속초에 갈 때마다 찾아 가는 요가 학원 원장님이 있는데, 전에 나에게도 내려 와서 같이 하자는 말씀을 가볍게 던지신 적이 있다. 워낙 학원 사업이 커지다 보니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강원도에서도 더 다양한 기회가 있을 수 있겠다 싶었다.
아니면 프랑스로 디시 갈까. 교환학생 생활을 파리에서 했었다. 외롭고 힘들었지만 그때의 낭만과 여유는 또 다른 곳에서 느끼지 못했다. 파리에서 내 경력을 살려 일할 방법은 없을까. 아마 없을 것 같으니 가서 다른 일을 해볼까. 한국 스타일의 카페나 빵집 등등 찾으면 기회가 없지는 않을 것만 같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 나이가 더 들면 더 움직이기 어렵고, 새로운 삶을 찾아 가기 더 어혀울텐데. 용기를 매야 하나 싶기도 하다.
그러다 다시 면접 준비나 해야겠다 생각한다. 일단 이것부터 해보고. 그 다음에 생각하기로.
가슴엔 작은 모험가가 살고 있지만, 현실은 안정적이고 평범한 준 엘리트(?) 범생이의 삶을 추구하는 나이다. 못내 아쉽다.
이런 고민을 언제쯤 안하고 내 삶에 만족하며 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