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생각보다 쉽지않다

여행은 예측불허로 한가득이다

by 정좋아

발리에는 환승을 거쳐 총 9시간만에 도착했다. 도착 시간은 점심 12시였다.


발리에 짧게 가면서 돈도 아끼는 법은 적당한 환승 항공편을 구하는 것이었다. 직항은 6시가이 걸리지만 적정 시간대에 내리는 표를 구하자니 100만원이 훌쩍 넘었다. 3박 4일을 위해, 예정에 없던 큰 돈을 쓰자니 너무 아까웠다.


그러던 중 찾은 게 이 표였는데, 말레이시아에서 두시간 정도 기다렸고, 괜찮은 항공편으로 생각되어서 얼른 구매했다. 가격은 68만원 정도.


안전하고 밝은 대낮에 발리에 떨어졌다. 덴파사르에서 우붓으로 가기 위해 미리 마이리얼트립으로 예약해 둔 개인 이동 차량을 탔다. 다행히도 아저씨를 공항에서 어렵지 않게 찾았다.


후. 그런데 차가 너무 막혔다. 내 계획은 세시쯤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근처에 환율 잘 쳐준다는 환전소에 가서 환전을 하고, 네시 수업을 듣는 거였다. 수업은 보통 90분. 목표는 일정을 다 소화하고, 해가 지기 전에 무사 귀가하는 거였다.


하지만 숙소에 도착하자 이미 세시가 넘었다. 체크인하는데도 한 세월이었다. 정말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는데, 내가 영어를 못하는 편은 아닌데 잘 못 알아듣겠고, 숙소가 위로 긴 게 아니라, 가로로 넓게 퍼진 이층짜리 호텔이라 로비에서 내 방까지만 가는 데 7분(?)은 걸렸다.


그렇게 체크인하고 나오니 이미 세시 사십분. 구글맵 기준으로는 달려가면 요가원에서 네시 수업을 들을 수 있겠지만, 나는 일단 최대한 일찍, 밝을 때 환전부터 해야겠다 싶었다.


구글맵에서 환전소까지는 걸어서 7분이라고 했다. 까짓꺼 걸어가지 뭐 하고 씩씩하게 걷기 시작했는데, 쉽지 않았다. 오토바이 천국에 인도는 좁거나 없거나 깨져있었다. 때로는 오토바이와 함께 차로에서 걸어야 했다. 가뜩이나 겁이 많은 나라서 잔뜩 겁을 먹고, 주의를 기울여 한 걸음씩 내딛었다.


여기서 든 생각은 발리는, 안전한 이동이 보장된 곳은 아니란 것이다.

1. 도보: 오토바이나 차에 치일 위험, 걷다가 발을 찧거나 구덩이에 빠질 위험이 높음 특히 횡단보도가 없어서 길을 건널 때 위험함 여러번 치일 뻔 했음

2. 오토바이: 거칠게 다니는 오토바이가 워낙 많고, 도로가 좁음. 조금 넓은 길 하나를 양쪽으로 나눠 오고 가눈 차가 달리는데 안전하지 않아 보임. 역주행인 듯 아닌 듯한 역중행도 많음

3. 차/택시: 오토바이와 비슷한 이유로 안전하지 않고, 차가 굉장히 막힘


혼자 올 곳은 아니었나 싶은 생각에 마음이 불안해졌으나, 이왕 온 거,, 이제 바꿀 수 없는 것은 즐기되, 최대한 안전을 챙기자고 마음 먹었다.


그렇게 구글맵을 따라 환전소에 도착한 줄 알았으나 피자가만 있고 환전소는 없었다. 직원들에게 묻자 헷갈려하더니 한분이 나와서 200미터정도만 더 가몀 된다고 알려줬다.


구글맵이 나를 실망시킨 상태에서, 그분의 말이 사실 그렇게 믿기진 않았다. 그래도 방법은 없고, 이미 너무 고생해서 멀리 왔으니까 그분의 말을 따라 조금 더 걸었다. 그러자 정말 환전소가 나타났다! 세상에 이렇게 친절한 사람들이 다 있을까 싶어 피자 가게 아저씨에게 고마웠다. 환전소 사람들도 친절했다.


환전을 무사히 마치고, 아직 정신을 덜 차렸는지 걸어서 요가원으로 향했다. 글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험난했다.


험난한 길에 도착했을 때 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된 기분이었다. 낯설고 외딴 숲속에서 맨발로 신비로운 아사나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아 내가 정말로 왔구나!’


그렇게 요가원에 등록을 하고, 요가 수업을 신청했다.


금발의 미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자 선생님이었다. 수업 전에 기타를 치고 있더랬다. 아름다운 소리였다.


yin & yang yoga 수업이었는데, 음과 양의 기운을 모두 긍정적으로 강화하는 게 목표라고 선생님은 설명했다. 첫 40분 동안은 이게 요가인가 싶게 발차기나 점프 같은 동작들을 하며 땀을 쭉 뺐다. 많이, 빠르게 움직이는만큼 힘들었지만 몸에 열이나며 에너지가 돌았다. 선생님의 말씀에도 귀 기울였다.

“지금 너무나 힘든 걸 안다. 그만큼 여러분은 대단한 사람들이고, 이 시간이 끝나고 어떤 힘든 일도 견뎌낼 힘을 가지고 있다. 쉬더라도 포기하지만은 말아주길 바란다.”


선생님은 연신, 수십명은 수련생들에게 Beautiful이라고 외쳤다. 잘 뛰어서, 발 차기를 잘해서, 자세가 좋아서가 아니라 어떻게든 멈추지 않고 해내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격려의 말 같았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땀에 흠뻑 젖었을 때 쯤 등을 대고 누워서 하는 동작들이 시작되었다. 하타요가처럼 한 동작에 오래 머무르는 시간이었다. 긴장이 풀리고, 평온하고, 그리고 정말로 그 시간이 아름답게 느껴 졌다. 점점 고요하고 정적으로 진행되어 사바하사나(눕는 자세)를 할 때에 선생님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아름다웠고, 역시나 너무나 평온했다. 그때의 기분을 잊을 수 없다.


수업이 끝나고. 모두 수업이 beautiful이었다고, 외치고 박수를 쳤다.


요가원에서 나오니 이미 해가 져있었다. 급한 바음으오 숙소 1분 거리에 있는 빵집 겸 식당으로 택시를 타고 달려갔다. 간단히 파니니 샌드위치를 먹고 금방 나왔다. 나 외애 두 커플이 있어서 좀 적적하게 느껴져 더 빨리 먹어 치운 것 같다. 맛도 그닥…


이미 어두워진 상태에서 가로등도 없고, 횡단보도도 없는 길을 건너는 건 끔찍하게 어려웠다. 떼꺼지로 다니는 오토바이들도. 자동차도 멈춰 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다리다 기회릉 보고 건너고 있었는데 옆구리를 보니 옆구리에 차 앞면이 거의 닿아 있었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다행히도 이런 나를 호텔 직원이 보고 교통 정리를 해줘서 무사히 건널 수 있었다.


오기 잔엔 마냥 아름다워 보였던 파라다이스 발리 우붓이 생각보다 혼자 살아남기 어려운 곳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호기롭게 굴었나 싶었다.


체크인 때 업그레이드 된 방을 받아 방에 운 좋게 큰 욕조가 있었다. 욕조에서 목욕을 하며, 넷플릭스로 한국 프로그램을 틀어 두고 보았다.


왜인지 밤이 되니 외롭기도 하고, 싱숭생숭하기도 하고, 전남친 생각도 나고, 괜히 왔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하던 루틴대로 짧은 글을 쓰고, 잘 준비를 마치고, 다음 날에 대해 기대를 조금 머금고, 정신과 약을 먹고 곧바로 잠에 들었다.


둘이였으면 달랐을까? 글쎄, 절대적이고 영원한 천국은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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